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외환시장 몸무게를 줄여야 할 때

  • 등록 2000-04-25 오후 6:14:51

    수정 2000-04-25 오후 6:14:51

외환시장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는데 달러/원 환율은 꼼짝을 못하고있다. “투기적 거래에 의한 원화절상은 바람직하지않다”는 당국의 구두개입이 환율을 든든하게 떠받치고있다. 그래서 시장은 움직임을 멈춘 채 무거운 침묵으로 대응하고있다. 25일 시장흐름 : 환율은 전날보다 50전 높은 1109.30원에 거래를 시작, 오후장 중반까지 1108원대 후반에서 움직임을 중단했다. 그러나 달러매도시기를 저울질하던 물량이 조금씩 흘러나오면서 1107.90원까지 하락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리고 때맞춰 재정경제부는 "외환시장 수급이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장참가자들의 투기적 거래에 의한 원화절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는 언제라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구두개입에 나섰고 국책은행을 통한 직접개입이 단행되면서 전날보다 50전 낮은 1108.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심상치않은 외화예금 동향 : 외화예금 잔액이 지난 2월 70억달러에서 지난 20일현재 95억7000만달러로 불어났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기업들이 환율흐름을 주시하며 일단 외화예금에 달러를 쌓아놓고있다”며 “일부 공기업들도 정부의지에 호응, 외환시장에 달러를 내놓지않고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루하루 쌓여가는 외화예금은 언젠가 외환시장에 엄청난 물량부담을 초래, 환율하락압력을 거세게할 요인이다. 25일 시장에서도 이런 주변정황이 환율하락 기대심리를 강화시켰다. 당국의 개입 어떻게 이해하나 : 시중은행 한 딜러는 “당국이 시장참가자들의 투기적거래를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시장 수급상황을 무시한 투기거래가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수급에 따라 아래든, 위든 움직이는게 환율이지 시장참가자들의 의도만으로 원화절상이 이루어지는건 아니라는 의미. 그는 “이런 식의 개입이 빈발하다보면 정부개입의 약효가 떨어져 어느 순간 폭발적인 환율변동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당국은 “원화가치의 급격한 절상은 적절치않다”는 입장이다. 환율하락속도를 조절하는 것이지 자연적인 환율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외환시장이 활력을 잃고있는 것은 분명하다. 26일 시장의 변수들 : 외국인들은 25일도 542억원 순매도였다. 뉴욕증시가 변수지만 외국인 매도세는 26일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원화환율은 당분간 달러/엔 환율에 흔들리지는 않을 전망. 월말 수출기업의 네고물량이 어느 정도 시장에 나올 지는 여전히 관심사다. 아직 소규모 물량만 나와 환율하락폭을 제한했지만 주후반으로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기업들의 외화예금은 이제 외환시장 최대현안으로 급부상하고있다. 반면 외국인 주식배당금 송금수요는 어느 정도 소화가 된 상황. 달러수요요인으로서 위력은 거의 사라졌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당국의 방어의지가 시장을 이끄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젠 시장을 활성화, 외환시장의 몸무게를 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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