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으로 우려가 커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상화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사업장 가격 산정을 둘러싸고 대주단과 사업자 간의 이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애초 업계에서도 사업장 평가 가격 산정이 난제가 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PF 사업장 정상화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는 골칫덩어리가 됐다. 정리 사업이 정상속도를 내지 못한 채 장기화하면 결국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금융권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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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플랫폼’에 등록된 전국 80여개의 부실 우려 사업장 중 새 주인을 찾은 곳은 한 곳도 없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민간 자산운용사와 함께 1조원이 넘는 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출범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사업장 가격을 두고 대주단과 운용사 간 간극이 커서다.
상대적으로 PF 사업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저축은행업계가 “꼭 제값을 받아내겠다”며 만기연장 등의 금융 지원으로 버텨 PF 사업장 정리는 더더욱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운용사는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다고 해도 PF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어 사업장의 가치가 더 떨어져 제값을 받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탓에 양측이 사업장 가격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시간만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작년 자체적으로 ‘PF 부실채권 정리펀드’를 1000억원 규모로 조성했지만 펀드 자금은 거의 그대로 있다. 지난달 15일 약 90억원 규모의 부실 PF 사업장 단 1곳을 매입한 데 그치고 있다. 부동산PF는 제2금융권에 직접적인 부실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3분기 기준) 제2금융권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193조 6000억원에 이른다. 2년 사이 24.9% 급증했다. 같은 시기 비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은 건설업 5.51%, 부동산업 3.99%에 달했다. 2022년 동기(1.77%, 1.55%) 대비 3배 수준으로 뛰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 바로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상업용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높은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다”며 “관련 대출이 이들 부동산 PF대출 중 약 30∼50%를 차지한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갑자기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 지금보다도 못한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부동산 PF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PF 사업장의 재구조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