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장기탈출증은 ‘밑이 빠지는 병’이라고도 불린다. 자궁, 방광, 직장 및 내장과 같은 장기들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 질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질 밖으로 빠져 나오기 때문이다. 장이 빠져 나오면 직장류라고 하고 자궁이 빠져 나오면 자궁탈출증, 방광이 빠져 나오면 방광류라고 부른다. 단독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주로 임신과 출산의 영향을 받아 발병한다. 출산을 할 때 여성의 몸은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때 골반 구조도 변하게 돼 골반 구조물을 지지하는 골반 인대나 근막, 근육 등이 손상을 입는다. 난산을 겪었거나 거대아를 출산한 경우 혹은 여러 번 출산을 한 경우 골반 지지구조의 손상을 입게 돼 약해지므로 골반장기탈출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출산을 경험한 40대 이상의 여성 10명 중 3명이 경험할 정도로 중년 이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유전성이 있어 어머니가 골반장기탈출증을 앓을 경우 30% 이상에서 발병한다.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많은 여성들이 골반장기탈출증으로 고통을 받지만 수치심에 치료를 받지 않고 감추는 경우도 많다”며 “이는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배뇨장애, 질 출혈, 골반통증 등 다양한 증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밑이 빠지는 기분이 들고 걸을 때 밑쪽이 불편하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치료는 질 입구로 장기가 얼마만큼 빠졌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초기에는 골반 근육 강화운동을 하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2기 이상 진행된 상태라면 반복적으로 질 밖으로 장기들이 탈출하고 염증이 발생하므로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은 폐경 이후 노화가 진행되면 증상이 심해져 50대, 60대, 70대가 될수록 수술을 받는 경우가 증가하고 70대 환자들이 가장 많이 수술을 받는다. 80세 이상은 체력이 약해 수술 후 후유증 등의 문제로 수술보다는 ‘페사리’라고 불리는 실리콘 링을 질 안에 삽입해 고정시켜 주는 시술을 실시한다. 그러나 페사리는 소독이 불편해서 만성적 염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 건강에 무리가 없는 노년의 여성이라면 수술적 치료를 받는 것이 낫다.
게다가 로봇수술기를 이용하면 정교하고 정확한 시술이 가능해 조직 손상 및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여러 부위를 봉합해야 하는 고난도의 골반장기탈출증에 특히 많이 활용된다. 실제 로봇수술기를 이용해 골반장기탈출증 수술을 시행하면 일반 수술에 비해 회복이 빠르고 재발률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신정호 교수는 “힘든 출산이 기본적인 원인이지만, 복압을 상승시키는 만성적 변비와 복부비만, 반복적으로 무거운 짐을 드는 행위 등이 골반장기탈출증의 악화 요인이 되므로 적정 체중 유지와 배변 활동 개선, 생활습관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한다”라며 “골반장기탈출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소변을 끊는 느낌으로 요도괄약근 주위를 조이는 행동을 반복해 주는 케겔운동으로 골반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