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은행 회의 후의 미 증시

  • 등록 2000-06-26 오후 3:54:06

    수정 2000-06-26 오후 3:54:06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27~28일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일단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대해서는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갈피를 못잡고 있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이 29곳의 프라이머리 딜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모두가 금리 인상이 없다고 전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CBS마켓워치도 12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마찬가지 결론을 얻었다. 블룸버그 통신도 주요 금융기관을 서베이한 결과,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마찬가지 내용을 보도했다. 따라서 이번에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극히 예외적인 일이 된다. 금리인상이 없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는 인플레 억제와 경기 연착륙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미국 연방은행의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됐다는 뜻이 된다. 우선 그 근거로 경제 성장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조짐을 나타내는 경제 데이터를 든다. 소매 판매가 하락했고, 주택 판매나 건축 건수도 줄어들었고, 공장 출하 건수도 하락했다. 또 일자리 증가속도도 둔화됐다. 그리고 상승추세를 보이던 인플레는 어느 정도 안정된 고지에 올라선 뒤 더 이상 추가 상승하지 않고 있다. 두번째로 통화정책이란 항상 뒤늦게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 통화정책의 변화가 경제에 작용하는데 얼마나 걸리는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연방은행은 보통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경제가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지켜보기 위해 브레이크를 느슨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이는 작년 6월부터 계속된 브레이크 밟기를 잠깐 멈출 시기가 됐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경제가 과거처럼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있어서 주식 시장이나 회사채 시장 등 새로운 대체원을 찾았고, 소비자들은 주식시장을 통해 현찰을 확보해 놓았다. 고금리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는 완충장치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또 연방은행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인플레이며, 두번째는 너무 긴축해서 경기가 후퇴하는 것이다. CBS마켓워치는 연방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로 앨런 그린스펀 이사장이 움직임을 알리지 않아왔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린스펀은 그의 움직임에 대해 금융시장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취해왔었다. 결국 연방은행은 이번에 경제가 충분히 둔화됐다고 확신하지는 않지만 참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로이터 통신의 서베이에 의하면 29명이 이번에는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그 중 26명은 다음 번 8월 회의에서는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는 1% 포인트까지 올려야 경제가 확실히 둔화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입장도 밝히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연방은행이 회의가 끝난 뒤 어떤 코멘트를 하느냐는 것. 연방은행은 회의가 끝난 뒤에 대체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밝혔으며, 인플레와 경기에 대한 진단을 내렸었다. 따라서 연방은행이 실제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별로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고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방은행이 향후 인플레 조짐이 보일 때에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강한 시사를 할 경우, 시장 반응은 별로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방은행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보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코멘트가 더 중요하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캔터 피츠제랄드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빌 미핸은 “연방은행이 어떤 말을 하느냐는 것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는 것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것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 모습이다. 일단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CBS마켓워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어윈 켈너는 “연방은행이 찬물만 끼얹지 않는다면 비이성적 과열이 다시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연방은행의 코멘트가 시장에 긍정적인 방향일 경우로 한정된다. 노던 트러스트의 이코노미스트인 폴 카스리엘은 “상승 분위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좀더 찬찬히 살펴본다면 나는 왜 그렇게 되는 지 알 수 없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금리인상을 하지 않는 것이 주가에 특별히 긍정적인 환경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만약 연방은행의 정책이 경제를 둔화시키고 있다면 그것은 기업 수익이 악화된다는 의미이고, 만약 연방은행이 경제를 둔화시키지 못했다면 그린스펀은 금리를 더 올릴 것이고 그것은 다시 기업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투자자들에게 큰 기쁨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유가 상승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에란크란츠 킹 누스바움의 수석 시장 투자전략가인 배리 하이먼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공급량을 늘리는 결정을 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석유 소비량이 늘어나는 driving season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는 “고유가는 경제에는 도움을 주지 않으면서 인플레 압력만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6-7월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나쁘게 나올 것 같다며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가가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지수가 높게 나올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 연방은행이 향후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CNNfn은 분석가들이 증산 결정이 영향을 미치려면 몇 주를 기다려야 할 것이며 그동안 투자자들은 계속 조바심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디어글로벌닷컴의 채권 분석가인 존 제이콥스는 “OPEC 회의가 끝났지만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진짜 둔화되고 있다면 성장률과 인플레는 독립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약 유가가 상승을 멈추지 않는다면 유가는 경제가 계속 둔화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추가 금리 인상 압력을 가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에 실적을 발표하는 미국 기업중 특별히 주목할 기업은 별로 없다. 인터넷 장비 업체인 3콤과 페더럴 익스프레스, 팜, 나이키 등이 주요 기업에 들어갈 뿐이다. 그러나 CNNfn은 이들 기업보다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이기는 하지만 화요일 발표할 예정인 주택건설업체인 카우프만&브로드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주택 건설업체는 금리인상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도 카우프만이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미 주택중개인 협회가 오늘 밤 기존주택 거래건수를 발표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건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화요일에는 컨퍼런스 보드가 소비자 신뢰지수를 발표하는데 5월의 144.4보다 낮은 14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미국 석유연구소가 주간 오일 재고량을 발표한다. 수요일에는 상무부가 내구재 주문량을 발표하기로 돼 있다. 목요일에는 노동부가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를 발표하며, 상무부가 5월중 신규 주택 판매건수를 밝힌다. 금요일에는 상무부가 5월중 개인 소비와 수입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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