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유가 급락, 원화 강세 요인될 듯"

WTI 배럴당 72.94달러로 약 4.9%↓
전 고점 대비 21달러 급락 수준
중동 불안 완화 속 美中 수요 둔화 영향
  • 등록 2023-11-17 오전 8:32:58

    수정 2023-11-17 오전 8:32:58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하이투자증권은 국제유가 급락이 원화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17일 하이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일 대비 약 4.9% 급락해 배럴당 72.94달러를 기록했다. 7월 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전 고점이었던 9월 27일 93.68달러 대비 약 21달러 급락한 것이다.

출처: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예상 밖의 유가 급락세가 경기 둔화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지만 금융시장이 기대했던 디스인플레이션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고 밝혔다.

유가 급락 배경은 중동 리스크 완화가 큰 몫을 차지하지만 경기 둔화 기대감과 이에 기댄 수급 우려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경기가 강한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그동안 강한 성장세를 보였던 미국 경기가 4분기 들어 둔화 시그널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10월 산업생산은 예상치를 하회하는 전월비 0.6%, 전년동월비 0.7% 감소했다. ISM 제조업 지수가 위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과 함께 미국 산업활동이 소비 경기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부진함을 시사한다.

11월 주택시장체감지수(NAHB)는 시장 예상치인 40을 대폭 하회하는 34를 보였다. 이 수치는 2021년 4월(30) 이후 가장 낮다. 고금리가 주택 경기를 강하게 냉각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 전문위원은 “고용시장도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며 “미 국채금리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 건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해당 지표가 지난 주 23만1000건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가 여전히 낮지만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은 고용시장은 물론 경기 둔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유 재고도 증가하고 있다. 박 전문위원은 “미국내 원유 생산 증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그동안 평균치를 하회하는 상업원유재고 수준이 유가 강세 요인이었지만 최근 상업원유재고 수준이 평균치에 근접하는 등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등의 수출 재개도 국제 원유 수급에 기여하고 있다.

박 전문위원은 “유가 급락은 공급망 리스크 해소와 함께 비용상승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소시킬 공산이 크다”며 “여기에 각종 미국 경제 지표 둔화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목하고 있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압력마저 둔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가 급락은 원화 강세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박 전문위원은 “달러화 지수가 보합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유독 워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원인 중 하나로 유가 급락을 지적할 수 있다”며 “국내 경기가 상대적으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에 취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으로 유가 급락은 국내 경기 사이클에 호재”라고 설명했다.

1~10월까지 국내 원유수입액은 전년동기대비 21.4% 감소한 상황이지만 최근 유가 급락은 원유 수입액의 추가 감소, 즉 무역수지 개선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박 전문위원은 “원화 추가 강세폭과 관련해 달러·엔 환율이 150엔 수준을 유지하면서 원·엔 환율이 850원대로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원화 가치의 추가 상승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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