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변신]①"껌·과자 팔던 롯데로 알면 착각"

삼성·현대차보다 자산 더 빨리 늘어
증시상장·그룹비전 발표 등 전환점
급성장 배경 "2세경영과 관련" 해석도
  • 등록 2012-07-11 오전 10:20:00

    수정 2012-07-11 오전 10:20:00

[이데일리 이학선 임명규 신혜리 기자] 국내외를 넘나드는 롯데그룹의 사업확장에 재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는 비상경영을 선언한지 열흘도 안돼 연매출 3조4000억원의 가전양판점의 대어(大魚) 하이마트를 삼킨데 이어 베트남 리조트 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10일 “아직도 롯데를 껌이나 과자 팔던 회사로 아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는 대단한 착각”이라며 “밖으로 드러난 게 많지 않아서 그렇지 롯데만큼 빠른 성장을 한 그룹도 드물다”고 말했다.

상장 후 30개 넘게 인수

롯데가 국내외 사업확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불과 몇년되지 않았다. 재계순위 5위임에도 롯데가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GS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보다 재계순위가 높다는 사실에 아직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정도다.

롯데의 자산은 지난 2005년 33조원에서 지난해 83조원으로 150% 이상 늘었다. 삼성(121%), 현대차(149%), SK(149%), LG(85%)의 자산증가 속도를 앞질렀다. 남의 돈을 빌려 사업을 확장하거나 주목받기를 꺼리는 기업으로 알려져있는 롯데가 최근 몇 년간 확 바뀐 것이다. 롯데가 지난 2007년 이후 인수한 기업만 30개가 넘는다.
변화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2006년 롯데쇼핑의 상장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신동빈 부회장(현 회장)은 증시상장을 내켜하지 않던 신격호 회장(현 총괄회장)을 직접 설득해 기업공개를 이끌었다고 한다. 그 때 들어온 돈이 롯데가 사업을 확장하는 실탄역할을 톡톡히 했다. 신 회장은 지난 2010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롯데쇼핑을 상장하지 않았다면 롯데그룹이 오늘날처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매출 200조, ‘나침반’ 역할

롯데의 변화는 하이마트 인수에서 상징적 드러난다. 롯데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지난 3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하자 매각자측과 곧바로 협상을 벌여 불과 사흘만에 인수계약을 마무리했다. 과거 오비맥주와 대우인터내셔널, 대한통운 등 대형 인수합병(M&A)에서 좌고우면하다 고배를 마신 것과 달리 이번에는 끝까지 따라붙어 하이마트를 손에 쥐었다.

증시상장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면 2009년 발표한 그룹의 비전은 나침반 역할을 했다. 당시 롯데는 오는 2018년까지 그룹 매출을 20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할때 매년 16% 이상 성장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롯데가 하이마트를 속전속결로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10년안에 가전매출을 10조원 이상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기에 가능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계약체결까지 2~3일밖에 안 걸렸지만 롯데의 준비는 이미 5년전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지난 2007년 하이마트 입찰에서 유진그룹에 밀려 고배를 마셨던 순간부터 롯데가 반전의 기회를 노렸다는 얘기다.

일각선 견제 목소리도

재계는 롯데가 빠르게 커가고 있는 현상을 2세 경영과 연관지어 해석하곤 한다. 신 총괄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받은 신 회장이 아버지를 뛰어넘는 경영능력을 그룹 안팎에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하이마트 본입찰이 이뤄지던 지난달 말 터키와 러시아 등을 다녀온 뒤 곧바로 그룹사장단회의에서 비상경영을 선언했고, 하이마트 인수의 막판 박전을 노리던 지난주엔 베트남을 방문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에선 롯데의 확장전략을 견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 승인 등 현 정부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그룹으로 롯데가 꼽힌다“며 ”비상경영을 선언한 것도 미리 몸을 낮추려는 의도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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