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미국의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 위크 최근호는 미국 기업의 다양한 실적 발표 기준의 문제점을 커버 스토리로 다뤘다. 비즈니스 위크는 최근 연속적으로 회계기준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는데, 엔론으로 인해 미국내에서 회계기준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비즈니스 위크는 엔론 케이스가 아마도 극단적인 사례겠지만 엔론처럼 회계 장부를 멋지게 만들려는 회사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미국 기업이 손실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가 올해에만 1250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 이는 투자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기업이 이러한 사실을 발표하게 될 경우, 주가가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를 예외적인 항목으로 취급하게 될 경우에는 기업은 면죄부를 받게 된다. 주가가 거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손실 처리가 과연 기업의 영업과 전혀 무관하느냐는데 있다.
비즈니스 위크는 미국 기업의 회계 조작을 미국 기업의 위기로 진단한다. 미국의 금융시장을 지탱해 준 진실성이 위협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진실성 혹은 통일성은 미국을 금융 보고서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만들었으며 이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런데 바로 이러한 연결고리가 끊겨질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인 폴 볼커는 “회계 감사 직종이 진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표준과 상관없는 이익 기준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비즈니스 위크는 “pro forma”부터 “핵심(core)” 이익까지 기업마다 편의대로 이익 기준을 설정해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론의 경우에도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반복 순이익(recurring net income)” 기준에 따르면 목표치를 맞췄다고 발표, 처음에는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었다.
비즈니스 위크는 “왜 부차적인 이익이 우선시 되느냐”고 질문한 뒤 일반회계기준(GAAP)의 숫자로만으로는 기업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자답했다. 많은 기관 투자자나 월 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은 회계사들까지 GAAP는 적실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 특히 GAAP이 수많은 비현금 비용과 일회성 비용을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비즈니스 위크는 전했다. 물론 투자자들이 이러한 비용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또한 지속적인 영업과 관련된 실적 숫자를 원하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이익 기준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영업 이익도 마찬가지라고 비즈니스 위크는 지적했다. 영업 이익도 결국은 각 기업마다 자체 기준에 따라 영업이익을 계산하기 때문에 기업간 비교가 무의미 해진다는 것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하베이 피트 위원장은 “투자자 누구도 이 숫자를 활용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현재 SEC는 재무제표를 명확히 하고 pro forma 보고서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검토중이다.
결국은 표준화된 영업이익과 감사를 받은 순이익 숫자가 필요하게 된다고 비즈니스 위크는 주장했다. S&P도 이를 주장했고,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나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도 통일된 영업이익 기준에 대한 정의를 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S&P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데이비드 블리처는 “지난 2~3년간 자의적인 이익 측정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광범위하게 퍼져 이제는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고 개탄했다.
만약 표준이 없다면 이익에 대한 GAAP과 월 스트리트의 차이가 더욱 더 벌어질 것이고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비즈니스 위크는 말했다. 지난 3분기 S&P 500 기업에 대한 주당 순이익(EPS) 차이를 살펴보면 월 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퍼스트 콜)은 10.78달러, S&P는 9.17달러, SEC는 6.37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과거 4분기를 퍼스트 콜의 이익 기준을 사용한다면 PER는 23이 된다. 그러나 GAAP을 사용하게 되면 PER가 38로 높아지게 된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하게 됐는가에 대해 비즈니스 위크는 주범으로 닷컴 버블을 지목했다. 닷컴 버블과 함께 분기 실적 예상치를 맞춰야 한다는 월 스트리트의 압력이 더욱 거세졌고,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실적을 맞출 수 없게 된 기업들이 보다 창조적인 이익 측정방법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특히 pro forma 이익을 통해 기업들은 비용을 제외시킬 수 있었고 신생기업도 이익을 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pro forma 이익. Pro forma 공식은 한 기업내에서도 분기마다 다른데, 바로 이 때문에 신뢰성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미국회계사협회(AICPA)의 전임 회장인 로버트 엘리어트는 “투자자들이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바벨탑과 맞닥뜨렸다. 이 숫자는 표준화된 숫자도 아닐 뿐더러 감사를 받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텔 네트워크를 예로 들어보자. 노텔 네트워크는 투자자들에게 이익과 관련된 숫자로 3가지를 제공했다. 첫번째로 GAAP 기준에 따라 주당 1.08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인수 비용과 구조조정 비용 등 특별 비용을 제외한 pro forma 이익에 따르면 주당 68센트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된다. 만약 재고 상각과 외상 매출금에 대한 충당금 등 점증 비용 19억 달러를 제외할 경우에는 주당 27센트의 손실을 본 것으로 변한다. 물론 월 스트리트는 맨 마지막 숫자를 선택했다.
