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차린 국회'..저축銀 피해자 원금보장 증액

보장한도 6000만원 증액 합의..당국 "금융질서 훼손" 반발
저축은행에 비과세 예금 허용도 합의.."리스크 확대 우려"
  • 등록 2011-10-28 오전 10:16:33

    수정 2011-10-28 오전 10:24:28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여야 정치권이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원금보장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은근슬쩍 합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금융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8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7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국회 저축은행 특별위원회(특위)가 밀어붙이려다 좌초된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 방안을 슬그머니 의결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2008년 9월부터 2011년 말까지 영업정지된 19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에 대해 예금은 6000만원 한도에서 전액 보상하고, 6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는 보상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보상금액에 따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북과 으뜸, 전일, 삼화, 부산, 부산2, 중앙부산, 대전, 전주, 보해, 도민, 경은, 제일, 제일2, 토마토, 대영, 프라임, 파랑새, 에이스저축은행 등의 고객들이 보상대상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는데 지난 특위 당시 우제창 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안이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이성헌,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도 이 안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특정인에게만 예금보장한도를 6000만원까지 허용해주는 것은 물론 `2008년 9월부터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피해자`까지 거슬러 올라가 예외적으로 소급적용하는 것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존 5000만원의 예금보장한도도 저축은행 경영진과 예금자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오히려 이를 거꾸로 늘려준 것은 금융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이란 지적이다.

더 나아가 정무위 법안소위는 6000만원 초과 예금자들과 후순위채 투자자에 대한 보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에 비과세 예금을 허용하는 방안도 의결했다.

저축은행에 3년 동안 한시적으로 3000만원 한도의 비과세 예금(농어촌 특별세 1.4%만 부담)을 허용, 이자소득세 감면액 중 50~70%를 저축은행에 출연받아 피해자 보상 재원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현행법상 비과세 예금은 신협, 새마을금고, 수협 등 상호금융회사들에게만 허용되고 있다.

최근 상호금융회사들은 비과세 예금한도를 과거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려주는 바람에 들어오는 예금을 굴릴 곳이 마땅찮아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에도 이를 허용하면 수신 급증에 따른 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국회 정무위에서 합의한 안이 그대로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 방안을 의결했지만 정부는 좀 더 논의해보자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며 "아직은 결정된 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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