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원장 박승우)은 엄마 뱃속에서 25주 5일만에 260그램(g)으로 국내에서 가장 작은 몸무게로 태어난 예랑이가 지난 5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고 1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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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덕에 기계장치의 도움없이 스스로 숨쉬고, 젖병을 무는 힘도 여느 아기 못지 않다. 지금은 국내 ‘최소체중’ 출생아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예쁜 미소를 연신 짓는다. 퇴원 후 첫 외래 진료일이었던 11일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을 찾았다.
예랑이는 엄마와 아빠가 결혼한 지 3년 만에 찾아온 귀한 생명이다. 예랑이의 존재를 확인한 날이 11월 11일이라 ‘(빼)빼로’로 불렸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줄 알았던 예랑이는 임신 21주차부터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자궁내성장지연을 확인한 삼성서울병원 모아집중치료센터(센터장 장윤실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움직임도 이 때부터 바빠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14년 고위험 산모와 태아, 신생아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다학제 진료 기반 모아집중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예랑이와 같은 아기를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살리기 위해서다.
예랑이의 기적도 모아집중치료센터(모아센터)의 그간 경험이 빛을 발한 결과다.
모아센터 의료진의 마음도 급해졌다.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 함수지 임상강사 등 고위험산모팀은 예랑이 엄마의 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마그네슘을 투여하는 등 예랑이의 안전한 출산을 준비했다.
예랑이는 너무 작아 의료진들이 제왕절개수술을 결정하기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예랑이는 엄마가 입원한 지 나흘 만인 4월 22일 태어났다. 두꺼운 자궁벽을 뚫고 조심스레 꺼낸 예랑이는 집도의였던 함수지 임상강사의 손바닥 크기에 불과했다.
예랑이는 출생 직후 호흡부전, 패혈성 쇼크로 인하여 인공호흡기 치료, 항생제, 승압제, 수혈 등의 고강도의 치료가 필요했다. 첫 번째 고비는 생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태변으로 장이 막히면서 시작됐다. 수술을 감당키 어려울 만큼 아직 작았다. 소아외과에서 매일 예랑이를 살피는 가운데 신생아팀의 양미선, 황지은, 박성현, 이나현 교수가 매일 조금씩 태변을 꺼내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예랑이가 신생아중환자실에 온 날부터 줄곧 지정의로서 치료했던 양미선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양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모두 예랑이가 첫 변을 본 순간을 잊지 못한다”며 “예랑이가 반드시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신생아중환자실의 간호사들의 열정도 예랑이의 고군분투에 힘을 불어넣었다.
예랑이의 작은 몸에 필요한 영양과 약물 주입이 가능하도록 말초삽입형 중심정맥관을 확보하고, 고습도의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이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신생아중환자실 전문간호사의 역할이 컸다. 특히 민현기 신생아중환자실 전문간호사는 예랑이 엄마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임신 합병증으로 엄마의 눈이 잠시 안 보일 때 예랑이에게 먹일 모유 유축을 민현기 간호사가 도왔다.
엄마도 출산 후 몸을 추스리고 매일 병원을 찾아 예랑이의 상태를 살폈다. 건강 문제로 병원을 다녀가기 어려울 때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의 전화와 문자를 확인하며 예랑이의 건강을 간절히 기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2년 1·2차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예랑이보다 조금 더 큰 500g 미만의 신생아도 생존율은 36.8%에 불과하다. 예랑이처럼 300g 미만으로 태어나면 생존한계 바깥 범위여서 생존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희박하다.
장윤실 센터장은 “예랑이는 앞으로 태어날 모든 저체중 미숙아의 희망이 될 아이”라며 “의학적 한계 너머에서도 생명의 불씨를 살릴 더 많은 기회를 찾기 위해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