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시장이 심상치 않다. 집값 하락이 가팔라지면서 주택 거래는 끊겼고 미분양 아파트는 다시 쌓이고 있다. 일각에선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라는 말도 나온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 하락 심리로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다”며 “새 정부는 시장 정상화를 위해 단편적인 세제혜택이 아닌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시장 거래·가격 ↓ 미분양↑
23일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작년 서울 아파트값은 4.5% 떨어져 외환위기 여파가 미친 1998년(14.6%)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값도 작년 한 해 3.9% 떨어져 2000년 이후 가장 많이 빠졌다.
거래 부진으로 미분양 아파트도 다시 쌓이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은 작년 11월 말 기준 3만4000여가구로 200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수도권 신도시는 미입주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집단대출 연체율’은 1.83%로 전년 동기대비 0.49%포인트 급증했다. 건설사와 계약자 간 분쟁으로 중도금 대출이자를 내지 않고 입주를 미루는 단지가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김종신 대한주택건설협회 상무는 “수도권 주택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집값 하락·거래 급감·미분양 증가·미입주 사태 등 4중고를 겪는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며 “특히 단발적인 대책이 이어지면서 주택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대형 미분양 해소책 절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위험 수위에 다다른 수도권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새 정부가 적극적인 거래 활성화 대책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우스푸어들의 퇴로를 열어 주기 위해서라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만 한국개발연구원(KDI) 실물자산연구팀장은 “주택시장의 위기가 지속되면 자산가치 하락으로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며 “취득세·양도세 감면으로 실수요자들이 거래에 나설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덕배 연구위원은 “수도권 중대형 미분양을 처분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중대형 미분양이 쌓여있는 한 집값이 오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작년 11월 기준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중 59%인 2만424가구가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다. 특히 준공후 미분양(1만5465가구)의 78%(1만2095가구)도 중대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