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고려아연 유통주식 물량은 30.7%(고려아연·영풍 측 특수관계인 지분 및 우호지분 제외)로 추정된다. 이중 △국민연금(7.83%) △고려아연이 기보유한 자사주(2.4%) 등을 제외하면 실제 유통 가능 물량은 20% 수준으로, 대부분이 국내외 기관 투자자가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개인보다 기관 비중이 더 높은 종목 중 하나다.
현재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 지분을 최대 14.61%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이 자사주로 취득하는 물량은 20%(베인캐피탈 포함)로 MBK·영풍 보다 많다. 최 회장은 지난 10일 주당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올리고 매입 수량도 늘리는 승부수를 뒀다. 사실상 시장에 풀린 기관 보유 유통주식물량을 모두 흡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공개매수의 향방은 기관 투자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관들은 보수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MBK·영풍과 고려아연 모두에 공개매수를 나눠 응찰할 가능성도 있다. 공개매수 가격은 최 회장 측이 89만원으로 높지만, 세금 유불리가 다른데다 가처분 소송 등의 사법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거란 전망이다.
해당 기관들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한 개인들의 세금 적용도 달라진다. 펀드가 운용하는 상장주식의 매매차익으로 인한 양도소득은 개인에게 부과되지 않지만, 펀드가 운용하는 상장주식의 배당으로 인한 소득은 개인에게도 배당소득세로 적용된다. 기관이 펀드에 담은 개인들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MBK·영풍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낫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패시브펀드(Passive Fund)의 공개매수 참여 여부도 변수다. 지수 추종 패시브펀드는 고려아연 지분 5.9%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면 패시브펀드 지분율이 높아진다. 기계적으로 지분을 맞추는 펀드 특성을 고려하면 패시브펀드 보유 지분이 시장에 추가로 풀릴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공개매수에 응해 차익을 추구할 수도 있는 셈이다.
사법 리스크도 여전하다. MBK·영풍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을 지난 2일 법원에 신청했다. 가처분 기일은 오는 18일로, 가처분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중단될 수도 있다. 23일까지 진행되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하려던 투자자 입장에선 공개매수 길이 막혀 장내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