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중독? 스마트폰은 죄가 없다"[신율의 이슈메이커]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인터뷰
"중독 치료, '하지마' 아닌 '대체해 무엇인가 하자' 문화 필요"
"분노문화, 긴장과 불안 높은 사회가 만들어"
  • 등록 2024-10-12 오후 2:28:02

    수정 2024-10-12 오후 2:30:12

[이데일리TV 이혜라 기자]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출연했다.

○녹화일 : 2024년 9월23일(월)

○방영일 : 2024년 10월12일(토)

○진행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혜라 이데일리TV 기자

○대담 :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지난달 23일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출연했다. (사진=이데일리TV)
※인용보도시 프로그램명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를 밝혀주십시오. 영상 등 저작권은 이데일리TV에 있습니다.

▷신율: 시청자 여러분, 한 주 동안 잘 지내셨죠? 신율입니다. 우리가 현대사회를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어떤 것에 중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사실 중독이 하나 있어요.

▷이혜라: 어떤 거요? 정치 중독이요?

▷신율: 그건 중독 아니에요. 왜냐하면 제가 솔직히 직업상 들여다보는 거지. 우리나라 정치라는 게 맨날 싸움질밖에 안 하잖아요. 그래서 그 중독이 아니고 뭐냐 하면 담배 피는 거예요. 사실 이렇게 중독이 되면 굉장히 일상생활이 피곤해집니다. 비행기 오래 탈 때 담배 못 피잖아요. 그런데 점점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 다양한 유형의 중독이 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중독이신지 모르겠지만요.

▷이혜라: 저는 이렇게도 생각해 봤어요. 이게 몸이 힘들면 그냥 힘든 건데 정신이나 건강, 마음이 힘들면 더 힘든 것 같아요. 이러다 보니까 더 쉽고 자극적인 걸 찾는 이런 흐름들이 또 생기는 거 아닌가. 그래서 오늘 이런 부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님과 얘기 나눠보도록 할게요. 안녕하세요.

▷신율: 교수님은 중독된 거 없으세요?

▶신영철: 많습니다. 중독이라는 것은 어딘가 빠진다는 뜻이잖아요. 결코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에 빠질 수 있다는 건 열정과 에너지가 있다는 뜻이죠.

▷이혜라: 하지만 정도 때문에 문제인 거죠?

▶신영철: 그렇죠. 방향성의 문제라고 보셔야 합니다. 이게 건강한 쪽으로 잘 간다면 우리 삶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쪽이고. 건강하지 못한 쪽으로 가면 자기 자신과 세상을 해치는 쪽으로 가게 되는 것이죠. 저도 비밀이지만 중독이 있습니다.

▷신율: 요새 도파민 중독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도파민이 뭐예요?

▶신영철: 저는 정신과 의사를 30년 이상 했습니다만 왜 요즘 세상이 도파민에 관심을 갖는지 잘 모르겠어요. 특히 젊은 친구들이 도파민이라는 물질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실제로 인간의 뇌에는 천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신경세포들이 기능을 하기 위해 서로 연계가 되어 있어야 되거든요. 그때 필요한 물질이 바로 신경전달물질이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흔히 들어봤던 세로토닌 도파민. 이런 게 수십 가지가 있죠.

▷이혜라: 아드레날린도요?

▶신영철: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중에 이제 하나가 도파민이라는 물질인데 아마도 이 도파민이 인간의 의욕 동기 행동 이런 것과 관계가 있거든요. 특히 이게 과하게 되면 중독과 연관이 있습니다.

▷신율: 도파민이 과하게.

▶신영철: 그렇죠. 그리고 아마 최근에 컴퓨터가 나오고 인터넷이 발달되고 한 10여 년 전에 이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우리가 너무 몰입하게 되는 이 사회적인 현상 때문에 아마 도파민에 관심이 많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혜라: 사회적인 현상이라고 말씀하시면 지금 우리 한국 사회의 젊은층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좀 그런 흐름들이 좀 보이나요?

▶신영철: 그렇죠. 우리가 조금 더 빠른 것뿐입니다. 우리 특성상 너무 빠르죠. 그래서 뭐든지 빨리 도입되고 더 활성화되는 측면은 있지만 지금 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SNS의 발달로 인한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 베스트셀러가 된 ‘불안 세대’라는 책이 있죠. 그런 것들이 바로 우리 젊은 친구들이 너무 숏폼이라든가 이런 자극적인 측면에만 몰두해서 앞으로 우리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인 경고를 주는 그런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어요.

▷이혜라: 교수님은 숏폼 보세요? 보시다 보면 막 10분, 20분 그냥 흘러가지 않나요?

