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끈 잡은 쌍용차..숨가빴던 1월의 일주일

  • 등록 2009-02-06 오전 10:38:44

    수정 2009-02-06 오전 10:38:44

[이데일리 김종수 김보리기자] "자금사정이 긴박하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쌍용자동차가 현재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아쉽게도 두 가지 밖에 없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이다"

지난달 8일 오후 중국 상하이 웨이하이로에 위치한 상하이차 본사.

벼랑끝에 몰린 쌍용차(003620)의 운명을 판가름 할 이사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사회 간사를 맡고 있는 최상진 쌍용차 기획담당 상무는 이사진들에게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그리고 착잡한 심정을 억누르며 이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이사진 간에 2시간이 넘는 토론이 이어졌다. 결론은 법정관리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

1월15일쯤 법정관리를 신청하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시간이 없다는 지적이 대세였다. 사태의 시급함과 파장 등을 고려해 법정관리 신청이 9일로 앞당겨졌다.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선택하기로 결심한 것은 이사회가 열리기 불과 3일전.

쌍용차의 한 임원은 "1월 5일 산업은행을 방문했지만 자금지원이 끝내 무산됐다"면서 "법정관리 말고 대안이 없다고 경영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의 경우 채권단이 다수의 은행들로 이뤄졌을 때 채권회수 등 각자의 이해관계로 승인될 가능성이 높지만, 쌍용차는 산업은행이 유일한 채권은행이었기 때문에 워크아웃 신청 자체가 원천적으로 어려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거기다가 극심한 판매 부진 속에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쌍용차로서는 돌아가는 상황이 워낙 시급하다보니 워크아웃 보다는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쌍용차는 지난 2007년 3년 만에 당기순이익 116억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어 작년 5~6월 경유가 급등으로 판매가 추락하고 비상경영체제인 `컨티전시 플랜`을 가동했다. 이때만 해도 유동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작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지원이 안되면서 유동성에 애로를 겪기 시작했다. 충분한 담보물건이 있었지만 대출받을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대주주인 상하이차와 우리 정부 및 산업은행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상황은 악화돼갔다.

결국 쌍용차는 작년 12월 30일 1차 부도위기를 맞았다. 쌍용차 경영진들도 행보가 빨라졌다.

대주주인 상하이차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경기도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경영현황설명회를 갖고 쌍용차에 대한 지원과 협조를 부탁했다.

다행히 상하이차가 작년 말 D/A(Development Agreement) 및 `C200`(프로젝트명) 공동개발 2가지 건으로 약 600억원을 입금한데다 포스코 등이 만기가 도래한 어음을 한달간 연장해주면서 간신히 부도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자금으로는 공장을 가동하고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국내 금융권이 자금지원을 꺼리는 상황에서 중국정부나 상하이차의 자세도 소극적이었다. 상하이차가 자금지원에 나서더라도 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는데 2~3개월이 소요돼 시간상으로도 촉박했다.

결국 쌍용차는 워크아웃 졸업 4년만에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운명을 맞게 됐다.

그리고 한달만인 2월6일 법정관리인 선임과 함께 회생절차에 들어가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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