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는 그러나 '속살'이 유혹적이다. 부드러운 살점과 쫄깃한 껍질, 이 담백한 흰 살 생선이 1월 제철을 맞아 미식가들에게 손짓하기 시작했다. 아귀의 참 맛을 보기 위해, 경남 마산 오동동(午東洞) 아구찜 골목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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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 된장으로 맛을 낸 아귀찜
경상도에서는 아귀를 '아구'라고 부른다. 아귀찜은 오래 전 마산 오동동에 장어국을 팔았다는 '혹부리 할머니'가 어부들이 가져온 아귀를 북어처럼 된장과 고추장, 마늘, 파 등을 섞어 쪄서 내놓은 데서 시작됐다. 북어찜의 요리법을 아귀에 적용한 것이다. 콩나물이나 미나리 같은 채소를 함께 넣고 찌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쯤으로 짐작된다.
아귀는 병어나 오징어, 새우 등을 그대로 삼키는 잡식 생선이다. "아귀를 잡으면 뱃속 물고기 한 마리를 덤으로 얻게 되는 셈"이라는 말도 이래서 나왔다. 다른 생선보다 비타민 A가 풍부해 피부미용에 좋다. 쫀득쫀득한 껍질과 연골엔 콜라겐도 풍부하다. 지방이 함유량도 낮아 칼로리도 적게 나간다. 고등어 한 마리에 174㎉, 갈치 한 마리에 142㎉라면 아귀는 64㎉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수산물성분표=1995년 국립수산진흥원) 찜이나 탕에 함께 넣어 먹는 미나리엔 비타민 B1, C가 풍부하고, 콩나물엔 아스파라긴산이 들어있어 피로와 숙취에도 좋다.
아귀찜은 생아귀찜과 건아귀찜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도 건아귀찜은 마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12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잡은 살 붙은 아귀를 얼음물에 씻어 눈바람에 말리면 '건고기'가 되는데, 이를 물에 불려 아귀찜을 한다.
50년 넘게 아귀찜 장사를 하고 있는 주인 김삼연(62)씨와 며느리 한유선(39)씨는 "우리 집은 직접 담근 전통 토장(토속된장)으로 양념을 한다"며 "매운 고춧가루를 풀고, 미더덕과 콩나물을 범벅해서 쪄서 자극적이지 않고도 얼큰한 맛을 낸다"고 자랑했다. 첫 입에는 '뭐 그다지 다를 것 없지 않나…' 하고 시큰둥해 할 수 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혀에 감기는 맛. 며느리 한씨는 "아구를 제대로 먹으려면 절대 예쁜 척을 하면 안 된다"며 "손으로 잡고 뼈 사이에 붙은 연골까지 쏙쏙 빼먹어야 제 맛"이라고 덧붙였다.
'옛날우정아구찜'(055-223-3740), '마산전통아구찜'(055-221-8989)도 아귀찜으로 이름났다. 찜은 대부분 1만5000~3만5000원 사이에 판다. 양은 좀 적은 편이다. 두 사람이 먹으려면 최소한 '중' 크기를, 네 가족이 먹으려면 '특대' 크기를 주문해야 푸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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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니아들을 위한 맛, 아귀 수육
아귀는 쓸개와 이빨을 빼고는 모두 먹을 수 있는 생선. 그래서 아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참맛은 아귀 내장에 있다"고들 한다. 내장 중에서도 '애'라고 불리는 간과 위, 대창 부분이 특히 맛있다.
■ 색다르게 즐기려면…, 아귀 불갈비·아귀 된장
아귀 불갈비는 오동동 사거리에서도 '오동동아구할매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아귀에 배를 갈아 넣고, 생강과 참기름·고춧가루 등으로 버무려 불판에 구워서 먹는다. 주인 김삼연씨는 "동동주에 먹어야 찰떡 궁합"이라고 했다. 3만~3만5000원.
'구강할매집'(055-246-0492)에선 '아구된장'을 판다. 호박과 느타리버섯, 두부를 넉넉히 넣고 된장을 푼 육수를 두른 후 생아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고 자박자박하게 끓인다. 청양고추를 가미해 은근한 얼큰한 맛이 일품. 이 집 주인은 "아귀 된장을 맛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1인분에 1만원.
:::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탄다. 대구와 구미를 지나 금호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바꿔 탄다. 창녕을 지나면 얼마 안 있어 마산이다. 차가 밀리지 않으면 5시간30분쯤 걸린다.
::: 더 자세한 문의는
마산시 문화체육과 (055)220-3030~4, http://tour.masa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