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중국시장 포기할 수 없다`

북경 사무소 개설·광고 계약·직원 모집 나서
  • 등록 2005-12-16 오전 11:30:13

    수정 2005-12-16 오전 11:30:13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세계 2위의 인터넷 시장을 버릴 수 없다.` 엄격한 검열 시스템으로 인해 중국 시장 진출을 망설여왔던 구글이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로 결정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16일 보도했다.

◇에릭 슈미트 CEO `中시장 걱정스럽다`

최근 구글 내부에서는 중국 시장 진출이 늦어진 것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 7월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슈미트는 "중국시장에서의 경쟁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구글은 지난 7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연구담당 부사장을 지낸 중국계 리카이푸(43)를 전격 영입해 중국내 신규 영업을 맡도록 했다.  그는 "우리의 중국시장 진출이 늦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늦은 만큼 중국 시장 공략에 공격적이다. 리카이푸 영업을 시작으로 베이징에 첫 사무소를 개설했고 이후 중국내 업체들과 일련의 광고 계약을 체결했고, 리카이푸는 25개 중국 대학을 돌아다니면서 인력 모집에 나섰다. 또 마케팅 면에서 대대적인 공략을 준비중이다.

사실 구글의 중국시장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다. MS와의 소송과 관련해 구글이 제출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초 "중국은 우리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공동 오너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공동 창업자들은 대외비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중국측에 국가기관 광고를 무료로 게재하는 `중국 진출 플랜`을 제시하기도 했다.

◇바이두 독주로 3위 추락

구글의 중국 진출 확대의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인 바이두닷컴의 성공이 제공했다. 구글은 지난해 6월 바이두닷컴에 500만달러를 투자, 지분 2.6%를 취득했다. 지난해 말 바이두닷컴은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검색 사이트가 됐다.

구글은 지난 2000년부터 중국어판 검색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 지사도 현지 직원도 없는 상황이다.

상하이 소재 시장조사 업체인 상하이 i리서치에 따르면, 구글의 지난해 중국내 검색광고 매출액은 370만달러 수준이다. 이용자 트래픽면에서는 바이두닷컴과 야후에 이어 3위에 그치고 있다.

바이두닷컴과 야후에 밀리고 있다는 점과 함께 향후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시장을 내버려둘 경우, 중국 시장에서 영원히 뒤쳐줄 수 있다는 인식도 구글을 자극한 계기가 됐다.

지난 1997년 62만명에 불과했던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지난 6월 현재 1억300만명으로 급증했다. 규모면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인터넷 시장으로 성장했다.

구글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대다수는 사실 미국 바깥의 소비자들이다. 그렇지만 구글의 해외 광고매출은 지난해 32억달러의 매출액 중 34%에 불과했다.

◇경영철학 포기하고 중국 정부와 타협하나

구글의 중국 진출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은 중국 정부의 검열이다. 구글은 지난 2002년 9월 돌연 뉴스 사이트가 차단됐다. 이후 서비스가 재개됐지만, 파룬궁 등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공개를 부정하는 내용의 검색은 제한됐다.

구글의 위성지도검색 서비스인 구글어스도 중국 당국에 의해 서비스가 제한된 사례다. `구글 어스`가 시작되면서 중국인들은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최고 지도자들의 거주자인 중난하이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몇 주일후 화면확대 등의 기능이 제한됐다.

이같은 검열때문에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경영철학이 위협받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와의 타협이 필요하지만, 이 경우 제한없는 정보 검색이라는 자신의 검색철학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아시아태평양 및 남미 담당 부사장인 슉하인더 싱 캐시디는 "중국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욕구와 정부 당국의 검열이라는 두 가지 필요에 대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 시장에서 이같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균형에 대해서는 구글 최고경영진들도 잘 알고 있으며, 일정 부분 타협이 필요하다는 데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중국의 검색 제한과 관련해 "검열과 검색이라는 선택 사이에서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있다"면서 "때때로 `사악해지지 말자`는 철학과 관련해서 `사악하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고 말해 일정 부분 검열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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