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GSAT`, 시각적 사고 영역 "너무 어려워 손도 못 댔다"(상보)

직무 상식 쉬웠고 전반적으로 평이한 난이도
시각적 사고서 종이자르는 문제에선 '멘붕'
갤노트7과 연관있는 `생체 인식` 문제도 출제
  • 등록 2016-10-16 오후 12:37:41

    수정 2016-10-16 오후 2:15:46

삼성그룹이 16일 오전 실시한 올해 하반기 GSAT가 치러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대부고 고사장에 응시생들이 시험을 보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글·사진=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그룹이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선발을 위해 16일 오전 실시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는 전반적으로 난이도는 평이한 수준이었지만 ‘시각적 사고’ 영역이 매우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적 사고 중 도형을 접어 종이로 잘랐을 때 나오는 모양을 추측하는 유형에서는 상당수 수험생들이 “아예 손을 못 댔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종 사태로 관심을 모았던 ‘갤럭시노트7’과 직접 관련된 문제는 출제되지 않지만 노트7의 대표 기능이었던 홍체 인식과 관련된 생체 인식 문제는 출제됐다. 또 첨단 기술과 관련해 퀀텀닷(양자점)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개념을 묻는 문제가 나왔다. 여기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핀테크나 바이오시밀러, 증강현실, 알파고, 딥러닝 등에 대한 문제도 나왔다. 시험 결시율은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이를 잘라낸 모양 유추하는 문제 “손도 못댔다”

올 하반기 GSAT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대학교 부속고등학교 등 국·내외 7곳의 고사장에서 치러졌다. 서류 전형에 포함된 에세이 형식의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한 지원자들만 볼 수 있는 GSAT는 면접 전형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이날 시험은 오전 8시 30분에 입실을 마쳤고 응시생들은 각 교실에서 진행과 관련 설명을 들은 뒤 9시 20분부터 시작됐다. 시험 대기 시간에는 캐논변주곡과 베토벤 비창 등 클래식 음악이 나와 응시생들의 긴장감을 풀어줬다. GSAT는 기초능력검사와 직무능력검사로 나눠 △언어논리(30문항) △수리논리(20문항) △추리(30문항) △시각적사고(30문항) △직무상식(50문항) 등 5개 영역에서 총 160문항이 출제된다. 수험생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40분이다.

응시자들은 한결같이 시각적 사고 영역이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수험생은 고사장을 나서며 “미친 난이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취업준비생인 이모(27·여)는 “난이도는 언어나 수리 등은 평이했지만 시각적 사고가 특히 어려웠다”며 “종이를 접고 자르는 문제가 어려워 (감점 때문에) 아예 손을 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교 4학년인 이정훈(25)씨도 “이번에 삼성 인적성을 세번째 보는데 시각적 사고 영역이 유형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난이도가 무척 높아진 느낌”이라며 “종이를 자르는 문제는 도형을 접어서 펴고 자른 그림을 예상하는 식인데 모의고사에서 풀었던 것에 비해 더 깊은 사고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씨는 직무상식은 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상식에서는 스마트 그리드나 헬스케어, 증강현실 개념 등을 묻는 문제들이 나왔고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도 일반적인 상식 수준이라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시각적 사고와 함께 추리 영역도 난이도가 높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윤여송(27)씨는 “언어 추리에서는 몇명이 조를 어떤 방식으로 나누는지에 대한 문제가 어렵게 느껴졌다”며 “시각적 사고도 다른 기업에서는 종이 자르는 문제의 경우 귀퉁이 하나 정도 자른 수준이었는데 삼성은 더 복잡하게 접고 깊숙하게 잘라 풀지 못했다”고 답했다.

단종 사태 이후 관심을 모은 갤럭시노트7 관련 문제는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홍체 인식과 연관되는 생체 인식 관련 문제가 출제됐다. 삼성이 앞으로도 생체 인식 분야에 투자를 이어갈 것이란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매번 출제되고 있는 역사 문제에서는 세계사와 한국사의 역사적 사실을 시대 순으로 나열하는 문제가 나왔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중 어느 사실이 앞서냐고 묻는 식이었다. 또 삼성이 10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TV와 연관된 디스플레이 문제도 출제됐다. 퀀텀닷과 올레드 등 디스플레이 신기술의 개념을 지문에서 설명하고 이에 맞는 답을 질문지에서 찾아 연결하는 식이었다. 이밖에 언어에서 실패학 관련 문제도 나왔다.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실패한 발명품들을 전시하는 ‘실패 박물관’ 대한 문제였다고 전해졌다.

약 1만명 응시…입실 시간 1시간 전부터 수험생 몰려

이날 아침 7시 30분께 분당선 왕십리역을 출발해 단대부고 고사장이 있는 한티역까지 이어지는 지하철 객차 안에는 시험 입실 시간 1시간 전부터 GSAT 응시생으로 가득했다. 전체 승객의 70~80%를 차지한 응시생들은 칸칸 마다 두꺼운 수험서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긴장한 표정으로 마지막까지 예상 문제들을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대학 졸업반으로 신촌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는 응시생 이모(26)씨는 “시험을 앞두고 긴장이 많이 돼 어제 밤에 잠을 설쳤다”며 “차분히 실수하지 않고 문제를 풀어 꼭 합격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먹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비가 올 것으로 예고돼 편한 복장에 가방을 멘 수험생들은 한 손에 우산을 든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한티역 3번 출구에서 단대부고 수험장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정장을 입은 안내 직원들이 100m 간격으로 서서 수험생들을 고사장으로 인도했다. 수험생들은 고사장 입구 바로 앞에 놓인 화이트 보드판에서 시험을 볼 교실과 자리를 확인했다.

삼성은 GSAT와 관련한 출제 방식이나 응시 인원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 SSAT 시절에는 최대한 많은 인원에게 시험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응시생 규모가 10만명에 달하기도 했다”며 “대규모 응시 방식이 장점도 있지만 시험 자체가 입시 산업화 되는 부작용이 있어 지금은 시험장 등 관련 정보를 수험생에게만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알려진 GSAT 관련 정보를 종합해보면 이 시험은 삼성경제연구소(SERI)와 계열사 등에서 차출된 약 20명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문제를 출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TF는 시험 일주일전 합숙하며 직무상식을 뺀 나머지 영역은 기존 출제 패턴에 맞춰 난이도 조정 및 정보 업데이트 과정을 거친다. 직무상식은 최근 이슈가 된 주제가 자주 출제돼 왔다.

삼성은 GSAT 총점을 기준으로 합격자를 가리지만 영역별로 과락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답은 감점 처리되기 때문에 잘 모르는 문제라면 풀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한다. 삼성은 GSAT 합격자를 대상으로 직무역량·창의성·임원 면접을 거쳐 오는 11∼12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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