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텐센트, 소리없는 잠식 지속..韓게임업계 여전히 '탐색중'

콘텐츠 확보 및 차익실현 목적..일대일로 투자 제안
공격적 M&A 및 콘텐츠 확보로 2016년 영업수익 1위
"한국 게임업계 여전한 관심..구글·애플도 넘어설 것"
  • 등록 2017-04-03 오전 7:55:27

    수정 2017-04-04 오전 11:01:49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최근 게임개발사 A는 중국 텐센트로부터 투자 제의를 받았다. 한동안 실적이 다소 부진했었지만 근래 들어 내놓은 신작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터였다. A사 관계자는 “한국 게임시장에서 반응이 좀 괜찮다 싶은 신작을 내놓는 개발사들은 텐센트가 여지없이 접촉하고 있다. 아직도 한국 게임에 대한 투자 의욕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테슬라 자동차 지분 5%를 인수해 화제를 모은 텐센트가 한국 게임업계에 여전히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는 지난 수년간 넷마블 게임즈와 4:33, 넥스트플레이 등 한국에서 잘 알려진 게임을 개발한 이력이 있거나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에 투자해왔으며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투자 제의는 직접..콘텐츠 확보 위해 SI·FI로 나서

텐센트의 투자 제안은 제 3자를 거치지 않고 당사자들간 직접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게임업체의 경우 인기게임을 중국에서 유통하기 위해 퍼블리싱 계약을 제안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가능성을 보고 SI(전략적 투자자) 또는 FI(재무적 투자자)로 나서게 된다.

실제로 넷마블을 비롯해 텐센트가 투자한 국내 기업들의 경우 전혀 경영권에 대한 간섭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관심은 오로지 해당 업체들의 신작 게임(콘텐츠)과 차익실현 등 두 가지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신작을 출시하거나 개발 중일 때 정기적으로 텐센트와 접촉하고 설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출시 전후로는 중국 시장에 퍼블리싱할 수 있는 우선권을 준다.

이는 세계 온라인 게임 1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미국 라이엇 게임즈, 세계 1위 모바일 게임사인 핀란드 슈퍼셀 등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카 파나넨 슈퍼셀 최고경영자(CEO)는 텐센트의 인수 제안에 응한 이유로 라이엇게임즈와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점과 독립 경영을 약속했다는 점을 지목한 바 있다.

中IT업계 빠른 발전..“게임은 여전히 한국이 앞선 분야”

텐센트가 한국 게임사에 여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한국 게임시장의 규모가 작긴 하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여전히 중국보다 앞서 있다는 판단에서다. 텐센트가 카카오나 YG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기업에 투자한 이력이 있긴 하지만 게임업계에 비할 바가 되지 않는다.

기업별 투자 규모도 적지 않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넷마블의 경우 5300억원을 투자해 지분율 22.22%를 확보, 방준혁 의장과 CJ E&M에 이은 3대 주주에 올라있다. 텐센트 게임즈 부사장인 피아오얀리는 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기도 하다. 텐센트는 최근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류 금지령)에도 불구, 넷마블의 최신 인기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 중국 테스트를 진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넷마블 주요 주주현황(지분 5% 이상 보유).
텐센트는 이밖에도 게임 개발사 4:33에 라인과 함께 1300억 규모 투자를 진행했고, 파티게임즈와 카본아이드 등 비교적 규모가 적지만 게임업계에서 대성공을 거둔 이력이 있는 개발자가 있는 업체에도 투자하고 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콘텐츠 확보에 힘입어 텐센트의 지난해 게임 관련 영업수익은 전년대비 17% 증가한 102억달러(한화 약 11조4000억원)로 1위에 올랐다. 2위를 차지한 소니의 78억4000만달러와 3위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66억달러를 크게 따돌린 수치다. 게임 전문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슈퍼셀의 영업수익까지 포함할 경우 텐센트의 영업수익은 전체 게임업체의 13%를 차지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텐센트의 지난해 추정 순이익은 전년대비 57.5% 증가한 440억8000만위안, 올해는 이보다 30% 더 늘어난 572억3000만위안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형 게임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게임업계에선 텐센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며 “자체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위챗의 글로벌 영역 확대나 커넥티드 카 등 미래기술에 투자하는 등 지금 같은 흐름이라면 앞으로 몇년 안에 구글이나 애플도 넘어서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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