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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중국 고위급 관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실종설이 불거진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의 안전을 확인했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불똥이 튀고 있다. 내년 2월 열릴 예정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미국과 영국 등이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하면서 흥행에 실패할 것을 우려해 펑솨이의 안전을 억지로 연출해냈다는 비판이다.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를 이른바 ‘스포츠워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중국 디렉터인 소피 리처드슨은 IOC가 펑솨이를 화상 인터뷰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인권침해 논란에도) IOC가 올림픽을 개최하는 데 얼마나 절박한 지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IOC는 지난 21일 토마스 바흐 위원장 등 관계자 3명이 펑솨이와 30분간 화상통화했다고 발표했다. IOC는 펑솨이가 통화에서 “잘 지내고 있다”, “진정이 됐다”,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펑솨이는 지난 2일 “장가오리 전 부총리와 수년에 걸쳐 강압에 의한 성관계를 했다”고 폭로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2주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펑솨이와 영상통화를 한 사실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 문제에 대한 외부 개입을 극도로 꺼리는 중국 당국이 용인했기 때문에 펑솨이와의 인터뷰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실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펑솨이가 폭로한 성폭행 의혹에 대해 중국 정부가 조사에 들어갔는지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지적에 IOC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IOC는 CNN에 “올림픽은 전 세계를 평화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행사이며 다양성 속에서 가장 강력한 통합의 상징”이라며 “참가자들이 다양한 만큼 IOC는 모든 국제정치 이슈에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