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절판 앞둔 '통원특약' 과열경쟁

"지금 가입 안하면 손해…암치료도 포함된다" 속여
소비자에 '묻지마 가입' 유도…금감원 "판매 자제" 경고
  • 등록 2015-06-21 오후 12:03:53

    수정 2015-06-21 오후 4:03:06

△생보사 통원 특약 상품판매가 곧 중단되므로 가입을 서두르라는 한 보험대리점의 광고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직장인 문 모 씨는 이달 초 생명보험사로부터 통원의료비 특약이 포함된 실손의료보험 가입 권유 전화를 받았다. 해당 상담원은 “다음 달부터 통원의료비가 포함된 실손보험 상품판매가 중단되니 이달까지 가입해야 혜택을 볼 수 있다”며 가입을 서두르도록 권유했다. 최근 문씨는 같은 전화를 또 받아 가입을 강요받았다.

오는 7월 판매가 종료되는 생명보험사의 통원특약상품을 놓고 보험사의 판매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모럴헤저드를 일으켜 보험금 누수 현상이 심하다는 판단 아래 17개 생보사들이 중단키로 한 상품을 오히려 “지금 가입하지 않으면 손해”라며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선량한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어 금융당국이 해당 판매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1일 “최근 각 생보사에 공문을 보내 통원특약상품에 대한 과도한 판매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통원특약이 중단된다고 가입을 유도하는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설명해 특약가입을 유도하는 등의 불공정판매가 적발되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판매가 중단되는 통원특약은 감기, 배탈 등 가벼운 질병에 대한 치료를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할 때 진료비나 치료비 외에도 통원비용을 보험금으로 지급받는 것이다. 적게는 하루 5000원에서 수 만원까지 횟수와 관계없이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일부 보험가입자가 무분별하게 악용하고 있어 금감원이 지난 2월 생보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상품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작 이후 상품 판매에서는 이를 역(逆)이용한 이른바 ‘절판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절판마케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소비자에게 안내하는 불완전 판매 현황도 확인됐다. 암 치료는 가벼운 질병이 아니어서 내달 중단되는 통원 특약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판매과정에서는 치과·감기 등과 더불어 암 치료 역시 앞으로 중지되는 통원특약 대상 질병으로 소개하는 등 무분별하게 상품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

가벼운 질병의 범위도 모호한 측면이 있다. 금감원이 처음 통원특약의 판매제한 대상을 ‘감기, 배탈 등 가벼운 질환’이라고만 정해 어디까지가 가벼운 질환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생보사 관계자는 “실제 준비과정에서도 어디까지를 가벼운 질환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혼란이 있었다”며 “지금은 대략적인 질병 범위가 공유된 상태이지만, 보험사마다 100% 똑같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절판마케팅이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계약자들의 필요보다는 가입을 하지 않으면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감정에 호소한 이른바 ‘묻지마 가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특약 보험은 주보험에 부가되는 형태라 보험료가 더 비싼 주보험부터 꼼꼼히 따져야 한다.

아울러 정액보험처럼 중복보상도 되지 않는 만큼 기존 가입하고 있는 보험 중 중복되는 것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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