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업체인 애플을 이끌고 있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자신들의 최대 캐쉬카우(=수익창출원)인 ‘아이폰’을 뛰어넘으면서도 애플의 향후 성장에 필수적인 역할을 할 신제품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도널드 트럼프의 압박을 의식한 듯 처음으로 미국내 부품 조달규모를 공개하면서 미국 경제에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2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쿡 CEO는 이날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본사에서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2만6000명이 넘는 주주들을 앞에 두고 “지금은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우리는 현재 미래 신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연구개발(R&D) 분야에 쏟고 있다”면서 최근 애플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담고 있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를 비롯해 애플의 미래를 보고 있는 장기투자자들을 높이 평가했다.
지금은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서 대박을 내면서 꾸준한 실적 성장을 보이곤 있지만 일각에서는 애플이 여전히 혁신적인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또다른 대박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쿡 CEO의 이날 발언은 이같은 회의론에 대한 반박으로 읽힌다. 실제 이날도 스위스계 투자은행(IB)인 UBS는 “애플의 차세대 주요 혁신은 증강현실(AR) 분야에서 나올 것”이라며 애플이 AR 분야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이스라엘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거기에는 1000명 이상의 엔지니어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앞서도 쿡 CEO는 “AR는 크고 엄청나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AR이 애플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실제 애플은 프라임센스, 리얼페이스 등 다수의 AR업체들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날 주총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압박하고 있는 미국 공장 건설에 대한 질문에 제기됐고 이에 대해 쿡 CEO는 우회적으로 미국내 부품 조달 등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우선 “애플은 이 나라(=미국)를 사랑하며 이 나라가 아닌 다른 어떤 곳에서도 이 회사가 창업할 수도 없었고 또한 번성할 수 없었다는 걸 잘 안다”고 전제하면서 “현재 애플 임직원의 3분의2에 이르는 200만개 이상 일자리가 미국에 있으며 많은 부품업체들도 미국내에 있다”고 말했다. 또 처음으로 미국내 부품업체들로부터 한 해 평균 500억달러 어치씩을 조달하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아이폰의 유리 스크린과 접착제 등의 부품을 납품하는 코닝, 3M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이런 제조업 분야뿐 아니라 2008년 앱 스토어를 론칭한 이후 140만 명의 앱 개발자들을 창출해 전 세계에 이들의 앱을 수출하도록 한 것도 애플의 큰 기여로 꼽았다.
이어 그는 “최종 생산공장을 중국 등지에서 가지고 있지만 이것만 보고 애플을 판단하는 것은 애플의 막대한 미국내 공급망이라는 현실을 도외시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대단한 로비를 하는 회사도 아니고 정치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정책을 논의하는데에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앞으로 더 많은 방법으로 미국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항상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