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터뷰)오기소 이치로 한국토요타 사장

한국인과 일본인의 장점이 적절히 섞인 CEO
"도요타 경영은 우직할 정도로 성실히 일하는 것 "
  • 등록 2005-03-14 오전 10:50:00

    수정 2005-03-14 오전 10:50:00

[대구=edaily 좌동욱기자] 한국인과 일본인의 장점을 섞으면 어떤 사람이 나올까.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토요타자동차의 `뉴GS` 신차시승회` 행사에서 만난 오기소 이치로(51) 사장이 그런 사람처럼 보였다. 오기소 사장은 겉으로 보기엔 전형적인 일본인이었다. 인사와 말투에 일본인 특유의 `친절`이 묻어났으며 무엇보다 도요타의 경영방식이 몸에 베여 있었다. 하지만 한국생활 3년째인 그는 한국식 문화에 익숙했다. 폭탄주 문화를 꿰고 있었다. 국내 스타들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오기소 사장은 국내에서 불고있는 `도요타 벤치마킹` 붐으로 일정이 빡빡했다. 그는 "강의 요청이 들어올 때도 있고, 국내 유수 대기업으로부터 만나자는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며 미소를 지었다. 도요타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렉서스` 판매량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 LG전자의 김쌍수 부회장이나 현대차 중역들도 가끔씩 만난다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오기소 사장은 도요타 문화의 특징을 "맡은 일에 대해 우직할 정도로 성실하게 하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정성상 마케팅 이사는 "오기소 사장은 대충대충 일 하는 직원을 제일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화는 도요타만의 독특한 `구죠쿠` 경영에서 비롯됐다. `구죠쿠`는 한국말로 "우직하다"는 뜻의 일본말로 도요타의 우수한 품질을 상징하는 문화다. 나사를 7번 반 조이라는 지시를 받으면 8번도 7번도 아닌 7번 반을 정확하게 조여야 하는 게 `구죠쿠` 경영이다. 한국토요타 직원들은 "때때로 갑갑할 때가 있다"는 눈치다. 바쁘다 보면 원칙을 비껴갈 수도 있는데 한번 세워진 원칙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게 한국정성상 익숙치 않기 때문. 하지만 한국토요타의 `우직한` 경영은 한국에서도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법인 설립 5년만인 지난해 5362대를 판매해 1위업체인 BMW를 147대의 근소한 차로 따라붙었다. 판매 증가율도 42%를 기록, 수입차 평균 판매 증가율인 19.8%의 두배를 넘었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수입차 시장 1위 등극은 문제없어 보일 정도다. 비결을 물었다. 소비자의 요구를 찾아내 이를 꾸준히 만족시켜 주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예컨대 23일 공식 출시될 스포츠 세단 `뉴GS`는 자동차키를 주머니에서 꺼낼 필요가 없다. 차가 차주인의 주머니 속 키를 스스로 인식, 도어락을 자동으로 푼다. 물론 시동키를 꽂을 필요도 없다" 오기소 사장은 지난 2003년1월 한국토요타 사장으로 부임했다. 올해가 3년째다. 업무차 한국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한국문화를 한국인들 만큼 잘안다. 한국인들의 폭탄주 문화가 대화꺼리로 나오자 말이 많아졌다. "폭탄주는 일본에는 없는 독특한 문화다. 폭탄주, 수류탄주, 도미노주 등 여러가지 폭탄주를 마셔봤다. 처음 폭탄주를 먹을 때는 다 마셔야 되는 줄 알아서 주는대로 다 받아마셨다. 하지만 남몰래 술을 버리는 것도 노하우라는 것도 배웠다" 본사 중역들이 한국에 왔을 때 폭탄주를 함께 마시곤 한다는 게 오기소 사장의 말. 가끔씩 직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도 폭탄주를 돌린다고 한다. 취미를 물었더니 DVD 시청을 꼽았다. 국내 드라마와 영화들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좋아하는 배우로는 송강호, 최민식, 심은하 등 연기파 배우들을 꼽았다. 올드보이,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영화를 인상적으로 봤단다. 한국차 품질에 대해 물었더니 "감탄한다"는 말을 연발했다. 그는 "현대차의 품질 향상 속도는 놀라운 수준"이라며 "도요타가 캠리 등 대중차를 들여오지 못하는 주요 이유도 한국차들의 가격대비 품질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차시장은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높아 서로간 경쟁이 느슨해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법인으로 발령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조직이 지시를 내리면 따르는 것이 셀러리맨이다"라며 "하지만 개인적으로 중국보다는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 좋고, 성장 잠재력도 크고, 한국에서 이루지 못한 일들도 많다"고 한국시장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한국토요타가 올해 한국 수입차시장에서 1위로 등극할 수 있을까. 우문에 현답이 나왔다. 오기소 사장은 "도요타는 순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하면 좋은 결과가 온다"고 `구죠쿠` 정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오기소 이치로 사장 약력 -77년 게이오 대학 경제학과 졸업 -77년 도요타 입사, 북미지역 상용차 마케팅 담당 -92년 도요타 본사 북미지역 마케팅 담당 매니저 -97년 도요타 남아프리카 마케팅 담당 이사 -01년 도요타 본사 남아프리카 지역 마케팅그룹 매니저 -01년 도요타 본사 프로젝트 부장 -03년 한국토요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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