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와인업계 ''급제동''

고환율·경쟁 심화로 갈수록 수익성 나빠져
  • 등록 2009-01-07 오전 10:28:37

    수정 2009-01-07 오전 10:28:37

[조선일보 제공] 2000년부터 '와인열풍'에 힘입어 급성장하던 와인 업계에 제동이 걸렸다. 관련 업체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 둔화와 고환율 부담, 경쟁 격화로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5월까지 와인수입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 신장률(77.6%)과 비교해 절반도 안 된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환율 상승으로 수입가격이 상반기보다 2배 정도 올라 와인 수입업체들의 수익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엔 유동성 위기로 업계 10위권 회사였던 아간코리아가 부도를 맞았다. 현대백화점 홍정란 부장은 "와인 시장의 성장세가 정점에 도달함에 따라 와인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특히 신세계가 지난달 31일 자본금 5억원 규모로 와인 수입 업무를 맡는 '신세계와인컴퍼니'를 세우자, 중소 와인수입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세계는 와인을 직수입한 후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조선호텔 같은 그룹 소속 사업체를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홍대 앞, 청담동 등을 중심으로 속속 생겨난 와인바들도 경영난을 겪고 있다. 10여개 와인바가 모여있는 서울 청담동 도산로 '와인 골목'도 최근 찾는 손님이 줄어들면서 한산한 분위기다.

3년간 와인바를 운영해온 박모(46)사장은 "최근 이 일대 와인바의 매출이 1년 전보다 40~70%까지 줄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고 했다. 매출 부진으로 간판을 내린 와인바가 늘면서 부동산 매물도 늘었다. 청담동 갤러리아부동산 관계자는 "등록된 와인바 매물이 최근 20% 이상 늘었지만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연세대 경영학과 오세조 교수는 "최근 수년 동안 와인 수입 판매업체가 급증해 와인가격 거품을 낳는 악순환을 초래했다"며 "지금의 위기를 국내 와인가격의 거품을 빼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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