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찬의 이車저車)`하이브리드카` 렉서스 RX400h

혼합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연비·출력 모두 잡아
시동켜면 소리없이 스르르..모터구동 정숙성 탁월
장거리 고속주행땐 하이브리드 이점 못살려
  • 등록 2006-09-29 오전 11:28:18

    수정 2006-09-29 오전 11:28:18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이것이 올바른 길로 가는 첫걸음입니다.(it's a step in the right direction.)"

할리우드 스타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카인 도요타 프리우스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환경주의자인 디카프리오는 프리우스를 2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열성적인 팬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에도 검은색 캐딜락 대신 프리우스를 타고 나타난다.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도요타의 프리우스. 사진은 프리우스 광고의 한 장면이다.
디카프리오 뿐 아니다. 카메론 디아즈, 해리슨 포드, 브래드 피트, 톰 행크스, 메릴 스트립 등 할리우드 스타들 역시 저마다 자랑스럽게 프리우스를 타고 다닌다.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고급 명차를 두고 굳이 패밀리카인 프리우스를 고집하는 이유는 `환경을 생각하는 양식있는 스타`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 일 수 있다.

"양식 있는 스타는 옷차림 뿐 아니라 차 선택에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미국의 언론보도는 이같은 분위기를 투영한다.

하지만 할리우드 스타들의 프리우스 열풍은 그만큼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가 미국 시장에서 강력한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것이 진짜 하이브리드 시스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가 유독 세계 시장에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기술적 우위 때문이다.

다른 업체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정차시에만 전기모터로 작동하고 주행시에는 엔진 동력을 이용하는 `병렬 하이브리드` 방식이거나 엔진은 발전기의 역할만 담당하고 구동력은 모두 전기모터에 의존하는 `직렬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 렉서스 하이브리드카인 RX400h의 엔진과 전기모터
이런 구조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본적인 동력을 엔진 혹은 전기모터 한쪽에만 의존한다.

하지만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경우 정차시는 물론 저속주행 때에도 전기모터의 동력으로 구동하다 속도가 높아지거나 힘이 필요한 경우 엔진이 구동되는 `혼합형` 시스템이다.

그만큼 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연비 효율이 높고, 출력면에서도 뒤쳐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존의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구분해 `스트롱 하이브리드`로 부르기도 한다.

도요타 관계자는 "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징은 전기모터와 엔진이 트랜스미션과 연결되어 있어 모터와 엔진의 힘을 적절히 배분시켜준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도요타 하이브리드카 한국 상륙


▲ 국내에 처음으로 시판되는 하이브리드카인 렉서스 RX400h
국내에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모델은 지난 20일 출시된 고급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렉서스 RX400h가 유일하다.

RX400h의 경우 SUV란 점을 감안해 출력에 많이 신경을 썼지만 하이브리드 모델다운 연비를 갖췄다.

RX400h의 공인연비는 12.9㎞/ℓ다. 3500cc 가솔린 모델인 RX350의 연비가 8.9㎞/ℓ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획기적인 연비로 각광을 받았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일본 모드 35.5 km/ℓ, 미국 모드 25.5kmℓ)에 비할 수는 없지만, SUV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패밀리 세단 수준의 연비를 실현했다.

또 3300cc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지만, 전기모터의 동력까지 가세하면서 최고 출력은 3500cc 엔진을 장착한 RX350(276마력)에 버금가는 272마력을 구현했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도달하는 가속시간도 7.6초에 불과하다.

RX400h의 숫자 `400`도 성능면에서 4000cc 8기통 엔진을 장착한 SUV에 해당하는 힘과 스피드를 구현했다는 의미로 따왔다.

◇"어! 시동이 켜진 거야?"

실제로 RX400h에 올라타 시동키를 돌려보면 계기판에 `Ready`란 문구가 나타나는 것 이외에 시동이 걸렸다는 점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엔진이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모터만 준비상태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변속기를 `D`로 내리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앞바퀴와 연결된 2개의 전기모터와 뒷바퀴에 연결된 전기모터를 통해 4륜구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물론 전기모터의 구동력만 이용하기 때문에 소음은 거의 없다.

평지의 경우 40km/h 정도로 속도가 올라가면서 자동으로 전기모터에서 엔진으로 구동력이 바뀐다. 미세한 엔진떨림이 느껴지기 시작하지만, 계기판에 엔진가동 표시를 보지 않고서는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는다.

엑셀 페달을 밟거나 오르막길의 경우에는 엔진과 함께 뒷바퀴에 연결된 전기모터가 함께 작동하면서 4륜구동으로 전환돼 출력을 높여준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할 경우 엔진은 자동으로 꺼지고, 남는 구동력은 베터리를 충전하는데 사용된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RX400h는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하는 도심에서 전기모터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고, 하이브리드 특유의 연비 효율과 정숙성도 느낄 수 있다.

◇"친환경이지만"..비싼가격 등 넘어야할 산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아직 여러가지 약점을 지닌다.

우선 장시간 동안 계속 고속으로 운전할 경우 베터리 충전이 되지 않고 엔진에서만 구동력을 얻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카의 연비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다.

도요타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며 "고속도로 주행시에는 연비 절감 효과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기모터 구동을 위해 고전압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사고시 감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기고 했다. 실제로 하이브리드카 사고로 운전자가 감전된 사례는 없었지만, 미국에서 프리우스 판매 초기시절 소방관이 인명구조를 위해 톱으로 차를 절단하다 감전된 경우는 있었다.

이에 대해 도요타 관계자는 "차량 내에 수많은 충돌 감지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충돌이나 베터리 분해시 자동으로 전기 회로를 끊어주도록 설계되어 있다"며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감전사고의 위험은 없다"고 설명했다.

높은 가격도 하이브리드카의 가장 어려운 숙제다. RX400h의 경우 가솔린 모델(RX350 6960만원)에 비해 1000만원 가량 비싼 8000만원이다. 또 고장시 일반 카센터에서 수리는 불가능하고 도요타 지정 정비센터를 반드시 이용해야한다. 5~8년정도 사용하고 교환해야하는 베터리 가격은 11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카의 키워드는 애초부터 `경제성`이라기 보다는 `환경`이다.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의 친환경성을 고려한다면 이런 불편함쯤은 슬쩍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프리우스에 열광하는 할리우드의 스타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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