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내일20대연구소와 한화생명 라이프플러스가 발간한 '2018 상반기 밀레니얼 세대 트렌드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밀레니얼 세대가 즐긴 놀이로 '고독한 OOO'(이하 고독한 카톡방)을 꼽았다. 고독한 카톡방은 대화가 금지된 카톡방이다.
그럼 대화가 금지된 카톡방에서 서로 어떻게 소통하는 것일까. 고독한 카톡방은 일본 유명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나온 것으로 주인공이 말 없이 고독하게 식사하는 데에서 착안했다.
고독한 카톡방에서 채팅·대화·질문이 불가능하고 사진이나 '짤방'(이미지)으로만 소통이 가능하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통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으나 제한 인원이 1000명으로 그 이상의 참여는 불가능하다. 또 말을 함으로써 경고가 누적되면 방장에게 '강퇴' 당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고독한 고양이'방에서는 참여자들이 서로 고양이 사진 만을 공유하고, '고독한 유병재' 방에서는 방송인 유병재 사진으로만 소통한다. 얼마 전 '고독한 유병재' 방에 실제 유병재가 참여해 '인증샷'을 올려 이슈가 되기도 했다.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던 동호회가 활발하게 꽃을 피우던 때가 있었다면 요즘 청년들은 같은 관심사나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고독한 카톡방으로 모인다. 익명의 낯선 사람과 소통할 수 있고 관심사·취향 중심으로 모이면서 자연스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동호회로 발전하게 됐다. 단체 카톡방처럼 소속감은 느끼고 싶지만 불필요한 대화로 방해 받고 싶지 않은 20대가 주로 고독한 카톡방에 참여한다.
지금의 20대는 친구·학교·회사 단체 카톡방에 속해 있음에 '소속감'을 느낀다. 예를 들어 갓 입학한 새내기가 대학 동기들끼리 모인 단체 카톡방(이하 단톡방)에 자신만 초대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단톡방에 속해 있지 않는 그 새내기는 그야말로 '아싸'(아웃사이더)인 셈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단톡방에서 소속감을 느끼면서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아싸'가 되는 게 두려워 끼고 싶지도 않은 대화에 어쩔 수 없이 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하기 싫은 대답을 억지로 해야 되는 경우도 많다.
'인싸'가 돼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소속감 또한 느끼고 싶은 청년들이 고독한 카톡방에 가득하다.
'말'보단 '짤'로 소통
불필요한 텍스트를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20대에게 사진 만을 이용해 소통하는 고독한 카톡방은 그야말로 '취향 저격'이다.
또한 고독한 카톡방은 '덕후'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일명 '짤줍'(이미지 저장)이 손쉽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독한 카톡방 중 연예인 관련 카톡방이 가장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학생 전소은(22·가명)씨는 불필요한 글을 읽는 게 싫다. 그래서 뉴스도 카드뉴스를 즐겨본다. 글을 읽는 것보다 사진으로 보는 게 시간도 절약되고 이해도도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기 남자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팬인 소은씨는 지난 3개월 간 '고독한 워너원'방에 참여 중이다. 예전에는 사진을 구하러 팬카페나 공식 홈페이지에 번거롭게 접속해야 했던 방면 요즘엔 카카오톡만 있으면 '짤줍'이 충분해서다.
그는 "더 이상 '짤줍'하러 번거롭게 찾아다니면서 검색하지 않아도 '고독한 워너원'방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며 "팬들끼리 사진 뿐 아니라 정보 공유도 많아 팬으로서 소속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독한 채팅방이 아니었으면 진정한 '팬질'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