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로봇계 애플’ 꿈꾸는 네이버, 대중화 표준 선점 나선다

네이버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리더 등 인터뷰
거대 실험장 1784서 연내 로봇 규범 1.0 완성 목표
‘로봇 설계-중앙 관제-HRI’ 연결해 종합 솔루션 구축
채용 시장서 폭발적 관심…외부 기업과 파트너십 준비
  • 등록 2022-05-15 오후 2:00:04

    수정 2022-05-15 오후 9:15:34

사진 오른쪽부터 네이버랩스 UX & HRI 디자인의 김석태 리더와 김가현, 조상영 연구원이 루키 로봇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네이버(035420)(대표 최수연)가 로봇에 진심을 드러낸 때는 3년 전. 지난 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로봇팔 ‘엠비덱스’ 등 자회사 네이버랩스의 첨단 기술을 공개했다. 당시 ‘5세대 이동통신 브레인리스(5G Brainless)’ 로봇에 대한 복안도 꺼냈다. 초고속·초저지연 강점을 지닌 5G망을 통해 이른바 ‘뇌 없는 로봇’을 중앙에서 통제하는 관제 기술 개발을 알린 것이다.

그로부터 3년 뒤 네이버가 제2사옥이자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건물 ‘1784’를 공개했다.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꿈꾸는 네이버’의 야심이 드러난 순간이다. 신사옥 오픈 간담회에서 이 같은 방향성이 공개됐으나, 미디어의 관심은 건물 자체에 쏠렸다. 거대한 로봇 실험장인 1784의 운영체제(OS)나 마찬가지인 ‘HRI(Human-Robot Interaction, 인간-로봇 상호작용)’에 대해선 이렇다 할 스포트라이트가 없었다.

왜 ‘NHRI’인가

최근 1784 사옥에서 네이버랩스 UX & HRI 디자인의 김석태 리더와 김가현, 조상영 연구원을 만났다. HRI를 연구하는 세 사람은 언론 인터뷰에 처음으로 나섰다.

이들은 ‘NHRI’ 연구를 대외에 최초 언급하고 올해 ‘NHRI 1.0 버전’을 완성시킬 계획을 전했다. NHRI(Natural HRI)은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위한 더욱 자연스러운 지침(가이드라인)으로 보면 된다. 네이버의 핵심 자산이 될 연구다.

김석태 리더는 “자동차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아무 법칙이 없다가 점점 많아지면서 법규가 생기지 않았나”라며 “우리가 만들 NHRI는 일상에서 사람과 로봇이 잘 어울리기 위한 규칙을 좀 더 세밀화하고 체계화시키는 것으로 올해 가이드라인의 1.0 버전을 완성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 “아직 외국에도 로봇 관련 가이드라인이라고 볼 만한게 없다”며 “NHRI가 규칙으로 자리 잡는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HRI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한 연구다. 인터뷰에 나선 세 사람은 산업 디자이너다. 해당 조직엔 컴퓨터 공학은 물론 인문학 전공자도 있다. 김 리더는 “UX(사용자경험) 인터랙션 디자인은 물론 로봇의 외관 형태까지도 연결해 본다”며 “사회과학적 요소도 다룰 수 있고 컴퓨터 공학 측면에서 보기도 한다. 네이버랩스 유럽에도 HRI 연구팀이 있어 협업하는 중”이라고 알렸다.

네이버 1784 사옥에 입점한 스타벅스 내에서 커피 배달을 맡은 네이버랩스의 루키 로봇을 양팔 로봇이 소독 중이다. (사진=이대호 기자)


◇로봇 눈에 담긴 NHRI


김가현 연구원은 “루키(네이버 로봇의 한 종류)의 눈을 보면 사람 눈 같으면서도 로봇 눈으로도 볼 수 있다”며 “로봇이라는 커다란 덩어리가 돌아다니면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는데, 귀여운 눈 등 의인화 요소를 넣으면 사람이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연구 결과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3년 전 네이버는 로봇팔이 사람과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를 위해선 산업용 로봇을 훌쩍 뛰어넘는 정밀 제어가 필요하다. 당시의 고민과 기술이 루키가 네이버 1784 내에서 커피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면 외관을 닦아주고 소독해주는 로봇팔에 담겼다.

루키는 초당 평균 1.2미터(m)를 걷는 사람보다 느리게 복도 우측으로 움직인다. 루키 보행을 막는 인간의 돌출 행동엔 ‘비켜달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보다 이해를 구하는 텍스트를 띄워 자연스러운 공존을 추구한다. NHRI의 방향성과 맞닿은 지점으로 볼 수 있다.

‘로봇계 애플’ 네이버의 야심

네이버는 로봇계 애플을 꿈꾼다. △인간과 공존이 가능한 정밀 로봇 설계 기술을 확보한 네이버랩스와 △중앙 통제가 가능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반 대규모 관제 시스템 개발 ·운영 △사회적 규범까지 고려한 NHRI 연구를 더해 종합적인 로봇 플랫폼 기술 완성을 보는 까닭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다루는 애플과 빼닮았다.

김 리더는 AI 클라우드 관제에 대해 “1784 사옥 내 40여대 로봇이 배달 등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100대 이상의 로봇도 충분히 관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외부에서 여기에 관심을 보여 좋은 파트너십도 만들려하고 있다”며 “1차 타깃은 상업 공간에서 네이버 서비스와 연결시킬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채용 잠시 닫아’ 폭발적 관심

김 리더는 구인 현황에 대해 “1784 오픈이후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아 지원자들이 폭발적으로 들어오고 있어 채용을 잠시 닫았다”며 “앞으로 하는 일이 점차 많아져 채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상영 연구원은 “HRI의 UX 등 어떤 디자인이든지 이렇게 큰 규모로 실험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어디 있을까 보면 네이버랩스만큼 수준이 올라온 곳은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겉도는 연구가 아닌 핵심을 찌르는 연구를 할 수 있고, 커리어나 연구 환경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 사람은 “네이버 HRI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 충분히 있지만,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로봇을 더 잘 쓸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할 것”이라며 “사람 중심 스탠더드(표준)를 우리가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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