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15%의 승부수…주주 옭아매기 성공할까

매수청구 할수도 안할수도..주주들 `고민`
2002년 굿모닝-신한증권 합병때도 35% 조건 걸어
  • 등록 2008-07-17 오전 10:59:08

    수정 2008-07-17 오전 10:59:08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국민은행이 주식매수청구가 15%를 넘으면 지주사 전환을 포기(연기)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주주들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이 됐다.
 
전날 이같은 국민은행(060000)의 공시가 나온뒤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시장은 이런 결정이 지주사 전환 불확실성을 더 높였다고 반응한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지주사 전환이 불발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 국민은행, 주주들 딜레마에 몰아넣기..`매수청구 고민되지?`

국민은행의 주식매수청구가격은 6만3293원. 최근 국민은행 주가는 5만원대 후반을 맴돌고 있다. 보장된 단기차익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주주로서는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싶은게 당연하다.

하지만 은행이 15%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전환불발 리스크라는 변수가 추가됐다. 주주들이 너도나도 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그 비율이 15%를 넘을 경우, 지주사 전환 자체가 무산되고 그러면 주식매수 청구권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은행은 이같은 `상한선 15%` 카드로 주주들을 꼼짝 못하게 옭아매 놓고, 한편으로는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기관들을 개별 접촉하며 지주사 전환 후 회사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을 때의 단점도 집중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실제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시 행사 시점부터 지급일까지 매매가 금지돼 장기간 시장의 가격변동에 대응할 수 없는데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한 차익은 양도세 부과대상이라는 단점도 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지주사 전환이 무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금융계 관계자는 예측했다. 한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결국은 국민은행이 기관투자가들을 설득하는 등 다양한 대응법을 통해 지주사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견해는 아니다. 이날 이창욱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15% 조건부 지주사 전환은 승부수가 될 수 없다"는 리포트를 냈다. 무엇보다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무산된다고 해도 주가가 더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 애널은 "전날 주가 폭락으로 이사회 결의일이던 4월 30일 이후 누적 주가하락률이(-25.9%)가 업종평균치(-26.7%)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즉 이미 주가가 빠질만큼 빠져서, 지주사 전환 프리미엄도 없으므로 추가하락 위험도 적다는 견해다.
 
◇ 6년전 굿모닝-신한증권 합병시 유사사례…곡절 끝에 성공 
 
이와 관련, 금융권에서는 지난 2002년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 합병을 유사 사례로 지목했다. 당시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도 지금의 국민은행처럼 주식매수청구가격보다 낮은 주가 때문에 합병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었다.
 
당시 굿모증증권의 주가는 매수청구가격인 6617원을 1000원 이상 밑돌아 합병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었다. 이에 양사는 굿모닝증권의 주식 매수청구 행사비율이 35% 이하일 경우에만 합병을 승인키로 하는 조건부결의를 했다. 지금의 국민은행과 똑같은 선택을 했던 것.
 
증권예탁원이 집계에 들어가자 굿모닝증권의 주주 48.1%가 주식 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합병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고, 합병이 무산되는것 아니냐는 위기감은 한층 높아졌다.  
 
양사는 개인과 기관 주주들을 상대로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게 더 도움이 된다는 설득작업을 활발히 벌였다. 또 한편으로는 매수청구권 행사로 보유하게 되는 자사주를 시장을 통해 매각하지 않을 방침이며 자사주 소각, 해외 DR 발행 등으로 이후 주가를 부양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실제로 매수청구를 받아보니 상한선인 35%에 못미치는 31.6%가 매수청구됐고, 이에 곡절끝에 차질없이 합병에 이르게 됐다.
 
다만 이번 국민은행 지주사 전환은 세계적으로 금융주 가치가 크게 떨어져 시기가 나쁜데다, 상한선이 15%로 극히 낮다는 점에서 굿모닝신한과의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도 굿모닝신한과 똑같은 궤적을 그릴 것이라고, 섣불리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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