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3개월 후, 비슷한 증상이 또 생겼다. 기침할 때 점점이 피도 섞여 나왔다. 이번에는 왼쪽 폐에 폐렴이 생겼다고 했다. 의사는 결핵 같다고 했다. 가래를 뽑아서 결핵 검사를 냈다. 결과는 '꽝'이었다. 의사와 환자, 모두 고민했다. 모양새나 증상이나 딱 결핵인데, 균은 안 나오니 말이다. 이런 경우 일단 결핵약을 먹고 경과를 보는 것도 한 치료 방법이다. 그도 결핵약 복용을 시작했다. 처음 한 달은 증세가 좋아졌다. 역시 결핵이었구나 싶었다. 하지만 더 이상 차도가 없었다. 되려 반대쪽 폐에도 염증이 생겼다. 폐렴이 동시다발로 출몰하다니…,겁이 났다.
김씨는 정밀 검사를 위해 대학병원을 찾았다. 각종 검사 끝에 최종 진단이 나왔다. 이 사단을 일으킨 범인은 놀랍게도 기생충이었다. 폐흡충증이다. 어감(語感) 자체가 몸을 움찔하게 만든다. 다른 말로는 '폐디스토마', 토종 말로는 '허파 토질'이다. 민물 게나 가재에 사는 기생충이다. 민물 게를 날로 먹으면 그 안에 있던 기생충도 소화기로 들어온다. 이후 위장 벽을 뚫고 나가 복강으로 진출한다. 그 다음에는 횡경막을 파고 지나가 폐에서 자리를 잡는다. 산소를 좋아하는 놈이다. 거기서 살림 차리고 새끼도 낳는다. 그 자식들이 딴 집 가서 또 터를 잡는 식이니, 폐렴이 이곳저곳에서 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엑스레이 모양새가 결핵과 유사해 종종 결핵으로 오인된다.
그래도 기생충은 양반이다. 집 주인이 죽으면 기생할 곳이 없어져 자기도 죽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놈이기 때문에 대부분 집 주인이 죽을 정도로 해를 끼치진 않는다. 기생의 자세가 됐다. 기생을 하려거든 이 정도 매너는 지켜야 한다. 아무튼 평소에 민물 게장 즐기시는 분들, 가끔 기생충 검사도 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