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인하해야" 목소리 커졌다

"콜금리 내려야..수출 언제 꺾일지 몰라"
"이미 시기 놓쳤다" 지적도
  • 등록 2004-06-03 오전 10:21:55

    수정 2004-06-03 오전 10:21:55

[edaily 이학선기자] 내수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내릴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유가로 하반기 물가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이 안정돼있어 콜금리 인하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3일 씨티그룹은 수출에서 내수로 성공적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하반기에 한은이 콜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현대증권에 이어 이달들어 벌써 두번째 "콜금리 인하론"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콜금리 인하보다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설비투자 부진은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좀처럼 열리지 않는 데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정책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지출을 늘리도록 하는 게 정부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수출 하나로 먹고 사는데, 이마저 무너질 경우 정부로서도 특단의 조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일부에서는 한은이 올 4분기 중 콜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수출 꺾이기 전 콜금리 내려야" "암환자의 인공호흡기는 암치료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 그러나 이를 떼버리면 환자는 목숨을 잃는다. 콜금리를 내려도 경제에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많지만, 콜금리 인하는 암환자의 인공호흡기와 같다. 현재는 콜금리를 내리는 게 맞는 방향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조중재 연구원은 "환자론"을 펼치고 있다. 내수회복에는 시간이 걸리고 고통이 뒤따르는 만큼 기초체력을 쌓을 수 있도록 콜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수출 중심의 경제회복은 언제 꺼질지 모를 촛불을 감싸는 것과 같다. 조중재 연구원은 "미국은 저금리와 감세로 회복세를 보여왔으나,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한쪽 날개가 힘을 잃은 상태"라며 "감세효과가 남아있지만, 지난 4월 세금환급으로 이마저도 약효가 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미국은 경기 정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이며, 미국에 대한 수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우리나라 수출의 성장 기여율은 104.09%로 4분기 연속 100%를 웃돌았다. 반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의 성장기여율은 마이너스 4.9%에 불과했다. 대외여건이 악화되면 국내경제는 말 그대로 "골"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중재 연구원은 "수출이 하강국면에 진입하기 전에 콜금리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물가보다 경기부양이 먼저" 콜금리 인하 기대에는 물가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특히,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인 근원 인플레이션이 안정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콜금리 인하론을 비판하는 쪽에서도 이 점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성권 연구위원은 "고유가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데 한은이 콜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으며, 콜금리 인하는 환율상승으로 이어져 수입물가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위원은 "고유가로 소비자물가가 오름세를 보이겠지만,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는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한은의 통화정책 변경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고유가로 경기회복 심리가 약화돼있어 기대인플레이션도 크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재 연구위원은 "하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확대되더라도, 정부 정책기조는 물가안정보다 경기부양을 우선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은이 콜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희박하며, 4분기중 수출경기가 큰 폭으로 위축될 경우 콜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벌써부터 인하 기대 채권시장에도 콜금리 인하 기대가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난 주 지표금리는 연초대비 0.57%포인트 하락하며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로 매수세가 이동하며 장기물 강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선물 박종연 연구원은 "최근의 채권시장은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최근의 강세는 수급호조 등의 문제와 달리 불확실한 경제에 대한 베팅 성격이 강하다"며 "장기물 강세가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채권시장은 콜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는 경제여건을 선반영하고 있다"며 "3분기까지 추경중심의 내수부양을 시도하다 효과가 없으면, 4분기 콜금리 인하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연 연구원은 "정책이란 경제환경의 눈높이를 맞출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수출위주의 정책에서 내수부양 위주의 정책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콜금리 인하 여건이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씨티그룹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에서 내수로의 성공적 전환여부가 하반기 채권시장의 전체적인 그림을 결정할 것"이라며 "결국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고 보지만, 실패할 경우 한은의 콜금리 인하와 함께 채권시장의 랠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콜인하, "공감대 필요"..일부선 "시기 놓쳐‥" 그러나 아직 한은의 콜금리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콜금리 인하시기를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콜금리 인하를 거론하는 쪽에서도 "선(先) 재정정책, 후(後) 콜금리 인하"를 얘기하고 있다. 이성권 연구위원은 "정책금리 조정에는 명분이 필요하다"며 "당분간 콜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임금상승률이 작년보다 높고, 실업률은 낮은 상태"라며 "지금은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 류승선 선임연구원은 "콜금리 인하가 경기부양의 상징적 의미는 있을 지 몰라도, 효과는 의문스럽다"며 "작년 하반기나 지난 1분기 인하했으면 오히려 지금보다 모양새가 더 좋았을지 모른다"고 털어놨다. 이상재 연구위원은 "재정정책만으로는 경기회복이 불투명할 때 콜금리 인하 카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콜금리 인하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필요한 만큼 한은이 먼저 콜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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