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무서운데"…선택 아닌 필수가 된 백신접종 이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목표 '국민 80%' 상향
'백신 인센티브' 강화에 입지 좁아지는 미접종자들
"접종은 개인 선택에 맡겨야…강요 분위기 불편"
전문가 "접종률 향상 위해 사후 검사비 지원해야"
  • 등록 2021-09-26 오후 3:13:18

    수정 2021-09-26 오후 10:13:18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직장인 박모(38)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 때문에 스트레스다. 과거 독감 백신 접종 후에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터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하지 않기로 했는데, 백신 접종과 관련된 잇단 질문과 상황이 압박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박씨는 “접종 여부는 개인 신상이고, 유출에 신경 써야 할 일종의 개인 의료정보 아닌가”라며 “최근 백신 접종이 일종의 안부 인사처럼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24일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을 접종하기 주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신 접종 강요 분위기 불편…개인 선택일 뿐”

정부가 코로나19 예방 1차 백신 접종 목표를 ‘국민 80%’로 상향한 가운데 박씨 같은 미접종자들의 ‘접종 눈치 보기’가 늘고 있다.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25일 3273명, 26일 2771명으로 역대 1, 2위를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인구 대비 접종 완료율은 45.2%(26일 기준)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자유 선택이라고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가 지속하면서 ‘위드 코로나’ 요구가 곳곳에서 빗발치자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윤모(37)씨는 “혹시라도 모를 0.1%의 가능성 때문에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며 “백신 접종을 아직 안 했다고 하면 왜 안 했는지, 앞으로 언제 할 계획인지 등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피곤하다”고 말했다.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접종을 받지만, 이상반응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도 “1년 만에 만들어진 백신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등 불안을 토로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미접종자들은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된 후 재택근무를 하게 된 강모(34)씨는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 아닌가”라며 “바이러스 감염 위험보다 백신 접종 위험이 더 크다는 생각에 미루고 있는데 백신 접종이 ‘대의’라면서 강요하고, 미접종자를 이기적으로 보는 분위기는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이모(41)씨는 “예방 접종은 본인 의사에 따라 진행해야지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며 “접종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도록 지역사회나 학교, 회사 등에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접종자들의 걱정 속에 백신 접종은 일종의 ‘스펙’이 됐다. 방역당국이 미접종자에게 불이익을 주기보단 ‘백신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침을 정하면서다. 현재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거리두기 4단계인 수도권에서는 최대 6인, 3단계인 비수도권은 최대 8인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하다. 이어 당국은 지난 23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인센티브를 내놓았다. 백신을 최종으로 접종한 후 2주가 지난 접종 완료자가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뒤 별다른 증상이 없다면 확진자의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자가격리가 면제된다.

24일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을 접종한 뒤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하며 대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접종 후 발생 검사비 정부 지원으로 접종률 올려야”

백신 인센티브로 사적모임이 ‘부활’하면서 직장 내에서는 회식 자리에 끼지 못하는 미접종자들이 눈치를 받기도 한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 IT 회사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 김모(32)씨는 “백신 접종자 포함 6명까지 모일 수 있게 되니 저녁 회식 자리가 계속 생긴다”며 “미접종자라고 하면 아직도 안 맞고 뭐 했느냐는 식으로 눈치나 면박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해 사내 입지가 좁아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포비아’를 경계하면서, 접종 거부자들을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장에서 진료하다 보면 기저질환자들이 백신을 맞고 잘못될까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백신 접종 후 사망자의 기저질환 여부를 발표한 것이 ‘기저질환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잘못 전달돼 정작 백신을 꼭 맞아야 하는 기저질환자들이 백신을 기피하는 역선택이 일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 후 뇌출혈 등과 같은 부작용은 매우 드물지만, ‘백신을 맞고 많이 아팠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덩달아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며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검사비 등을 정부가 지원한다면 접종률을 더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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