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이 금지된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도 가능한 ‘1인 시위’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몰려 경찰과 전면 대치했다. 일부 보수단체는 허가를 받은 외곽 지역에서 ‘드라이브 스루(차량)’ 집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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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까지 한산했던 3일 서울 광화문 일대는 정오부터 1인 시위를 하기 위한 사람들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정부의 집회 금지 조치에 거세게 항의하며 집회와 코로나19 방역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북 익산에서 온 70대 교회 신도 박지열씨는 “KTX를 타고 매주 주말마다 광화문에 와 집회를 내려와 집회에 참여했고 오늘도 평소처럼 온 것”이라며 “교회 단위로 집회를 참석했는데 다른 신도들도 오늘 한 명씩 나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코로나 때문에 (시위를) 막는다고 하는데 코로나는 가짜라는 게 이미 판명났다”며 “정부에 맞서 싸우기 위해 매주 시위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전 11시쯤 광화문을 찾은 A(70)씨는 “나이 70에 가슴이 답답해서 나왔다. 여럿이 모이는 것도 아니고 한 명씩 각자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왜 못하게 하느냐”라며 “광복절 집회 집회 끝나고 사람들끼리 모여서 밥도 먹었는데 (코로나에) 걸린 사람 아무도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B씨는 “방역을 이유로 정치적 탄압을 하고 있다. 전철을 타고 왔는데, 광화문역에서 서질 않던데 이런 게 다 정치적인 행동”이라며 “6·25 참전도 할 정도로 나이가 있는데 시위를 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라를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오후 2시쯤 되자 산발적으로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점점 늘어났다. 종로 1가 인근 인도에서는 5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몇몇 이들이 구호를 제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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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에서는 ‘드라이브 스루(차량)’ 집회도 열렸다. 정부가 광화문 광장을 전면 통제하자, 보수단체들이 일부 허가를 받은 외곽 지역에서 집회를 진행한 것이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새한국)’은 3일 오후 서울 강동구 5호선 굽은다리역 앞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퇴진’ 차량 집회를 진행했다. 당초 경찰은 차량 10대 미만 시위에 금지 통고를 내렸으나 이 단체가 경찰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되면서 강동구 집회는 이뤄지게 됐다.
오후 1시 30분께부터 굽은다리역 홈플러스 앞에서 줄지어 대기한 차량 9대는 오후 2시 10분쯤 출발해 강동 공영차고지까지 15.2㎞ 코스로 달렸다.
차량들은 ‘추미애 사죄’,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어서 미안해’, ‘조작 총선 불복’ 등 현수막을 붙이고 클랙슨을 울리며 시민들에게 연대를 호소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앞에서 세 번째 차량에 탑승해 집회에 동참했다.
또 다른 보수단체인 ‘애국순찰팀’은 이날 정오부터 서초구 우면산 터널을 출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택 방배동 C아파트를 지나 추미애 장관 자택이 있는 광진구 D아파트 앞까지 차량 시위를 펼쳤다.
일부 단체는 집회 대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방역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주도했던 ‘8·15참가자시민비대위’는 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 통제는 정부의 ‘정치 방역’”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앞서 개천절 광화문 광장에서 1000여명이 모이는 집회를 신고했지만 종로경찰서로부터 금지통고를 받았다. 단체는 한글날인 9일 집회신고를 시작으로 광화문 광장 집회와 시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편 경찰은 서울 시내 진입로 90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점검 중이다. 또 경비경찰 21개 중대와 교통경찰·지역경찰 800여명을 동원해 불법 집회·시위에 대처하고 있다.
도심 집회 방지를 위해 이날 오전부터 5호선 광화문역과 1·2호선 시청역, 3호선 경복궁역에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지하철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정상 운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