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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충남 금산 인삼시장 오일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인삼의 효능을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그야말로 인삼은 만병통치약인듯했습니다. 진짜일까요?
체질 알고 먹어야 약
20일 본초감별도감에 따르면 인삼은 깊은 산악지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지만 흔히 재배되고 있습니다. 보통 60㎝까지 자랍니다. 뿌리 밑에서 도라지 같은 뿌리가 발달하는데 주로 약으로 쓰는 부분이 바로 이 뿌리입니다. 가는 뿌리는 미삼(尾蔘), 인삼의 뿌리를 찐 것은 홍삼(紅蔘)으로 부릅니다.
인삼은 가공방법에 따라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4년근 이상의 인삼을 캔 지 7~10일 된 것은 수삼, 수삼의 껍질을 벗기고 말려 수분이 14% 이하가 되도록 가공한 것은 백삼이라고 부릅니다. 수삼을 뜨거운 물에 담궈 표피를 벗겨 건조한 수삼과 백삼의 중간은 태극삼으로 부릅니다. 봉밀 또는 설탕물에 넣고 찐 것은 당삼이라고 합니다.
인삼의 핵심 성분으로 사포닌을 꼽습니다. 그런데 사포닌은 더덕이나 도라지, 마늘에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삼에 함유된 사포닌을 진세노사이드라고 부릅니다. 진세노사이드는 40~50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에 어떤 것은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고 어떤 종류는 부교감신경을 흥분시킵니다. 그래서 혈압을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합니다. 가공 전의 인삼에는 혈압을 높이는 종류가 좀 더 많고 홍삼이나 발효삼 등 가공삼은 혈압을 낮추는 종류가 더 많아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인삼은 소음인 체질의 경우 비위가 허약한 것을 다스리는 주요 약재로 쓰는 반면, 소양인 체질의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김계진 한의사는 “임상적으로 볼 때 소양인이라 하더라도 나이가 들어서 기운이 허약해지고 식욕이 떨어져 잠깐 (인삼을) 쓰는 건 문제없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비위 기운이 실한대도 인삼을 쓰면 과유불급이 될 수 있다. 허약해지면 보해주고 실하면 덜어주고 하는 것이 치료의 기본 방침인데, 허하지 않은데 보해주면 그것 자체가 치료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밥도 많이 먹으면 체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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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의 대표 효능은 대보원기(大補元氣)입니다. 원기를 크게 보한다는 뜻입니다. 원기는 마음과 몸의 활동력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대보원기를 기운을 왕성하게 해준다고 해석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인삼의 대보원기는 좀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고 합니다.
주변에 인삼에 대한 고정관념을 몇 가지 물었습니다. ‘열이 많은 사람은 인삼을 먹으면 안 된다’, ‘인삼보다 산삼이 더 좋다’, ‘인삼은 오래될수록 좋다’ 등 다양했습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주로 4~6년근을 거래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최고야 박사는 “재배 인삼의 경우 통상 4년째부터는 뿌리가 썩어 죽기 시작한다”며 “농업적으로 최대한 기를 수 있는 햇수가 6년 정도라 6년근을 높이 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4년 미만 인삼은 뿌리가 가늘어 상품성이 떨어져 시장에서 거의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6년근이 가장 좋은 걸까요. 최 박사는 “오래 묵을수록 약효성분 함량도 높아지지만, 영양물질(전분) 함량도 함께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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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장에서 수삼은 한 채(750g)에 2만~3만원 선에 거래됐습니다. 산삼은 부르는 게 값이라 시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최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산삼은 사실상 밭에서 기르는 인삼의 씨가 퍼져서 야생화한 것”이라며 “자연산 인삼과 재배 인삼에서 진세노사이드의 함량 차이는 별반 없지만 정유 성분(향기)이 자연산 인삼에 많이 함유돼 있다. 산삼의 약효는 정유성분에 기인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늙고 병든 아버지를 홀로 모시던 효자가 산신령의 도움으로 산삼을 얻어 아버지의 병을 났게 했다는 등의 설화가 오래전부터 전해져왔습니다. 약이 귀한 시절이었던 만큼 귀한 약으로 쓰여온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 한의사는 “약이란 게 성분의 개념을 떠나 먹는 정성으로 치료한다는 말이 있다”며 “이런 정성이 모여 몸을 회복시키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