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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화된 성의 경계를 호시탐탐 넘보는 것이 지금까지는 수많은 꽃미남들(메트로섹슈얼부터 훈남, 완소남에 이르기까지)의 몫이었다면 이번 가을엔 여성들이 판을 이끈다.
미니멀리즘과 미래주의, 패션스타일링의 ‘만병통치’ 처방인 믹스 앤 매치(mix & match)의 거침없는 질주 속에 강하되 섬세하고 성숙하면서 동시에 소년 같은 여성들이 거리를 수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을 패션쇼핑에 나서기 전 꼭 기억해야 할 지침 몇 가지를 소개한다.
■ 짙은 회색이 최선이다
정장이나 원피스를 구입한다면 색상은 단연 짙은 회색이다. 김은정 쿠아 디자인실장은 “지난 시즌까지 최고 유행색이 검정이었다면 가을겨울 시즌엔 다양한 회색이 트렌드 컬러로 급부상했다”고 말한다. 엄격한 차콜 그레이(석탄처럼 짙은 회색)부터 섬세하고 여성적인 라이트 그레이(연회색)까지 회색은 도시적인 느낌으로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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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과 검정이 블랙&화이트 연출을 위해 여전히 인기를 얻을 것이고, 강렬하면서 차분한 느낌의 연녹색이나 겨자색, 보라, 와인색 등이 액센트 색상으로 제시되고 있다.
■ 소재의 질감을 따져라
미니멀리즘 경향 아래 여성복의 실루엣과 디테일이 간결해지면서 고급 소재의 중요성이 부쩍 강조되고 있다. 김수향 모그 디자인실장은 “사로 다른 고급 소재를 매치하거나 다양한 가공을 통해 표면의 질감을 살림으로써 장식 보다 소재 자체의 독특한 매력으로 승부하는 것이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울, 가죽, 실크 오간자 등 천연소재를 가공해 실리콘 같은 매끄러운 광택과 중량감을 더한 플라스틱가공, 무늬나 도안을 도드라지게 짠 클로케, 주름과 구김 등을 통해 입체감을 표현한 직물 등이 유행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 허리는 잘록, 어깨는 크게
여름 시즌 롱니트의 인기로 느슨하게 내려갔던 허리선이 가을에는 다시 원상복귀를 시도한다. 어깨는 크게, 허리는 잘록하게 강조해 모래시계 같은 실루엣을 연출하는 디자인이 많이 등장했다. 폭이 10cm를 넘는 빅 벨트가 느슨하게 엉덩이에 걸쳐지는 대신 고무줄처럼 재킷 허리선에 철석 달라붙고, 골반바지 대신 가슴 밑까지 바지허리를 바짝 끌어올려 날렵한 허리를 강조한 바지들도 과감한 유행상품으로 눈길을 끈다. 원피스부터 바지, 재킷, 코트류에 이르기까지 벨트를 댄 아이템들이 선호된다.
■ 넥타이와 조끼를 갖춰라
■ 호피무늬, 타탄체크, 트위드
여성의 관능미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레오파드 프린트, 즉 호피무늬가 부각되고 있다. 코트 전체에 호피무늬를 넣은 것부터 면분할 효과를 노리고 등이나 어깨부위에만 살짝 얹은 것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 타탄이나 체크무늬도 유행이다. 정장류에 특히 많이 채용되어 클래식하면서 우아한 분위기를 살려준다.
■ 스키니는 잊어라
하체에 찰싹 달라붙는 스키니 바지의 유행이 썩 달갑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가을엔 다소 안도해도 좋겠다. 캐주얼보다 격식을 차린듯한 느낌이 중시되면서 바지도 실루엣에 여유를 준 스타일들이 많다. 캐주얼 바지쪽에서는 승마바지 처럼 엉덩이와 허벅지 부위에 약간의 볼륨을 준 스타일, 정장쪽에서는 바지폭이 밑단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와이드팬츠가 시즌 유행상품으로 인기를 얻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