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北 미사일 두 차례 요격 기회…한국은 한 번도 '불완전'

日, 美 미사일방어 구상에 적극 참여
1차 해상요격 SM-3, 2차 지상요격 패트리엇 구축
한국은 美 MD 편입 논란에 '허송세월'
독자 방공체계, 항공기요격용 PAC-2가 유일
2020년대 이후에나 방공망 KAMD 갖춰
  • 등록 2017-10-06 오후 12:03:57

    수정 2017-10-06 오후 12:04:54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따라 미국이 미사일 방어 예산을 추가로 책정했다고 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미 국방부가 이번 회계연도 미사일 방어 예산으로 이미 82억 달러(약 9조 4000억 원)를 배정했지만, 4억4000만 달러(약 5045억 원)를 추가 투입키로 한 것이다.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해 미 국방부는 이번 예산을 차기 예산 편성 시기가 아닌 기존 미사일 방어 예산에서 전용하게 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요격미사일 수 등 무기체계를 확충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주요 국방과제를 공개하면서 그 중 하나로 이란이나 북한 등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최첨단 미사일 방어시스템(MD)을 개발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번 미사일 방어 예산 추가 투입은 이같은 MD 체계의 현대화 정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北 핵·미사일 위협↑…美 미사일방어 체계 고도화 추진

미사일 방어(MD: Missile Defense)는 미국 본토 뿐 아니라 동맹국에 적국의 미사일이 도달하기 전 요격미사일로 파괴한다는 구상이다. 냉전시대인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처음 등장한 단어다. 현대적 의미의 MD는 지난 2001년 테러리스트가 항공기를 이용해 미국 본토를 공격한 9·11 테러 이후 구체화 됐다.

9·11 테러 이전까지 미국은 어떠한 전쟁도 미국 본토를 위협하지 못한다는 자신감 속에 살았던게 사실. 하지만 9·11 테러를 계기로 미국 본토 방어의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미국은 안보전략과 대테러 전쟁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했다. MD 개념은 미 국방부가 2002년 1월 미 의회에 보고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통해 공론화 됐다. NPR에 따르면 MD 시스템은 기존의 핵 공격력 중심 전쟁 억지전략에서 벗어나 방어력 강화에 주력하는 국방 정책 변화에 따른 것이다.

패트리엇 PAC-3·MSE 시험발사 모습 [출처=록히드마틴 홈페이지]
과거 MD는 크게 국가미사일방어(NMD: National Missile Defense)와 전역미사일방어(TMD: Theater Missile Defense)로 구분됐다. NMD는 미국 본토 방위 개념이고, TMD는 미국의 군사동맹국들에게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는 NMD와 TMD의 구분없이 통합해 탄도미사일방어시스템을 의미하는 BMD(Ballistic Missile Defense)라고 부른다.

BMD는 기존대로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한 NMD 작전 개념에 근거해 부스트 단계·중간경로단계·종말단계로 나눈다. 해외주둔 미군 보호용 BMD는 TMD 개념에 의해 부스트 단계·종말단계 상층방어·종말단계 하층방어로 구분하고 있다. 종말단계 상층방어 체계가 사드(THAAD)고, 종말단계 하층방어 체계는 패트리엇(PAC-2·PAC-3)이다.

韓 자체 요격 능력 미비…日은 ‘이지스어쇼어’까지 추진

북한의 핵·미사일 타격권에 있는 일본은 미국의 BMD 구상을 적극 받아들여 독자적인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주요 도시 별로 2회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SM-3 요격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구축함으로 해상에서 1차로 요격하고, 이에 실패할 경우 주요 도시 근처에 배치된 PAC-3 요격미사일로 2차 요격에 나서는 구조다.

특히 북한이 지난 8월 29일과 9월 15일 일본 상공을 넘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함에 따라 일본 내에선 추가 요격 미사일 체계 구축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상용으로 개조한 SM-3 미사일로 지상에서 상층 방어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이른바 ‘이지스어쇼어(Aegis Ashore)’다. 이는 기존의 해상 배치형 요격미사일에 비해 상시적인 요격 태세를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격미사일은 현재 일본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블록1A’를 개량한 ‘SM-3블록2A’가 될 가능성이 크다. 블록 1A의 요격고도는 150~500km 수준인데 반해 블록2A는 1000여km 이상에서 요격할 수 있다.

우리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 요격용 패트리엇 PAC-2 사격 모습 [사진=공군]
이와는 다르게 한국의 자체 미사일 방어망은 현재로선 요격 기회가 1번도 채 되지 않는다. 우리 군은 현재 공군의 패트리엇 체계로 탄도미사일 방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PAC-2 버전은 기본적으로 항공기 방어용이기 때문에 탄도미사일 방어에는 제약이 따른다. 직접 격추가 아닌 적 미사일 주변에서 파편으로 타격을 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미사일 잔해가 지상에 떨어져 주민 피해 가능성이 있다. 1발의 적 미사일을 향해 2발 이상을 동시에 발사해 요격 성공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 군이 구축하고 있는 한국형미사일방어망(KAMD)는 종말 단계 하층방어로만 구성된다. 대기권 밖 상층부에서 요격할 수단이 없는 셈이다. 요격고도 40km 수준의 국산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은 5차례의 요격시험을 거쳐 지난 6월 전투용적합판정을 받은바 있다.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해 2019년에야 실전배치가 예상된다. 요격고도 60km 수준의 국산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은 현재 탐색개발을 마무리한 상태다. 실전배치는 2020년대 초반을 넘겨야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개발 성공 여부나 최종 능력에 대한 신뢰성이 충분치 않은게 사실이다. 해상 요격체계로 SM-3 도입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게 아니다.

탄도미사일방어망 구축은 美 MD 참여?

일본과 한국의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가 이처럼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탄도미사일방어망 구축 = 미 MD 참여’라는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국이 미국의 BMD 구축을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눈치를 너무 보다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북한의 핵 위협이 대두된 시기나 우리가 탄도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시작한 것은 일본과 비슷한데, 차이가 발생한데는 ‘미 MD 참여’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BMD나 주한미군의 BMD가 중국이 미국을 향해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면서 “중국의 ICBM은 모두 내륙에 배치돼 있어 시베리아-알래스카 상공을 경유해 미국을 공격하지, 한국 상공을 경유하지 않아 요격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과 주한미군의 BMD는 종말단계 요격을 위한 것으로 자신을 공격해 오는 상대의 탄도미사일은 요격할 수 있지만, 다른 목표를 향해 비행해 나가는 탄도미사일은 요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드 요격미사일 시험발사 모습 [사진=록히드마틴 홈페이지]
현재 주한미군의 사드(THAAD) 임시배치로 한국은 주한미군 자산을 통해 어느 정도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주한미군은 또 제35 방공포여단 예하 2개 대대에서 12개의 패트리엇 포대를 운용하며 한반도 방어에 기여하고 있다.

문제는 사드가 대한민국 전체의 2분의1에서 3분의2 정도만 방어할 수 있는 체계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기존 PAC-2 패트리엇 체계를 PAC-3·Conf3로 개량하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로는 수도권 방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량형 PAC-3 체계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우리 군은 PAC-3·MSE로도 체계를 개량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PAC-3·Conf3 체계에 MSE 요격 미사일만 구입해 바로 활용할 수 있다. PAC-3·MSE는 PAC-3·Conf3 보다 요격 가능 고도가 5km 더 높고 요격성공률도 5~10% 가량 개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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