만신굿·백남준·홍상수… ‘투우의 나라’ 한국에 취하다

아트페어‘스페인 아르코’ 주빈국 참가
20만명 찾는 세계적 미술 시장 마드리드서 15일 개막
별도 공간서 5월 말까지 행사
  • 등록 2007-02-13 오후 12:00:00

    수정 2007-02-13 오후 12:00:00

[한국일보 제공]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큰 시장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기는 쉽지 않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5일(현지시간) 시작하는 미술 견본시장 아르코에서 한국은 주빈국으로서 그런 지위를 누리고 있다.

매년 2월 마드리드에서 닷새 동안 열리는 이 행사는 지난 해 20만 명이 다녀갔다. 전세계 화랑들이 와서 장사를 하는 것은 여느 아트페어와 마찬가지이지만, 매년 주빈국을 정해서 그 나라의 미술과 문화를 알리는 것이 다르다.

한국은 주빈국으로서 아트페어 현장인 박람회장 이페마(IFEMA) 안에 별도의 전용 공간을 갖는 것 외에 5월 말까지 마드리드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백남준 특별전을 비롯한 7개의 미술전시, 한국영화특별전ㆍ김기덕 감독전ㆍ홍상수 감독전 등 3개의 영화제, 김금화 만신의 굿을 비롯한 4개의 공연으로 한국의 인상을 심게 된다.

홍상수 감독전은 전체 6편 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강원도의 힘>으로 7일 개막했고, 한국 전통건축의 공간을 다룬 주명덕 사진전, 한국 디자인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한국 디자인 재시동>전은 9일 시작됐다.

마드리드의 주요 일간지 <엘 문도>와 <엘 파이스> (ABC)는 10일 일제히 아르코 특집을 발행해 한국을 집중 소개했다. <엘 파이스>는 ‘2007 아르코의 한국, 전통이 미래를 바라보다’라는 제목 아래 문화 섹션 16개 면 중 7개 면을 한국 미술과 문화, 주빈국 행사에 할애했다. (ABC)는 ‘아르코 2007의 한국-과거와 현재의 열쇠’라는 이름으로 한국 특집을 꾸몄고, <엘 문도>는 ‘마드리드를 향한 한국의 축원’이라는 제목으로 김금화 만신과 굿을 소개했다. 스페인에 한국 문화가 이처럼 대대적으로 소개된 적은 없다.

10일 마드리드 남부의 옛 도살장 구역인 마타데로에서는 김금화 만신의 서해안풍어제 굿판이 벌어졌다. 15만㎡나 되는 너른 공간에, 버려진 건물들이 흩어져 있는 이 곳은 2011년까지 아르코 조직위원회 등 문화예술 기관들이 차례로 입주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김금화 만신의 굿은 소 잡고 돼지 잡던 이 터를 깨끗이 하고 한국과 스페인 양국 간 우호를 비는 상징적 행사가 됐다. 200여 명의 관객들은 굿의 신명에 취해 덩실덩실 춤추며 판을 막았다.

여기서 15~19일 진행되는 <민박> 프로젝트는 한국 작가 11명이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하고, 스페인 미대생 50여명과 함께 먹고 자면서 공동 워크숍도 하는 프로그램. 마타데로에 미디어아트 전문 공간 ‘인터메디아애’가 생겼음을 알리는 첫 행사이기도 하다.

주빈국 행사 중 백남준 특별전은 스페인 측이 가장 많이 기대하고 요청했던 것. 13일부터 5월 20일까지 하는 이 전시는 ‘세계인’ 백남준의 작품 중 ‘한국적’인 것 8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인 텔레포니카는 마드리드 최대 번화가인 그란 비아 한복판에 자리잡은 고풍스런 건물이다.

매주 수요일 홍상수 영화제가 열리는 카사 엔센디다는 새로운 예술을 지원하는 공공예술센터. 설치미술가 안규철의 <49개의 방> 전시, 안은미의 현대무용과 인디밴드 어어부의 공연도 여기서 한다. <49개의 방>은 사방이 문으로 된 49개의 방을 이어 붙인 미로형 입방체. 관객은 문으로 드나들면서 열리나 싶으면 벽이고, 막혔나 싶으면 열리는 공간을 체험한다. 전시 개막을 이틀 앞둔 11일,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현장에서 만난 스페인 평론가 하비에르 몬테스(29)는 “한국 현대사가 주는 압박이 느껴진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밖에 13일부터 하는 대안공간 작가들의 단체전 <도시성을 둘러싼 문제들>전,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의 첫 장 참여작가 11명으로 구성한 <뿌리를 찾아서-한국 이야기를 펼치다>전도 동시대 예술로서 한국 현대미술의 오늘을 소개하는 전시다.

주빈국 행사의 총기획자인 김정화 커미셔너는 “아르코 주빈국이 된 것은 한국 문화를 알릴 좋은 기회”라며 “그 효과가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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