기업들은 pro forma 산식이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미래에 대한 보다 정확한 통찰력을 안겨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를 측정함으로써 향후 영업에 대해 전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들은 GAAP 기준에 따른 이익도 발표하고 있다면서 이를 무시하고 안하고는 투자자들의 자유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비즈니스 위크는 말했다.
GAAP 규정의 결함을 드러내는 사례중 JDS 유니페이스만한 것이 없다고 비즈니스 위크는 지적했다. 비즈니스 위크에 따르면 JDS는 작년 6월에 SDL을 주식 교환 방식으로 410억 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월 거래가 끝났을 때 자산은 25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늘었다. 반면 주가는 떨어졌다. 결국 새로운 가치에 맞추기 위해서는 JDS가 500억 달러를 떠안아야 했다. 현금이 전혀 거래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GAAP에 따르면 JDS는 순이익에서 500억 달러를 떨궈야 한다. GAAP에 따르면 JDS는 지난 6월 끝난 회계연도에 56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이 되는데, 이는 지난 5년간 누적 매출 50억 달러보다 10배나 더 많은 것이다. 따라서 애널리스트들이나 JDS는 500억 달러를 비용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JDS의 pro forma 이익이 보다 현실적인가? 이에 대해 비즈니스 위크는 투자자들이 이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S&P의 제안을 소개했는데, S&P는 영업이익에는 구매 비용이나 연구개발비, 구조조정 비용, 계속 영업에 따른 대손처리, 스톡옵션 비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인수합병 비용이나 영업권 손실, 송사 해결, 자산 매각익 또는 매각손은 제외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S&P의 제안을 JDS 유니페이스에 적용시킬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된다. GAAP을 사용하면 9.39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이 된다. S&P 제안에 따르면 3.19달러의 손실을 본 것이 된다. 그러나 월스트리트는 2센트의 이익을 본 것으로 본다.
민간기업인 S&P도 새로운 기준을 제안하는 판국에 FASB는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고 비즈니스 위크는 비난한다. FASB의 에드문드 젠킨 회장은 “(조만간)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FASB가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데는 보통 4년이 걸렸다. 예를 들면 1996년에 FASB는 구조조정 비용에 구멍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작년 6월에 초안을 만들고 공청회를 가졌다. 그러나 올 10월에 아직 이를 개정할 만한 준비가 안됐다고 발표했다. 경기침체로 새로운 구조조정 비용의 물결이 닥치는 판국에 FASB는 아직도 새로운 기준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늦은 일처리는 기준을 설정하는 사람들이 시장의 급작스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비즈니스 위크는 지적했다. 9월11일의 테러리스트 공격에도 그랬다는 것. FASB의 태스크 포스는 9월11일에 따라 발생한 비용과 일반 이용을 구분해내지 못했다. 대신에 기업들에게 재앙을 예외적 항목으로 취급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결국 GAAP은 테러리스트 공격을 일반적인 영업 활동으로 간주한 것이 된다. 물론 많은 기업들은 기업 실적 발표때 테러리스트 공격으로 인한 비용을 따로 떼어낸 보고서도 발표했다.
이번 4분기에는 더욱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2001년은 경제 악화와 테러리스트 공격의 후유증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비정상적 비용을 떨구게 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정작 문제는 기업 경영인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의 과오를 덮는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러면 무엇이 특별 비용이냐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보통 대규모 비용은 4가지 범주로 나눠지는데, 종업원 해고, 구조조정, 자산가치 하락, 재고 조정 등이다. 그리고 HBS 마크 브로드쇼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업들은 점점 더 이러한 비용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기업들로 하여금 pro forma 이익을 낼 때 이들 비용을 제외시키는 것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비용은 종종 비즈니스 사이클의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기업의 이익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 프루던트 베어 펀드의 매니저인 데이비드 타이스는 “어떠한 이유에서건 이것들은 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불한 비용이었고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힌다”고 말한다.
