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누라랑 골프쳐라”해군 前대령, 진급 미끼로 갑질[부패방지e렇게]

전 해군 대령 A씨, 부대원에게 골프 라운딩 강요 및 금품 수수
공휴일 골프 후 식사 비용 해군 예산으로 처리
골프채, 명품 구두 등 239만 원 상당의 금품 수수
감사원, 해군에 군무원 복무중 A씨 해임 요구
  • 등록 2024-09-21 오전 10:37:12

    수정 2024-09-21 오후 6:02:47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해군 대령으로 보급창장을 지낸 A씨가 현역 시절 소속 부대원에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금품을 수수하고, 자신과 배우자의 골프 라운딩을 위해 휴일에 모임 참여를 부당하게 지시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해군 골프장[사진=연합뉴스]
21일 감사원이 ‘해군본부 기관정기감사’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군 보급창장 A 씨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해군 대령으로 근무하던 중 이같은 ‘갑질’을 행했다.

A씨는 2021년 해군본부 차장으로 지내면서 평소 소속 부서원 및 병과원들에게 보직추천, 근무평정 등 자신의 직무상 권한을 자주 과시했다. 그러면서 한 참모부 사무실을 자주 방문해 중령 B씨 등 부서원들에게 구두나 카톡을 통해 자신 또는 자신의 배우자와 주말 등 공휴일에 골프를 함께 치도록 지시했다.

육군 체력단련장 운영 규정 제33조에 따르면 군인의 배우자가 공휴일(현역의 날)에 군 골프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역 군인을 동반해야 한다.

B씨는 A씨로부터 카톡으로 골프 참석을 지시받아 23개월여 동안 총 32회에 걸쳐 골프를 쳤다.

카카오톡(카톡)에는 “느그들이 울 마누라 데리고 좀 치라. 회장 탄신일이니까 나는 빼고”, “(‘저도 바쁘긴합니다만’이란 연락에) 죽고잡지 ㅅㅋ야”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모의 골프 사역을 주로 담당한 B씨는 2022년 9월 “이번 주 토요일은 제 아들 생일이라 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자 A씨는 “아들 생일이랑 골프치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 일요일에 파티해주면 되는 거 아니냐”며 참여를 강요하기도 했다.

B씨는 이런 지시에 대해 “그때는 자괴감이 들고 비참했다. 저에게 굉장히 스트레스였다”고 진술했다.

A씨의 부인과 10회 가량 골프를 친 소령C씨는 “주말 골프모임이 반복되다 보니 시간적,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 됐다”며 “특히 주말부부인데 주말 골프모임으로 가족들이 있는 진해 본가에 가지 못해 배우자와 자주 다투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료=감사원)
또한 A씨는 2021년 8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공휴일에 자신 또는 배우자가 부서원 등과 골프 후 근처 식당에서 가진 저녁식사 비용을 외상거래로 한 뒤, 평일 중에 병과장 활동비(업무추진비) 등으로 처리하도록 지시했다. 이런 방식 등으로 A씨는 17개월간 18회(321만여 원)에 걸쳐 해군 예산을 목적 외로 집행했다.

부하들에게 금품을 수수한 사실도 조사 결과 드러났다. A씨는 대령 신분이던 2020년 7월 군수품 보급 총괄인 보급창장을 지내면서 소령 C씨에게 “그래 가지고 진급하겠냐? 니가 진급하기 싫구나?”라고 언급하고, 골프채 관련 링크를 공유하며 “기부하실 의사는?”이라는 카톡을 보내 골프채를 수수했다.

C씨는 당시 A씨가 후반기 병과 인사추천위원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

A씨는 2021년 해군본부 차장 시절에는 C씨와 골프를 치며 “진급 준비 잘하고 있냐? 총장님과 내가 아주 친하다”라고 자신의 권한을 나타내는 말을 하며 정장용 구두 상납을 요구했고, 120만 원가량의 구두를 수수했다.

이처럼 A 씨는 직무관련자들로부터 골프채, 상품권, 명품 구두, 운동화, 현금 등 239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

A씨는 지난해 초 전역했으나 그해 5월 3급 군무원으로 다시 임용돼 보급창장에 임명됐다. 감사원은 해군에 A씨를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A씨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이나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하지는 못했다.

감사원은 “A씨가 금품수수와 연관된 위법?부당한 처분을 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A의 행위가 상하간 엄격한 위계 및 상명하복이 요구되는 군의 특수한 조직문화에서도 일부 기인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위 사람에 대해 해임 처분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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