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에서는 민주통합당 인사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고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도 한나라당의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역주의 타파는 우리 정치의 절대명제였지만 매번 선거 때마다 악몽처럼 되살아나는 지역감정의 여파로 해결하지 못한 해묵은 과제다.
여야 정치권은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고 장담한다. 과거 선거를 보면 영남과 호남에서는 각각 민주통합당과 한나라당의 후보 자체를 찾기 어려웠다. 가뭄에 콩나듯이 후보가 있다 해도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고 후보들 역시 당선보다는 출마 자체에 의미를 뒀다.
민주당이 달라졌다. 이른바 '문성길(문재인·문성근·김정길)' 트리오 3인방이 부산지역에 출사표를 던졌고 조경태 의원은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부산지역에서 3선에 도전한다. 1.15 전대에 출마한 3선 중진 김부겸 의원은 수도권 출마를 포기하고 대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실제 부산 민심 또한 예전 같지 않다.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등식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은다. 현 정부의 실정에 따른 피로감과 동남권 신공항 무산과 지역경제 사정 악화 등으로 민주당이 진입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이 커지고 있다.
역대 선거 때마다 호남을 방치해왔던 한나라당도 이번만은 다르다. 일부 후보들의 선전으로 불가능해보였던 광주에서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들이 배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이 탄생하면 84년 총선 이후 거의 30여년 만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이정현 의원이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다. 무등일보가 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의원은 다자간 가상대결에서 현역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김 의원은 20.3%이고 이 의원이 17.8%로 지지율 격차는 2.5%에 불과하다.
광주 서구갑에 출마한 정용화 한나라당 광주·전남발전특별위원장의 선전도 주목할 만하다. 정 위원장은 무등일보 여론조사에서 현역인 조영택 민주당 의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조 의원이 24.2%였고 정 위원장이 13.1%였다.
정 위원장은 "지금 분위기는 민주당보다는 무소속이 대세"라면서 "지역민들이 민주당 장기집권 체제에 염증을 느끼면서 새로운 경쟁구도를 열망하고 있다"며 이변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