▶신영철: 당연하죠. 숏폼도 마찬가지입니다. 숏폼을 보는 것이 과연 중독일까 문제가 있을까를 봐야 하는데요.

▷이혜라: 그걸 조금 더 따져봐야 될 것 같은데.

▷신율: 그게 왜 중독이냐 하면 (영상)긴 거를 못 참아요. 그러니까 우리 세대는 책을 읽고 이렇게 되는데 요새 세대는 답답해 하고. 영화도 축약본을 보는 세상이죠.

▷이혜라: 맞아요. 그리고 저도 OTT나 유튜브도 그렇고 2배속 1.75배속 하고 보거든요.

▶신영철: 우리도 옛날 비디오세대잖아요. 빨리보기, 감아보기 다 했어요. 근데 이제 그게 너무 쉬워져서 문제가 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중독이라고 말할 때는 몇 가지 의학적인 특성이 있게 됩니다.

첫 번째가 바로 내성이라고 합니다. 내성이 뭐죠? 시간이 갈수록 똑같은 자극을 받으면 뇌가 심심해지죠. 그만큼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강도가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야 되죠. 더 큰 자극으로. 술꾼이 한 병 마시면 기분 좋았는데 1년 되면 2병, 2년 되면 3병으로 느는 이치가 바로 내성 때문입니다.

둘째는 금단 증상이라고 그러죠. 그걸 안 해야 되겠다고 끊으면 어떻게 돼요? 갈망이 생기죠.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자꾸 그 생각이 나고. 아이들 게임 못하게 하면 방에 들어가서 그 생각하고 있을 거 아니에요. 이게 심해지면 금단 증상이 생기고 그러면 생활에 문제가 생기게 되죠. 보는 것까진 좋은데 그걸 보느라고 여기에 못 왔어.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면 이제 문제가 되는 거죠. 학생이 공부에 소홀하다든가 직장인이 업무에 지장을 준다든가 이러면 문제가 생기죠.

내성과 금단 증상이 생겨서 내 삶에 좀 부정적인 문제가 생겨. 그런데도 조절력을 상실하면 우리가 중독이라고 이야기하죠. 숏폼이라는 것은 숏폼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이게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예를 들면 그걸 봄으로써 긍정적인 내용을 많이 보고 내 삶에 도움이 된다면 부정적인 이유가 하나도 없죠. 그런데 쓸데없이 보고 싶지 않은 걸 계속 보게 됨으로써 내 삶에 놓치는 부분이 많다면 그건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하는 것입니다.

▷이혜라: 중독에 대한 정의를 지금 몇 가지를 말씀해 주셨는데. 세 번째 말씀하신 조절력에 있어서는 청소년들, 특히 취약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SNS 셧다운제 해야 된다, 게임처럼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요.

▶신영철: 환경을 차단시키는 것이 옳으냐 하는 문제인데. 그게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청소년이 과연 중독에 더 취약한가에 대한 문제는 여러 가지로 볼 수 있지만 인간이 어떤 중독성이 높아지는 것은 몇 가지 환경적인 요인이 필요한데 첫 번째가 바로 허용성입니다. 우리 사회가 술에 대해서 허용적이면 알코올 중독자가 많아지는 건 당연한 것이잖아요. 둘째는 접근성이거든요. 요즘 우리 아이들이 하는 SNS라든가 이런 것들이 너무 접근성이 좋습니다. 도박도 과거에는 도박장을 가서 도박을 했잖아요. 요즘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부 도박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접근성이 너무 좋아지니까 중독자가 늘게 되는 것이고. 제일 걱정이 과거엔 중독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던 청소년들 또 여성들 이런 분들이 너무 쉽게 중독에 노출되는데, 특히 청소년의 경우는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은 아직은 좀 떨어지죠. 인간의 통제력은 보상회로라는 것이 있습니다.

도파민 이야기가 나왔는데 도파민이 측핵이라는 곳에서 많이 만들어지면 이게 전두엽과 연계가 되어 있습니다. 전두엽이 이걸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근데 이 전두엽은 대개 19~20세 정도가 되어야 완전히 기능을 하게 돼 있습니다. 근데 청소년은 아직 그게 덜 성숙했다고 볼 수 있죠. 이때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자극을 받게 되면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이 아무래도 어른에 비해서는 좀 떨어질 수 있죠. 이때는 환경을 좀 차단시켜주는 것이 맞죠.

