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저금리 정책으로 이를 조장했다는 비난에 대해선 또 다시 비껴갔다.
또한 최근의 신용시장 불안을 크게 번지게 했던 파생상품 시장과 관련해선 부채담보부증권(CDO)이 제대로 가치 산정이 되지 않아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17일(현지시간) 회고록 `격동의 시대; 신세계에서의 모험(The Age of Turbulence ; Adventures in a New World)` 출간을 즈음해 경제전문 잡지 포천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포천은 시장이 불안에 휩싸여 누군가 현자(oracle)이 나타나 안내해주길 바라는 시점인데다, 그린스펀 전 의장이 닷컴 버블과 주택시장 버블을 만든 주범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그의 회고록 출간이 시의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고록 출간에 즈음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계속해서 비관론을 주장하고 있어 시장 불안을 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지금은 이례적인 과열(extraodinary exuberance) 상황으로 무자비한 공포와 대대적인 이탈, 이례적으로 적은 유동성, 신용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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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확하고 특별한 결론에 대해선 알지 못하지만 버블의 뇌관을 제거할 만한 능력이 없다"면서 "도취(euphoria) 상태가 될 때까지 투기 열기가 멈추지 않았고, 따라서 급커브를 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얼마나 더 나빠질지, 경기침체(recession)까지 불러올 것이라고 보느냔 질문에는 "주택시장이 심각한 하강 국면을 보이고 있고, 주요 이슈는 이것이 소비지출에 영향을 미칠 지, 경제를 위축시킬 지 여부"라면서 "심각하게 주저앉고 있다는 건 의심할 나위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또 자신의 재임시절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시기였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상황은 더 이상 없다고 덧붙였다.
◇위기 조장 지적엔 반박
서브프라임 위기 조장의 주범 중 하나란 지적에 대해선 또 다시 반박했다.
그는 "당시엔 서브프라임이 있긴 했어도 미미했다"면서 자신이 고정금리 모기지(FRM;Fixed Rate Mortgage)에 부담하는 비용이 너무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한 뒤 사람들이 변동금리 모지기(ARM; Adjustable Rate Mortgage)로 몰려갔지만, 18개월 후 30년짜리 고정금리로 갈아탔다고 주장했다.
또한 닷컴 버블과 주택시장 버블을 조장한 주범으로 `미스터 통화완화(Mr. Easy Money)`로 불리고 있단 지적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계획경제가 순식간에 시장경제로 몰려드는 가운데 디스인플레이션이 심각했고, 이것이 금리를 낮출 수 있었고 경제 부흥과 자산 증가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또 수정된 경제지표들을 볼 때 닷컴 버블 붕괴에 따른 파장을 해석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주가가 급격하게 빠지고 많은 사람들이 돈을 잃었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치시스템 오작동..의료보험 등 걱정
자신과 함께 했던 역대 정권과 관련해선 "제랄드 R. 포드 전 대통령은 리차드 닉슨,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처럼 스마트하진 않았지만 아주 점잖은 사람이었다"면서 자신이 가장 좋아했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FRB의 독립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재정 문제에 있어선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의료보험이 특히 걱정되며, 장기적으로 정책이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의 재고가 많아 주택가격을 급격하게 내리고 있다면서 이것이 경제를 잠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CDO는 우려된다..가치산정 어려워"
파생상품 시장이 전세계 금융시스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맞다며 "걱정이 되는 것은 부채담보부증권(CDO)"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CDO가 너무 세분화했고 평범하지 않은 수학적 모델로 가격이 매겨져 있어 가치 산정이 어렵다"면서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이를 다루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파생상품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나갈 것이며, 이는 전세계적으로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RB 통화정책엔 간섭안해..경제에 대해선 말할 것"
그는 현 FRB 관료들과는 가능한 통화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지 않으려 한다면서 다만 자신의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FRB내 이발사에게 가는 건 예외라고 말했다.
그러나 퇴임 후에도 여전히 경제와 정책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하자 "그들에게 `내가 뭘 하길 원하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1948년 이래 전세계 경제를 지켜봐 왔고, 그것이 내 전문직업이다. 내가 벌목꾼이나 뇌수술을 하는 외과의사가 되라는 거냐"면서 "임기 후에 경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으면 FRB 의장 임명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