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0~40대(7090세대) 인구는 수인성 전염병 가운데 A형간염에 대한 항체를 갖는 양성률이 20~40%대에 그치고 있어 적극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예방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또 20~30대 임산부도 A형간염 감염으로 인한 조산 유발 등 후유증을 고려할 때 안전한 신생아 출산을 위해 백신 접종을 적극 고려해봐야 한다.
과거 위생이 불량하고 흙장난하며 커오던 세대에서는 A형간염은 자기도 모르게 감기를 앓고 지나가는 것처럼 걸렸다가 회복돼 항체가 생성되고 면역력을 갖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경제발전으로 위생 상태가 좋아지면서 A형간염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인구가 줄고 자연면역도 형성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그러다 2009년 A형간염 환자가 1만5231명으로 급등한 게 보건전문가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에는 오염된 조개젓 등 젓갈류가 감염유행원으로 지목됐다. 2009년을 정점으로 2008년과 2010년은 각각 7895명, 765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후 5000명 이하로 관리되던 A형간염 환자는 2019년 1만7598명으로 또 한번 치솟아 방심의 허를 찔렀다. 2019년에도 원인이 조개젓인 것으로 추정하고 넘어갔으나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A형간염 10년 주기설에 따라 10년마다 대유행이 온 것이라고 둘러대는 일도 벌어졌다.
A형간염은 1군 감염병이지만 전국민 의무접종은 아니다. 2015년부터 국가필수예방접종(NIP)로 지정돼 이후 출생자는 접종률이 95%를 넘어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A형간염에 취약한 연령대인 7090세대는 A형간염 항체검사를 받고 음성이면 예방접종을 받는 게 권고된다. 군 복무자들은 입대와 동시에 A형간염 백신을 맞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7090세대 중 여성이나 군 미복무자는 A형간염에 걸릴 위험을 안고 있다.
미국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2021년 제정한 A형간염 접종대상은 △12~23개월의 소아 △감염 위험이 높은 경우 특히, 풍토지역(동남아 중남미 인도 아프리카 등)으로의 여행 또는 장기 체류 예정 시 △감염 시 증상이 심할 위험이 높은 경우 △임신부 중 A형간염에 걸릴 위험이 높거나 감염 시 증상이 심할 위험이 높은 사람 △유행 시 백신 미접종자 중 감염 위험이 높거나 감염 시 증상이 심할 위험이 높은 사람 △고위험군 성인의 비율이 높은 시설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A형간염에 대한 면역을 얻기 원하는 사람 등이다. 국내 의학회도 이를 준용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임산부에 대한 A형간염 백신 접종 권고다. 20~30대 여성 임산부에서 A형간염 발생이 우려되는데 A형간염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은 상세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신 연구는 조기 진통, 태반 조기박리, 양막 조기파열 등을 유발해 조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산부에서 A형간염 백신의 안전성은 아직 확립되지 않아지만 불활성화 백신이어서 이론적으로는 태아에 대한 위험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A형간염으로 인해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 위험도가 올라가고, 백신 접종으로 이런 위험도는 낮아지므로 양면을 고려해 접종에 긍정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국내에 출시된 A형간염 백신은 보령바이오파마 ‘보령A형간염백신’, 사노피파스퇴르 ‘아박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하브릭스’, 한국MSD ‘박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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