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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서울대 위기론이 나온 것은 근본적으로 서울대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세정(65) 신임 총장은 지난 8일 열린 취임식 자리에서 대뜸 `서울대 위기`라는 화두를 꺼내 들었다. 그는 위기에 빠진 서울대를 구하기 위해서는 외부 여건 변화를 기대하지 말고 내부에서 먼저 자성(自省)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7월 최종 총장후보였던 강대희 의과대학 교수가 성추행·논문 표절 등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사상 초유의 총장 공백사태를 반년 이상 끌어온 만큼 오 총장 체제에서 풀어가야 할 난제들은 켜켜이 쌓여있다. 선거 내내 서울대 총장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던 오세정 신임 총장이 진정한 소방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원직 내던지며 삼수 끝 총장에…서울대 위기 해결할 소방수?
오 총장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최초의 서울대 총장이다. 스탠포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지난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조교수로 임용된 후 2016년까지 32년간 모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학장과 기초과학연구원 원장,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2016년에는 국민의당 소속 비례대표로 제 20대 국회의원이 됐고 지난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으로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했다.
오 총장은 이미 지난해 9월 제27대 서울대 총장 재선거가 시작될 무렵부터 소방수 역할을 자처해왔다.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 20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의원직까지 내던지며 서울대의 위기 수습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2010년과 2014년 총장 선거에 나서 두 차례 모두 아깝게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삼수’만에 총장에 오른 만큼 그 의지가 더욱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오 총장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서울대 법인화 제자리 찾기 △법인 서울대 재정 확보 △서울대 공공성 회복 등 크게 3가지 공약을 야심차게 내걸었다. 취임식에서도 그는 “서울대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대학이 될 것”이라며 “서울대가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 국내외에서 존경받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대학으로 거듭나려면 관행을 좇는 안일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화 정상화…노조파업·시흥캠 반대농성도 발등의 불
소방수를 자처하며 위기 해결 의지를 보여온 오 총장은 2023년 1월까지 4년의 임기를 시작했고 그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 서울대를 둘러싼 위기를 풀어내기엔 녹록지 만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서울대는 지난 2011년 법인화 이후 재정 확충을 통해 운영 자율성 확보를 기대했지만 정부지원금이 줄어드는 등의 어려움을 겪어오고 있다. 오 총장은 이를 중대 현안으로 인식하고 지난해 선거 소견발표회를 통해 “현 예산 구조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서울대 법인화 제자리 찾기’라는 이름으로 서울대 법인화법 개정 추진 및 지방세·국유재산 관리의 양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취임을 전후해 새로운 숙제들도 생겨나고 있다. 취임식 전날인 7일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은 대학 본부와 행정관, 공대 건물 등 3개 건물의 기계실을 점거한 뒤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이 점거한 건물들은 난방 가동이 중단돼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오 총장의 취임식이 열린 8일에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면 파업을 공식 선언하고 다음 주 내로 청소 노동자 400여 명을 포함한 추가 파업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쉽게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2017년 시흥캠퍼스 사업에 반대하며 본관 점거 농성 등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고 학교측과 징계무효소송을 이어가는 학생들도 취임식 직전 문화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오 총장은 아무런 답변 없이 취임식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오 총장이 1심 판결이 나오면 혹시 학교에 불리하게 나오더라도 항소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항소 취하와 재징계가 없을 것을 확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