문제는 우리가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어려운 이야기잖아요. 이게 문제입니다. 술은 끊어도 되지만 쇼핑 중독, 쇼핑 안 하고 살 수 있을까요? 없죠. 음식 중독, 음식 안 먹고 못 살죠. 그러니까 조절력이 필요한 중독들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스마트폰이라든가 SNS 중독 같은 것도 아마 조절력을 획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신율: 스마트폰 말씀하시니까. 우리가 코로나라는 시기를 겪었죠. 코로나를 겪으면서 나타난 후기산업사회에서 인간이 굉장히 고립돼 있는데 코로나에 의해서 그 고립 정도가 더 심화되고 그 고립이 심화되면 아무래도 스마트폰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통해서만 접촉을 해버리면 거기에 대한 의존도, 사람에 대한 어떤 일반적인 접촉에 있어서의 방식을 잃고 스마트폰에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게 높아지다 보면 그런 것들이 또 중독을 더 강화시키는 거 아니에요?

▶신영철: 그렇죠. 제가 농담으로 말하는데 도파민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사실 스마트폰도 죄가 있는 것은 아니죠. 스마트폰 인터넷을 비롯한 이런 스마트 세계가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너무 많이 미쳤잖아요. 그걸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거 없이 살 수 있다?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면 그냥 둬야 하느냐 그건 아니죠. 자동차가 교통사고를 많이 낸다고 해서 우리가 자동차를 없애자 그런 얘기는 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동차를 좀 더 튼튼하게 만들고 도로도 잘 정비하고 신호등도 잘 보수하고 그런 작업을 하게 되죠. 저는 이 세계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우리가 컴퓨터 없이 살다가 컴퓨터가 만들어지고 인터넷이 연결되고 스마트폰까지 나왔는데 긍정적인 측면은 우리 삶에 큰 도움이 되죠.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아이들 말씀하셨는데요. 바로 옆에 있어도 톡으로 연락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합니다. 아이들이 사람들과 이렇게 대화를 만나서 하는 게 불편한 겁니다. 익숙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이렇게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듭니다. 상대의 마음을 읽어야 되죠. 상대의 비언어적 표정 등을 읽어야 되잖아요. 이런 것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그런 상황이 몹시 불편하거든요. 피하게 되죠. 쉽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소통할 방법이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인데.

저는 그것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그걸로 인해서 정말로 우리가 해야 할 소통을 못하게 되는 게 더 문제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온라인도 참 재미있고 좋아요. 그러나 아이들에게 오프라인 세상도 참 재미있고 좋다는 것을 우리 어른들이 세상들이 좀 보여줘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신율: 치료를 여쭤보고 싶은데요. 지금 대학병원에 계시니까 게임 중독되는 사람이 입원하는 경우 있어요?

▶신영철: 과거에 많았죠. 제가 지금은 중독 환자를 보지 않습니다만. 전공의 시절에는 본드 중독 아이들이 그렇게 많았습니다. 다 없어졌죠. 어떻게 없어졌겠어요? 바빠서 애들이 본드 못 합니다. 이게 문화의 문제거든요. 다양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게 바뀌어 나가는 겁니다.

중독이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서 모양을 자꾸 바꾸게 되는데. 요즘 제일 많은 것은 행위 중독이라고 해서. 과거에 우리가 중독이라 하면 떠오르는 게 뭐예요? 술, 담배, 마약 물론 이것도 대단히 문제가 있습니다만. 최근에 와서는 행위 중독이라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되거든요. 도박, 게임. 또 요즘 말하는 쇼핑 중독 같은 이런 것들 이런 행위도 물질과 마찬가지로 뇌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이미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서 증명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치료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중독의 치료는 각론에 따라서 전부 다릅니다. 그러나 총론은 비슷합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것은 거의 비슷한데요. 중독의 치료가 참 어렵습니다. 가장 어려운 이유가 뭘 것 같습니까? 일반적으로는 치료의 동기가 없습니다.

▷신율: 자기가 중독인지 인지를 못한다는 거죠?

▶신영철: 그렇죠. 치료라는 것은 내가 문제가 있습니다, 내가 불편합니다 그래야 치료에 들어가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알코올 중독자가 ‘저는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도박 중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불편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지는 거죠. 이러니까 갈등이 생깁니다. 요즘 흔히 말하는 공황장애, 불면증. 불편하니까 병원에 오지 않습니까? 치료의 동기가 있죠. 그런데 중독자들은 대부분 본인 스스로의 치료의 동기가 없습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있지만 부정하는 것이죠.

