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나發 성장 둔화` 현실화되나

소비자지수 2년래 최악..물가부담에 소비여력 감소
  • 등록 2005-09-28 오전 11:00:13

    수정 2005-09-28 오전 11:00:13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발생한지 한달이 지나면서 당초 우려됐던 미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가능성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소비심리가 2년 만에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고 소비를 지탱하던 부동산 시장에서도 냉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까지 더해질 경우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3%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경제가 `카트리나발(發) 쇼크`로 인해 후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 2년래 최악

27일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보다 18.9포인트 급락한 86.6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3년 10월 이후 약 2년만에 최저치다.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94.9 마켓워치 집계)도 크게 밑돌았다.

앞서 지난 16일에 나온 미시건대학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13년래 최저치인 76.9로 추락했다.

카트리나 쇼크후 ABC뉴스와 워싱턴포스트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에서도 소비자심리 지수는 -20을 기록, 지난해 6월이후 2년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내 5000개 가구 중 20%가 6개월 후 경기가 현재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본 가구 비율은 10%에 머물렀다.

컨퍼런스보드의 린 프랑코는 "고유가와 카트리나 충격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2년여만에 최악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프랑코는 다만 유가가 현 수준보다 떨어지고 피해 복구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될 경우 내년 초쯤에는 소비심리가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에도 허리케인이 닥친 직후 소비자신뢰지수가 크게 하락한 직후, 복구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반등했다는 점에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카트리나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피해 규모만 최대 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부동산 시장 불안..`금리인상 계속`

문제는 향후 소비심리 위축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동안 개인 소비를 지탱해온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美 `금리인상은 계속된다`

`카트리나 충격`이 발생하긴 이전 지표긴 하지만 향후 부동산 시장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신규 주택 판매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카트리나 충격` 이후 부동산 시장이 추가로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8월중 신규주택 판매는 124만호(계절조정 연율환산)로 전달보다 9.9% 급감했다. 당초 이코노미스트들은 134만호로 소폭 둔화됐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반면 8월중 신규주택 재고는 2.6% 증가한 47만9000호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5개월치 판매분에 해당한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에 따르면, 지난해 집값 상승 덕분에 가계 소비 지출이 6000억달러 늘어났다. 부동산 시장 위축은 가계 소비를 제약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스코티아 캐피탈의 앤드류 파일은 "소비자신뢰지수의 추락과 신규 주택판매 감소를 종합해보면, (4분기) 소비 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연준의 추가금리인상까지 더해질 경우 소비 위축은 더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카트리나 이전 월가에서는 올해 미국 경제가 3%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렇지만 `카트리나발 쇼크`가 현실화될 경우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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