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람 아닌 이동식발사차량 '영웅' 칭호…'ICBM 완성형' 강조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위원장과 둘째 딸 관련 보도
ICBM 부대 찾아 관계자들 격려 및 기념촬영
화성-17형 이동식발사차량(TEL) 영웅 칭호 부여
TEL 완성 통한 기습 발사 능력 검증됐다는 의도
  • 등록 2022-11-27 오후 4:35:22

    수정 2022-11-27 오후 4:49:48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영웅’의 사전적 정의는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북한은 사람이 아닌 대륙간탄도미사일(이하 ICBM) 이동식발사차량(이하 TEL)에 영웅 칭호를 부여하고 메달과 훈장을 수여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29일 ICBM급 화성-15형 시험발사 이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바 있다. 이번에 TEL에 영웅 칭호를 부여했다는 것은 발사 플랫폼의 성능개량을 완성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화성포-17형 발사대차 제321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웅 칭호와 함께 금별메달 및 국기훈장 제1급을 수여했다”고 보도했다. 발사대차는 TEL이다. TEL은 미사일을 이동(Transporter)시키고 세워서(Erector) 발사하는(Launcher) 플랫폼이라는 의미다.

북한은 이날 보도에서 지난 18일 화성-17형 발사 당시 숫자 ‘321’이 적힌 TEL에 영웅 칭호를 부여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날 기념사진에는 ‘322’ TEL이 등장했다. 이미 미사일을 발사한 321은 미사일 적재 칸이 비어 있어 미사일을 탑재한 322를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있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에 참여했던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발사 현장에 동행했던 둘째 딸과 이번에도 함께 등장했다. ICBM 이동식발사차량에 ‘322’라는 번호가 적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북한의 ICBM급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이뤄졌다. 당초 북한이 이곳을 인공위성 발사체 시험장 명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위성발사장이라고 부른다. 북한은 발사장 완공 3년만인 2012년 4월 이곳에서 광명성 3호 ‘위성’이 실린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했다. 또 2016년 2월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를 쏘아올릴 때도 이를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칭하지 않고 인공위성 발사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북한은 동창리에서 더이상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의 ‘2018 국방백서’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라며 ICBM급으로 평가한 ‘화성-14형’의 경우 1차 시험발사 장소는 평안북도 구성, 2차 시험발사는 자강도 무평리였다.

북한은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는 TEL 사진을 여러장 공개했었다. 그러나 실제 사격 시에는 화염과 후폭풍 때문에 TEL에서 발사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화성-14형 발사 시에는 TEL로 가져왔다가 고정식 발사대로 옮겨 사격한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고정형 발사대는 연구·개발 단계의 임시 발사방식으로 이동식 발사대의 손상 방지를 위해 운용한다. 이에 따라 지난 2019년 당시 청와대는 북한 ICBM은 TEL로 발사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바 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019년 11월 공개한 화성-14 발사 준비 모습이다. 사격 전 이동식 발사 차량에서 탄도미사일을 내려 지상 거치형 고정식 발사대에 세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북한은 그동안 이동식 ICBM 개발에 집중해 왔다. TEL은 기동성과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같은 장소에서 연속으로 ICBM을 발사했는데, 지난 3월에는 평양 순안공항 미사일 지원시설에서 가까운 곳을 발사 장소로 택했지만 이번엔 약 4㎞ 더 떨어진 곳에서 발사했다. 작전 반경을 넓힌 것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번 TEL에 대한 영웅 칭호는 TEL을 활용해 ICBM 기습 발사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로 ‘ICBM 완성형’이라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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