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한 얼굴이 개선 사항이래요"…'꾸밈 노동' 강요한 도넛 전문점

  • 등록 2021-03-18 오전 9:01:56

    수정 2021-03-18 오전 10:41:19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일 할 때 화장은 필수”. 유명 도넛 전문점에서 직원들에게 내린 ‘근무 지침’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달 초 도넛 전문점 전국 직영점 커뮤니에는 매장에 봄맞이 환경 대청소를 공지하는 내용이 올라왔다. 그런데 대청소 지침에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단정한 복장을 착용하라는 것과 동시에 바로 ‘화장은 필수’라고 써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문구에는 빨간색으로 강조까지 돼 있었다.

이에 대해 도넛 전문점 직원 A씨는 지난 17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봄맞이 대청소랑 얼굴에 화장하는 것은 사실상 관련이 없지 않냐”라며 “기분 나쁘고 불쾌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본사는 개인위생 관리 지침을 준수했는지는 2번에 걸쳐 직영 점장들이 가입한 사내 커뮤니티에 보고하도록 했다. 또 기한 내 사진을 찍어 보고하지 않으면 경위서나 개선 계획서를 써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나 다름없다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A씨는 “화장한 얼굴을 개선된 사항이라고 올려서 박제한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수치심이 느껴진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A씨는 남자 직원들에게는 면도를 해야 한다거나 이발 상태를 깨끗이 유지하라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문제는 해당 도넛 점문점의 이런 지침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년 전 서울의 한 매장에서는 ‘풀 메이크업을 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화장은 필수’라고 공지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는 본업과 상관없는 직원의 ‘꾸밈 노동’을 강요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서비스직이라고 해서 내 외모를 팔아야 할 필요는 없다”라며 “서비스직은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면 된다. (화장을) 회사가 강제할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본사 측 “화장 필수가 회사 차원의 지침은 아니다”라며 “문구가 작성돼 비공식적으로 일부 직원들에게 전달된 경위를 파악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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