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노동절인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노조 행사에서 “전임자가 재임했을 때 우리는 일자리를 중국으로 넘겼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바이든 대통령이 ‘리턴 매치’가 유력한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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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드노믹스 홍보하며 “전임자가 중국에 일자리 넘겨”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두 명 중 한 명의 전임 대통령은 대공황 당시 공화당 출신 허버트 후버(1874~1964년) 전 대통령이다. 그는 뉴딜정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민주당 출신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해 재선에 실패했다. 그가 대공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 탓이다. 이에 후버 전 대통령은 종종 전직 대통령 평가 때 최악의 평가를 받곤 하는 인사다. 그런 후버 전 대통령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동일선상에 놓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신의 경제정책인 ‘바이드노믹스’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임자’로 칭하며 더욱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내가 재임한 이후 일자리 1350만개를 창출했고 실업률을 3%대로 낮췄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했다”며 “전임자가 중국에 넘긴 일자리를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전임자가 여기 있을 때는 (맨해튼 번화가인) ‘파크 애비뉴’에서 세상을 봤지만, 나는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 델라웨어주 클레이몬트에서 세상을 본다”고 말했다. 자신이 부유층보다 중산층에 더 가깝다는 점을 어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은 내년 대선과 직결돼 있다. 사법 리스크에도 지지층을 결집하며 오히려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공화당 지지층이 뭉칠 것을 우려해 사법 대신 경제에 공세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는 ‘시큰둥’…“바이든 나이 너무 많아, 경제도 더 나빠져”
전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8%가 지난 2년 동안 경제가 더 나빠졌다고 답했으며, 28%만이 좋아졌다고 했다. 4명 중 3명은 인플레이션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이외 전반적인 업무에 대해서도 57%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해 부정적 견해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에서 잘 대처하고 있다는 응답은 34%에 그쳤으며,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57%에 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임기간 성과 및 미래 비전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 역시 각각 40%, 44%에 머물러 트럼프 전 대통령(각 51%, 52%)고 비교해 크게 밀렸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 후보로 나와 다시 대결을 펼칠 경우 누구를 찍을 것이냐는 질문엔 46% 동률을 이뤘다.
이외에도 응답자 가운데 73%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고 답했다. 민주당원에 한정해도 응답자의 3분의 2가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을 재선 도전의 최대 걸림돌로 판단했다. 이는 77세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가 많다고 답한 응답자가 47%인 것과 대비된다.
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그의 지지율이 왜 39%에 머물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과 더불어 경제 때문에 내년 대선에서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