둘째는 치료의 동기가 있다고 그래도 그걸 인정하기가 참 어렵죠. 그래서 여러분 잘 못 들어보셨겠지만 알코올 중독이나 도박 중독은 자주 모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AA(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Alcoholics Anonymous). 들어보신 분이 있을 겁니다. 알코올 중독자들의 모임이고. GA(단도박모임·Gamblers Anonymous)하면 도박 중독자들이 모임입니다. 그분들은 내가 도박 중독자임을 인정하고 고쳐보고 싶은 정말로 목숨 건 투쟁을 하는 분들이거든요. 거기에 일계명이 있습니다. ‘나는 도박 중독자임을 시인합니다’. 이게 일계명입니다. 나는 알코올 중독자임을 시인합니다. 그만큼 그게 힘들다는 뜻입니다. 그게 먼저 돼야 치료의 동기가 생기고 치료에 들어가게 되죠. 치료라는 건 사람마다 다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평가를 먼저 받고 그 평가에 따라서 치료적인 접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혜라: 교수님 한 가지 더 여쭤보려고요. 요새 분노 문화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것은 어떻게 설명이 가능한가요?

▶신영철: 분노하는 거. 분노조절장애라는 얘기를 많이 하죠. 우리가 TV를 가끔 봐도 왜 막 정말 별일이 아닌데 뚜껑이 열려가지고. 정신과 의사인 제가 봐도 이해가 잘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그거는 이제 이유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정말 성질이 나쁜 사람일 수도 있고 원래 그러지 않은데 또 그렇게 된다면 다른 이유를 봐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가 너무 참던 게 폭발해서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분노조절장애라고 찾아온 사람 가운데 너무 착한 분이 있어요. 왜 성질이 이렇게 좋은데 나쁘다 그러지? 그게 아니고 열 번을 참고 한 번을 화를 내는 거거든요. 근데 화낼 때 보면 너무 지나치게 정말 말도 아닌 작은 자극에 화를 내죠. 남들은 내가 10번 참은 걸 알아요? 몰라요. 그러니까 성격장애처럼 보이는 겁니다. 그게 아니고 너무 참았던 10번이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고.

제가 지금 보는 우리 사회의 분노는 조금 형태가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가 너무 긴장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불안해요. 너무 긴장이 높고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예측성이 떨어지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너무 빨라요. 40년 전, 50년 전에는 우리가 어디에 들어가면 내가 어떻게 살지가 이미 결정돼 있었어요. 아마 신 교수님도 그러셨을걸요. 회사에 들어가면 10년 지나면 저 인간처럼 살겠구나. 20년 지나면 저 인간이 다 정해져 있었어요. 그러니까 열심히 일하고 돈 모아서 집 사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평범한 삶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지금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회가 예측이 안 되죠.

이제 너무 사회의 변화가 빠르다 보니까 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들거든요. 젊은 친구들이 그걸 포기해버립니다. 미래가 예측이 되지 않으면 인간은 불안해지거든요. 그럼 무엇인가를 붙들려고 그러죠. 요즘 친구들이 어디에서 답을 찾을까요? 주식하고 코인하고. 너무 많아졌죠. 이게 제가 볼 때는 사회가 너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면서 긴장이 너무 높아져서 예측성이 떨어지니까 그러니까 젊은 친구들이 빨리 승부를 보려고 그러는 거예요. 빨리 승부를 보려는 방법은 주식, 코인밖에 없는 거. 예를 들면 거기에 올인하게 되는 거. 이게 큰 사회적인 부작용으로 나타나게 되거든요. 그래서 분노라는 것은 여러 형태로 설명할 수 있지만 제가 관심을 갖는 분노는 분노 자체가 결코 나쁜 것은 아닙니다. 건강한 분노는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되기도 하고 내가 발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근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보이는 분노는 그 도를 넘어선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진단하기는 긴장과 불안이 높은 사회가 분노와 연결된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예를 들면 이런 것이죠. 화가 난다는 것과 불안하다는 것은 같은 감정일까요? 다른 감정일까요?

▷신율: 제가 볼 땐 같을 것 같은데요.

▶신영철: 전혀 다른 감정입니다. 화나는 것은 화가 나는 거고 불안한 것은 불안한 것이죠. 그런데 놀랍게도 같은 감정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요. 불안할 때 가슴 뛰죠. 화날 때는 가슴 뛰죠. 똑같죠. 이게 전혀 다른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교감 신경이 흥분하면요. 내가 느껴지기에 같이 느껴지는 거예요. 불안할 때 화를 내게 됩니다. 사실은 이게 화날 일이 아닌데 내가 뭔가 통제가 안 되고 예측이 안 되고 불안해지면 화를 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게 지금 우리 사회에 팽배해져 있는 거예요. 예를 들면 화낼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긴장이 높아져서 건드리면 화를 내죠.

