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 마드리드에서 닷새 동안 열리는 이 행사는 지난 해 20만 명이 다녀갔다. 전세계 화랑들이 와서 장사를 하는 것은 여느 아트페어와 마찬가지이지만, 매년 주빈국을 정해서 그 나라의 미술과 문화를 알리는 것이 다르다.
홍상수 감독전은 전체 6편 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강원도의 힘>으로 7일 개막했고, 한국 전통건축의 공간을 다룬 주명덕 사진전, 한국 디자인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한국 디자인 재시동>전은 9일 시작됐다.
10일 마드리드 남부의 옛 도살장 구역인 마타데로에서는 김금화 만신의 서해안풍어제 굿판이 벌어졌다. 15만㎡나 되는 너른 공간에, 버려진 건물들이 흩어져 있는 이 곳은 2011년까지 아르코 조직위원회 등 문화예술 기관들이 차례로 입주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김금화 만신의 굿은 소 잡고 돼지 잡던 이 터를 깨끗이 하고 한국과 스페인 양국 간 우호를 비는 상징적 행사가 됐다. 200여 명의 관객들은 굿의 신명에 취해 덩실덩실 춤추며 판을 막았다.
여기서 15~19일 진행되는 <민박> 프로젝트는 한국 작가 11명이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하고, 스페인 미대생 50여명과 함께 먹고 자면서 공동 워크숍도 하는 프로그램. 마타데로에 미디어아트 전문 공간 ‘인터메디아애’가 생겼음을 알리는 첫 행사이기도 하다.
주빈국 행사 중 백남준 특별전은 스페인 측이 가장 많이 기대하고 요청했던 것. 13일부터 5월 20일까지 하는 이 전시는 ‘세계인’ 백남준의 작품 중 ‘한국적’인 것 8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인 텔레포니카는 마드리드 최대 번화가인 그란 비아 한복판에 자리잡은 고풍스런 건물이다.
이밖에 13일부터 하는 대안공간 작가들의 단체전 <도시성을 둘러싼 문제들>전,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의 첫 장 참여작가 11명으로 구성한 <뿌리를 찾아서-한국 이야기를 펼치다>전도 동시대 예술로서 한국 현대미술의 오늘을 소개하는 전시다.
주빈국 행사의 총기획자인 김정화 커미셔너는 “아르코 주빈국이 된 것은 한국 문화를 알릴 좋은 기회”라며 “그 효과가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