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의 효과에 대해 설명한 대목이다. 한마디로 가계는 빌려준 돈이 갚아야할 빚보다 많아 금리를 올리면 더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박 총재는 그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금리인상에 따른 반발을 무마시킬 수 있는 근거인데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두루뭉실 넘어갔다. 왜 그랬을까.
◇가계부문, 혜택이 `훨씬` 크다?
지난해 6월말 현재 자금순환표를 보면 사실상 가계부문이라 할 수 있는 개인의 총 금융자산은 1124조원으로 총부채 581조원보다 두 배 가량 많다. 그러나 저축성 예금 등 금리인상의 혜택을 보는 자산은 절반 정도인 615조원에 불과하다.
반면 부채를 보면 424조원이 금리인상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대출금이고 이 가운데 80% 정도가 변동금리부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금리인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순가계자산은 191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금리인상의 영향을 받는 순기업부채 400~420조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금리인상으로 가계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적은 반면 기업이 지불해야할 비용은 그보다 많게 된다. 박 총재가 "가계와 기업 전체를 합한 국민경제를 가지고 판단한다"고 했지만 구체적 수치를 제시할 경우 이 같은 발언은 의미를 잃는다.
◇두달 전엔 "소비위축 더 클 것"
한은이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보여준 석연찮은 태도는 또 있다. 한은은 매달 콜금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자간담회 자료를 배포한다. 특히 콜금리를 변경할 때는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를 첨가하는데 이번에는 뺐다.
지난해 8월 금리를 내리면서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이 각각 1조2000억원, 1조3000억원이 감소한다`고 설명하고 11월에 또 한 차례 내리면서 `소비 및 설비투자 심리 개선 효과`를 제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이 때문에 박 총재가 금리인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지나치게 과장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두달 전만 해도 한은은 금리가 인상되면 소비증대보다 위축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한은 집행부는 "소득계층별 금융자산과 부채비율이 달라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금리를 인상할 경우 소비증가보다는 위축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총재와는 180도 다른 진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금리인상은 기존에 콜금리를 변경했을 때보다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뚜렷이 제시되지 않은 데다, 박 총재 자신도 말을 아꼈기 때문이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총재식 계산과 달리 실제로는 금리상승시 전체적인 가계에 있어서도 금융순소득(이자수입-이자지급)이 별로 늘지 않거나 심지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금리인상의 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지금은 회복 초기국면이라 경기 사이클상 정책금리를 올려야 할 당위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 인플레이션 타깃팅라는 본래의 목표와 타깃 범위를 감안해도 금리를 올릴 이유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져보면 이유는 하나로 요약된다"며 "현재 정책금리가 너무 낮다는 것이고 이것을 조금 시정해보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이번 통화정책의 목적이 선제적 대응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002년 부동산시장이 과열되고 가계대출이 급증했을 때 타이밍을 놓쳐 실기했던 것과 같은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리인상의 근거가 명확했을 때 금리를 올려 정책적 대응이 늦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에는 금리인상의 타이밍을 고려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철수 연구원과 최석원 팀장의 자세한 분석은 이데일리 유료뉴스인 `마켓플러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