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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장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짙었다. 라이선스 뮤지컬에 편중으로 인해 창작뮤지컬은 상대적으로 동반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창작뮤지컬도 라이선스 뮤지컬과 대등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동시에 받은 작품들이 탄생했고 정부의 지원책도 발표됐다. 뮤지컬계 스스로도 한국뮤지컬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힘을 뭉쳤다.
정부, 창작뮤지컬에 30억 쓴다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세계와 함께하는 대한민국 문화예술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K팝을 선두로 한 한류의 지속성장을 위해 문화예술 분야의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한 것이다. 당시 문화부가 발표한 여러 지원책 중 앞자리를 차지한 것이 바로 창작뮤지컬 관련 전략이었다. 창작뮤지컬이 K팝에 이은 한류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확률이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문화부는 창작뮤지컬의 육성과 지원을 위해 30억원 예산을 확보했다. 정부가 민간에서 만든 뮤지컬을 직접 지원한 건 유례가 없던 일이었다. 또한 200억 규모의 문화예술전문펀드를 조성해 이 중 120억을 정부예산으로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던 배경에는 창작뮤지컬이 라이선스 못지않은 작품성과 흥행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2011년 4월 초연됐던 `광화문연가`는 창작뮤지컬로서는 이례적으로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매진시켰다. 이를 계기로 창작뮤지컬도 대극장을 가득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뮤지컬 제작자 사이에서는 생겨났다. 결국 `광화문연가`는 지난 2월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재공연되며 다시 한번 객석을 가득 채우는 기염을 토했다.
뮤지컬 `서편제`도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확인한 작품이었다. 2011년 초연은 600석 규모의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했지만 올해 3월 재공연에서는 1200석 규모의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로 극장을 확장했다. 그럼에도 초연 당시 저조했던 흥행은 재공연에선 180도 다른 상황을 보였다.
창작 맥 잇는다…`서울뮤지컬페스티벌`
이처럼 뮤지컬계에서는 지난 1년간 창작뮤지컬의 약진과 정부의 지원책 발표 등에 힘입어 라이선스 뮤지컬이 강세인 국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를 기회로 종사자들 간에 단합을 통해 보다 나은 창작뮤지컬을 만들자는 움직임도 일어났다. 이런 움직임이 구체화 된 것이 8월6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홀에서 개최되는 제1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이다.
한국뮤지컬협회와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이 주도적으로 마련한 이번 페스티벌은 창작뮤지컬을 대상으로 한 `예그린 어워즈`를 비롯해 공연프로그램 `갈라쇼`, 지원프로그램 `예그린 앙코르`, 학술프로그램 `국제뮤지컬워크숍` `컨퍼런스’ 등 다채로운 행사로 구성됐다. 특히 예그린 악단의 `살짜기 옵서예`를 한국 창작뮤지컬의 효시로 규정하고 그 명맥을 잇겠다는 의미에서 `예그린 어워즈’를 마련한 것은 창작뮤지컬에 대한 자긍심과 향후 발전에 대한 뮤지컬계의 선언과 다름없다.
이에 대해 송승환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지난 9일 열린 개최기념식에서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을 준비하던 지난 1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라이선스 작품이 공연시장을 넓히고 배우와 스태프의 기량을 올리는 데 기여했으나 이제는 우리 것을 가지고 나가야 할 때가 왔다. 창작뮤지컬이 뮤지컬시장의 과반을 선점하고 있지만 인지도는 낮다. 이제 내부의 관심을 일으켜 뮤지컬 종사자들이 먼저 창작에 관심을 갖고 그 관심을 토양으로 꽃 피우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