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SVB發 금융불안, 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 확대시켜"

뉴욕사무소, 美 경제상황과 평가 보고서
고용시장은 타이트해…서비스 물가, 디스인플레 징후 없어
10일 기준 연말 정책금리 4.89% 반영
美 당국, 전액 예금자 보호 조치 등으로 시장 안정 유도
  • 등록 2023-03-13 오전 9:32:14

    수정 2023-03-13 오전 9:32:14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관련 금융시장 불안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사무소는 13일 ‘최근 미국 경제상황과 평가’라는 제하의 보고서에서 “연준은 향후에도 물가목표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해 긴축적 통화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최근 SVB발 금융시장 불안은 금융안정 측면에서 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SVB 고객들의 예금 전액을 보증한다고 밝혔다. 예금보험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한도는 25만달러이지만 이와 무관하게 초과분에 대해서도 전액 보증키로 했다. 또 SVB파산 이후 가상자산 전문은행인 시그니처은행에서도 뱅크런 사태 등이 일어나자 시그니처은행을 전격 폐쇄하고 이 역시 예금을 전액 보증키로 했다.

이에 뉴욕지수 선물이 1%대 안팎으로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되찾는 모습이다. 다만 SVB발 금융시장 불안이 연준의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달 21~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스텝 인상을 할 확률이 한 때 80%에 달했으나 이날 22% 정도로 낮아졌다. 최종금리도 5~5.25%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다. 최근엔 금리 상단 기준으로 5.75~6%에 달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금융시장에선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3월 FOMC에서 제시될 경제 상황 전망과 SVB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연준 정책 기조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10일 금융시장 지표에 반영된 올해말 기준금리는 4.89%이며 조사대상 시장참가자들이 모두 최종 금리 수준을 5% 이상으로 예상한 가운데 다수의 시장참가자들은 5.5~5.75%를 전망했다.

한편 미 경제는 양호한 고용시장으로 성장세 둔화 흐름이 완만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10일 발표된 2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는 31만3000명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으나 실업률은 3.4%에서 3.6%로 높아졌다.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전월비 0.2%로 1월(0.3%)보다 소폭 하락했다. 전년동월비로는 4.4%에서 4.6%로 오히려 확대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고용 사정은 노동수급 불균형이 완만하게 완화되는 가운데 취업자 수가 꾸준히 늘고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물가에 대해선 “서비스 가격이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감에 따라 전반적인 물가 오름세 완화 속도가 지연되면서 높은 수준의 기조적 물가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14일 발표될 2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 6.2%로 전망되고 있다.

근원물가를 품목별로 보면 재화 가격은 하락했으나 주택 서비스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나 최근 임대표 증가세가 둔화돼 오름세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택을 제외한 서비스 부문은 디스인플레이션 징후가 거의 없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FOMC는 인플레이션을 2%대로 안정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는 예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차대조표를 대폭 축소하는 과정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예상보다 견조한 최근 경제지표로 인해 최종 금리 수준은 이전 전망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보다 신속한 긴축이 요구되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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