표준이나 규정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실적을 보다 좋게 보이게 할 수 있다. 델의 경우가 그렇다. 델은 수년간 벤처 캐피탈 투자를 투자이익(gain)으로 잡았다. 그러나 올해에 투자이익이 손실(loss)로 변하자 이를 제외시킨 잠정 이익을 발표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특별 비용은 과거의 영업성과가 과장됐었다는 증거라고 믿고 있다. 게이트웨이의 경우, 1분기와 3분기에 두 차례의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11억 2000만 달러로 1999년과 2000년에 벌어들인 전체 이익보다 1억 달러가 많았다. 이럴 경우,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게이트웨이의 계속 영업과는 상관없이 발생한 것인가. 소비자 파이낸싱을 대손처리하는 것은 어떤가. 노텔은 9월에 7억 6700만 달러의 소비자 파이낸싱을 대변(credit)의 대손충당금으로 옮겨 기록했다. 이는 과거의 외상매출이 현실화되지 않은 것을 뜻한다. 노텔은 매출로 기록하는 것과 회계상 대변에 기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이코노믹스 & 포트폴리오 스트래티지’의 발행인인 피터 베른슈타인은 1989년 부터 1993년 까지 발표된 기업 이익의 20%가 대손처리됐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별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규모 비용은 물론 미래 실적도 왜곡시킨다. 과도한 대손충당금이 미래에 월 스트리트의 예측을 맞추는 보물단지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번 설정된 충당금은 예상보다 비용이 적게 발생했다고 해서 되돌릴 수가 없다. 그러나 실적이 안좋을 때는 이를 간단한 과정을 통해 revenue로 바꿀 수가 있다. 결국은 대손충당금은 비용을 사전 지불한 것이 되는데 이는 나중에 이익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 대손충당금이 미래의 숨겨진 이익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들이 대규모 비용을 발생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자들이 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 게이트웨이는 10월18일 5억 7100만 달러의 비용을 떨군 이후로 주가가 48%나 상승했다. 그동안 S&P 500은 평균 6% 올랐다. 기업활동과는 무관한 비용이라고 월스트리트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건 스탠리 딘 위터의 투자전략가인 스티브 갤브레이스는 대규모로 비용을 떨궜던 기업들은 다음해에 주식시장에서 평균보다 실적이 20%포인트 안좋았다고 밝힌다.
어쨌든 경제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년도에는 더 많은 대손상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GAAP 규정이 영업권 상각방식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기업들은 그들의 자산을 주기적으로 평가해야만 하고 만약 가치가 떨어졌을 경우에는 장부가격을 떨궈야 한다. 국제재무책임자협회(FEI)의 비공식 조사에 따르면 회원의 최소 3분의1이 내년에 더 많은 비용이 발생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적절한 자산가치를 산정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비교 가능한 기업이 없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방법으로 회귀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이익 개념을 만든 선구자인 부동산 투자신탁의 경우가 그렇다. 일반적으로 영업펀드(FFO) 개념을 사용했는데 이제는 GAAP 이익 기준을 사용하는 리츠가 생겨나고 있다. AMP 부동산의 최고경영자(CEO)인 하미드 모가담은 “FFO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펀더멘털한 실적이 같음에도 한 기업의 숫자가 다른 기업의 숫자보다 더 좋아보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모건 스탠리의 회계 전문가인 트레버 해리스는 FSAB가 재무재표를 개선시키고 GAAP의 지위를 회복하는 방법은 영업에 따른 이익과 금융거래에 따른 이익을 명확하게 구분짓는 것이라고 말한다. 리만 브라더스의 윌렌스는 기업들이 현금 비용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보다 손쉬운 방법은 기업들로 하여금 보도자료를 SEC에 제출토록 하는 것이라고 비즈니스 위크는 말했다. 그리고 최소한 기업들은 pro forma 숫자와 GAAP 숫자 사이의 관계와 차이를 보다 명확하게 설명해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