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로 인한 정신질환 발병 원인 찾았다

KAIST 연구결과 별아교세포의 시냅스 제거에서 발생
  • 등록 2023-08-01 오전 9:29:23

    수정 2023-08-01 오후 7:44:23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아동이 부모와 떨어져 방치되거나 학대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뇌 신경 회로망과 기능이 달라져 조현병,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겪을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아동기 스트레스 발병 원인을 찾아 정신질환 예방,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정원석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아동 학대, 방임 등 아동기 스트레스로 발병되는 정신질환이 별아교세포의 과도한 시냅스 제거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정원석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사진=KAIST)
연구팀은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된 임상 약물 스크리닝을 진행해 별아교세포의 외부 물질을 잡아 먹어 제거하는 역할(포식 작용)을 조절하는 새로운 기작을 발굴했다.

연구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리는 합성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별아교세포의 포식 작용을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당대사, 항염증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역할을 하고, 스트레스와 같은 외부 자극에 의해 분비돼 신체가 대응하게 한다. 하지만, 만성 스트레스로 글루코코르티코이드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우울증, 인지장애, 불안 증세와 같은 다양한 정신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

생쥐 실험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별아교세포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와 결합해 별아교세포의 포식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MERTK(Mer Tyrosine Kinase)라는 수용체 발현이 증가했다.

별아교세포는 MERTK를 통해 다양한 대뇌 피질에 있는 특정 신경 세포의 흥분성 시냅스만 잡아 먹어 감소시켰다. 이로 인해 비정상적인 신경 회로망 형성으로 성인기에 사회성 결핍과 우울증 같은 복합 행동 이상이 일어날 수 있다.

연구팀은 별아교세포와 함께 뇌 면역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세아교세포는 아동기 사회성 결핍 쥐 모델에서 시냅스 제거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동기 스트레스 상황에서 별아교세포만 특이하게 스트레스 호르몬에 반응해 뇌의 환경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간 뇌 오가노이드(인공장기)에서도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별아교세포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와 포식 수용체가 모두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과도한 별아교세포의 포식 작용이 정신질환 발병에 있어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다양한 뇌 질환 이해와 치료에서 별아교세포의 면역기능 조절이 근본 목표로 응용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면역 관련 국제 학술지 ‘이뮤니티(IMMUNITY)’에 지난달 31일자 온라인으로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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