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다음 표적은?.."시위효과"로 만족할까

FT, "국제여론·경제 부담 의식해 전쟁은 피할 것"
  • 등록 2003-04-14 오전 11:04:39

    수정 2003-04-14 오전 11:04:39

[edaily 전미영기자] "미국은 다음 공격 대상에 대한 리스트를 갖고 있지도 않고 그럴 계획도 없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주 수차례의 언론 접촉을 통해 미국의 또 다른 전쟁 계획에 대해 거듭 부인했다. 그러나 "이라크 다음 표적은 어디인가?"라는 우려섞인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이라크 전쟁에서 거의 저항없이 손쉽고 빠른 승리를 거머쥐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 내 강경파의 입지가 한층 강화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3일 워싱턴포스트는 특히 북한이 지난 주말 다자 대화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두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라크에서의 무력 시위가 북한을 보다 타협적으로 만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는 제1막 불과? 조지 W 부시 정부가 스스로 설정한 "과업"이 이라크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점을 세계가 우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저명 정치 분석가 윌리엄 크리스톨과 로런스 카플란이 함께 펴낸 "이라크에 대한 전쟁(War Over Iraq)란 책이 부시 정부의 전략적 세계관을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자들은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자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여기는 국가들을 상대로 펼치는 연속극 중의 한 부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라크 군정을 이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표현을 빌면 "미국은 제 4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그는 자신이 3차 대전으로 규정한 냉전에 이은 4차대전에서의 미국의 주적으로 "이란의 신정, 이라크와 시리아의 파시스트, 알카에다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지목했다. 이라크에서의 군사적 승리는 이 같은 위협을 행동에 옮기고 싶은 미국의 욕망을 부추길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특히 이라크전이 세계적인 반전 시위 물결과 주요 동맹국들의 반대 속에서, 미국 국내 여론의 확고한 지지가 없는 가운데서 치러졌다는 점 때문에 "럼스펠드식 처방"의 다음 목표에 대해 세계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라크전 "시위효과"로 만족? FT는 그러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그리고 전략적인 모든 요인들이 총체적으로 작용, 미국 정부가 "시리아의 자유"나 "이란의 정의"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백악관의 신제국주의자 몇몇을 제외하고는 "선제적 행동" 위주로 미국의 전략적 독트린을 변화시킨 주역들 역시 이라크전에 이은 또 다른 전쟁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국방부의 대표적인 매파인 폴 울포위츠 부장관조차도 최근 NBC와의 회견에서 "세계 도처에서 변하가 일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그것은 각기 다른 수단에 의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군사력이 유일한 수단이 아니며 주요 수단이 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울포위츠 부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미국 정부의 합의된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기 보다는 분열된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FT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사적인 견해라는 점을 전제로 현 시점에서 대부분의 이슈에 대해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했음을 시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WP도 국방부와 국무부로 대표되는 강온파 대립이 이라크 이후의 국제관계를 두고 재연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곧바로 다음 목표를 공표하고 행동에 돌입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제 여론의 악화다. 이라크 전쟁을 통해 미국이 의지와 위력을 과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미 감정이 급격히 고조됐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선을 의식한 부시 대통령은 국내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입장이다.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인들이 이라크전을 지지한 이유는 이라크 문제만 해결되면 국제 정세가 평온해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ABC와 WP가 공동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미군의 이라크 장기주둔에 우려를 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한 걸프전 이후의 경기침체로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는 테러와의 전쟁 이상으로 경제 전선에서의 전쟁이 중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통화기금이 최근 미국의 올 성장률 추정치를 2.2%로 하향, 3년째 추세이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 것을 비롯해 미국 경제엔 이미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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