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투자자문의 회사명만 보더라도 대표의 철학이 그대로 묻어난다. 스노우볼 회사 씨아이(CI)는 `눈덩이 복리효과`를 상징한 것으로 다름아닌 워렌버핏의 가치투자를 뜻한다.
VIP투자자문은 그야말로 `가치투자` 마니아 집단이다.
김민국, 최준철 VIP투자자문 공동대표이사는 "교과서대로 투자해야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가치투자 문화를 우리나라에 제대로 정착시킬 생각으로 모였다"고 말했다.
2003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VIP투자자문은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평가금액이 3100억원을 넘어섰다. 주고객은 일임형 투자자들로, 벌써 260명을 돌파하며 120개에 달하는 자문사 중 일임형 투자자 유치 1위를 차지했다.
◇ "자문사, 다양한 색을 가진 스펙트럼"
최준철 대표는 투자자문사를 한마디로 `스펙트럼`과 같다고 표현했다. 천편 일률적인 운용사와는 달리 자문사들은 저마다 투자성향을 조금씩 달리하며 각자의 색을 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 대표는 "공격적인 성향과 보수적인 면을 스펙트럼의 양극이라고 했을 때 VIP는 극보수에 해당한다"며 "투자자들의 다수가 학교나 교회, 재단 등으로 리스크가 잠재된 높은 수익률보다는 `은행금리+알파` 수준의 수익률이지만 안정적인 투자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단기적인 테마주나 기업가치 대비 오를대로 오른 종목은 VIP의 관심대상 밖이다. 김민국 대표는 "가치가 저평가된 내수독점적 기업들에 주목한다"면서 "경기가 좋아지고 인플레이션이 되면 원가상승으로 결국 판매가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과소평가된 기업들의 실적이 자연스레 올라가게 돼있다"고 강조했다.
작년 120개에 달하는 자문사 중 4곳이 순이익을 냈다. 그 중 한 곳이 VIP이다. 이 뒤에는 저평가된 가치주를 걸러내는 VIP만의 노하우가 숨어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종목분류기법과 V차트, 또 1년에 300회에 달하는 기업탐방이 그것.
김 대표는 "VIP는 유일하게 기업리포트를 쓰는 자문사"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노력에다 상품의 `완전판매`가 더해져 지금과 같은 결실을 보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최 대표는 "고객들을 모두 직접 만나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가치투자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설명한다"면서 "신념없이 1년이하 단기간에 돈만을 벌 목적인 투자자들에겐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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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문사, 작은 몸집이 장점이라면 센 고집은 단점"
두 대표는 운용사와 비교했을 때 자문사의 제일 장점은 `작은 몸집`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는 "지난 2007년을 돌이켜보면 운용사들이 주가가 2000포인트를 넘어서는데도 계속해서 펀드를 팔아댔다"면서 이후 반토막이 난 펀드로 투자자들은 운용사와 펀드를 불신하게 됐다는 것.
하지만 당시 많은 자문사들은 상품을 거의 판매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 대표는 "당시 VIP도 5개월간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밝힌 자문사 고유의 색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김민국 대표는 "자문사는 단일제품에 대한 고집이 있기 때문에 스탠스를 잘 바꾸지 않는다"면서 "백화점과 같이 다양한 니즈(Needs)를 만족시키는 운용사와 달리 그런 면에선 융통성이 떨어진다"고 고백했다.
특히 올해 증시가 본격적으로 되살아나면서 `지금은 가치투자 트렌드가 아니지 않느냐`는 말을 해오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한다. 때문에 자문자를 통해 투자를 할 경우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곳을 택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에 두 대표는 의견을 같이 했다.
최근 불어닥친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열풍과 관련해선 `과정일 뿐`이라고 답했다.
최 대표는 "최근 자문형 랩 상품에 2조원 가량의 돈이 몰렸다는데 보통 한개 펀드조성 금액의 오분의 일도 안되는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미국에서 펀드 열풍이 분 이후 헤지펀드 등으로 투자가 다변화 됐듯 우리도 그 과정을 겪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대학 재학시절 각자 주식 투자를 해오다 가치투자라는 접점에서 우연히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최 대표는 "당시 김 대표가 올린 기업분석 리포트를 보고 신선함을 느꼈다"면서 "직접 만나보니 가치투자에 대한 철학도 똑 닮았고 학교와 나이도 같았다"며 첫 만남을 기억했다. 그때 만난 두 사람은 `대학투자저널`을 창간하고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이라는 책도 펴냈다.
두 사람은 다른 자문사들 대표들과 같이 증권사나 운용사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는 점도 이채롭다. 공개포트폴리오인 `VIP펀드`를 2년간 운용하며 117%라는 수익률을 올리면서 서서히 유명세를 탄 것이 전부다.
김 대표는 "대학생때부터 다진 실전능력과 가치투자에 대한 신념 하나만으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학생 시절 가치투자의 매력에 빠져 업계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하고 의견을 나눴다. 그때 인연을 맺은 사람 중에는 업계에서 유명한 가치투자론자인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도 있다.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투자를 즐기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약속한 듯 대답했다. 경영면에 좀 더 관심이 많은 최 대표는 저평가된 회사를 인수해서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도 꿈꾼다고 했다. 그는 "VIP투자자문을 버크셔해서웨이처럼 키우고 싶다"면서 가치투자라는 색을 갖고 계속해서 실력을 키워가겠다는 포부다.
김 대표는 "가치투자를 통해 주식이 늘 위험한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줄 것"이라면서 "내 나이가 예순, 일흔살이 됐을 땐 가치투자에 대한 논쟁이 사라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웃음지었다.
가까운 미래엔 해외까지 영역을 넓혀 세계 최고의 가치기업을 투자자들에게 찾아주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이사 약력
▲서울대 경제학부 ▲서울대 투자연구회장 ▲저서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 ‘만화로 보는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 ▲브이아이피투자자문 공동대표이사
◇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이사 약력
▲서울대 경영학과 ▲저서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 `가치투자가 쉬워지는 V차트` ▲역서 `워렌 버핏의 실전 주식투자` ▲브이아이피투자자문 공동대표이사 ▲VIP사모주식형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