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화국 마지막' 故김용철 대법원장의 삶, 책으로 나왔다

법원도서관, '법관의 길 김용철' 발간
광복 후 판사 임관…제9대 대법원장
일본어로 기재된 호적 우리말로 바꿔
민사·형사소송규칙 제정 등 업적 기술
  • 등록 2024-03-12 오전 9:26:34

    수정 2024-03-12 오전 9:26:34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법원도서관은 대한민국 법원 구술총서 6 ‘법관의 길 김용철’을 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1988년 6월 20일 고(故) 김용철 제9대 대법원장 퇴임하는 모습. (사진=대법원)
고(故)김용철(사법연수원 3기) 전 대법원장은 1924년 경북 성주에서 출생해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49년 제3회 변호사시험에 합격, 해군법무관을 거쳐 1957년 대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1973년 춘천지방법원장, 1975년 대법관(당시 대법원판사)에 임명돼 1981년 법원행정처장을 겸했고 1986년 제9대 대법원장에 취임했다. 이후 지난해 3월 14일 향년 99세의 일기로 작고했다.

김용철 전 대법원장은 광복 후 법학교육을 받고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장이 됐다. 김 대법원장이 일제강점기 징병·징용을 피하다 광복을 맞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과정은, 개인의 생애사이면서 광복 후 부족한 판사를 충원하던 여러 법관임용제도의 운영과정을 방증한다.

그가 지방법원 판사 재임 시 지역 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경험한 부정개표 상황은 당시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법원의 창구로서 사법행정을 맡게 된 춘천지방법원장 시기에 일본어로 기재된 호적을 우리말로 바꾼 경험은 이후 전국에 영향을 미쳤다.

법원행정처장 재임 시 ‘민사소송규칙’, ‘형사소송규칙’을 제정해 법정운영의 근거를 명확히 하는 한편 전산실을 마련한 기억, 그리고 대법원장 재임시 서초동 법원청사 건립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행정부와 조율하며 ‘사법시설 등 조성법’을 개정한 일화, 국민과 소통하고 사법부 구성원과 인화를 중시하던 사법행정의 철학 등 대법원장의 삶은, 바람직한 법관의 길을 돌아보고 재판과 사법행정에 대한 당시의 고민을 공유하는 한편, 사법부의 역할과 기능에 관해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법원도서관 ‘구술채록 사업’을 통해 발간된 이번 책은 각급법원 도서실과 유관기관, 공공도서관 등에 배부되고, 법원전시관, 사법역사문화전시실 등 법원사 자료 상설전시공간에도 비치된다. 법원도서관 홈페이지의 ‘전자책·오디오북’에서 전자파일을 열람할 수 있다.

법원도서관 제공
김용철 전 대법원장의 육성과 생전 모습이 담긴 구술영상은 법원도서관 법마루 영상자료실에서 시청할 수 있다.

법원 주요 인사의 구술기록은 공식 기록물에 나타나 있지 않은 중요 활동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법원도서관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역대 대법원장 등 법원 주요 인사 23인의 구술을 채록했다. 인터뷰 영상과 음성, 사진, 녹취문 등의 자료는 구술기록으로 보존하고, 구술자가 정한 공개 시기와 범위에 맞게 일반에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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