예를 들면 내가 이렇게 편안할 때는 자극을 받으면 생각을 해서 반응을 하게 되잖아요. 자극을 받으면 금방 반응을 해버립니다. 우리 사회가 반응이 너무 빠릅니다. 그래서 이게 분노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저는 제 나름대로 그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신율: 제가 사실은 사회과학하는 사람을 여쭤보고 싶은 게. 정치하는 사람들 대부분 이해불가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예를 들면 전혀 당선 가능성이 없는 사람도 자기가 당선될 거라고 확신을 가지고 출마를 합니다. 두 번째 엄청난 표차로 떨어졌는데 아슬아슬하게 떨어졌다고 생각을 합니다. 세 번째 자기가 몸이 움직이고 있는 한 정치를 계속합니다. 이 세 가지 증상 이거 권력 중독 현상 아닌가요?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세요?

▶신영철: 제가 대답할 수 없는 너무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만. 농담처럼 그렇게 이야기하죠. 마약 중독보다 더 강한 것이 권력 중독이다. 파워의 문제죠. 과거에 우리는 특히 남성들이 심했습니다. 파워를 갖는다는 말은 내가 뭔가를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는 뜻이잖아요. 그게 주는 보상의 기능이 대단한 것입니다. 인간의 뇌는 보상회로라는 것이 있고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이 주어지면 그 행동이 강화되게 돼 있죠. 한 번도 그 맛을 못 본 친구들은 아마 중독에 빠지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한 번 그 맛을 보고 나왔다면 다음에는 그 보상을 잊지 못하는 거예요. 너무나 강력한 보상이 주어지게 되면 거기에 따라 행동하게 되죠. 가끔 시험쳐도 그렇잖아요.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고 옛날에 그런 게 있었어요. 똑같은 거죠. 엄청난 표차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것을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지죠. 한 번 이렇게 전두엽의 기능이 마비가 되면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고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을 하게 됩니다.

▷신율: 그 도박 중독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하고 똑같은 메카니즘 아닙니까?

▶신영철: 그래서 저는 정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지만 어찌 되었든 인간의 행동이 강화된다는 측면에서는 그것도 중독의 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는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혜라: 교수님 말씀을 쭉 들어보니까 결국 불안이라든지 긴장도가 높은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 이것이 사람들이 분노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갖게 하는 그러한 요소가 되는 건데. 결국 이 불안과 긴장,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또 다스리는 교수님만의 비법이 있다면요. 저희한테 전수 좀 해주세요.

▶신영철: 그런 방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걸 알면 제가 하죠. 제가 농담처럼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정신과 의사를 오래 하면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을 사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내가 저 입장이라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그걸 보면서 제 스스로를 위해서 십계명을 만들어서 짧은 책으로 만들었는데 일계명이 ‘스트레스를 이기는 비법’입니다. 오늘의 일계명. 정말 지치고 힘들 때 쓸 수 있는 최고의 계명은 그냥 살자라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결혼 만족도 조사를 해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언제가 결혼 만족도가 제일 높죠?

▷이혜라: 글쎄요. 저 아직 안 해봐서 모르겠습니다.

▶신영철: 결혼하기 전이 제일 높습니다. 신혼이 높은 게 아니고 결혼하기 전이 제일 높죠. 결혼하는 순간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놀랍게도 50대 중반이 되면 만족도가 올라가거든요. 이유가 뭘까요?

▷신율: 그냥 체념하고 사는 건가요?

▶신영철: 수용했다는 뜻입니다. 이 원수를 한번 바꿔보려고 20년 용썼지만 돼, 안 돼? 안 됩니다. ‘아, 선생님 그 원수를 포기하고 나니까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이것은 여러분 포기가 아니고 수용이라는 것입니다. 질질 끌려다니면서 포기하게 되지? 안 됩니다. 내가 그 상황을 능동적으로 수용해야 내가 정말로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에 초점을 맞출 수 있거든요. 포기하라는 뜻은 수용하라는 뜻입니다. 대충 살자 막 살자 그런 뜻이 아니고 열심히 살아야죠. 그러나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그 현실 가운데 우리가 정말로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스트레스를 이기는 첫 번째 비법입니다.

그러니까 너무 쓸데없는 일에 과하게 말하면 우리가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는 게 아닌가 저는 세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세상에는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면 되거든요. 쓸데없는 거 가지고 밤샌다고 스트레스 받는 것은 최소한 없어져야 되지 않을까. 스스로 그렇게 다짐해 봅니다.

▷신율: 예를 들어 어떤 분이 중독에 빠져서 자각한다거나 우울증 때문이라도 자기가 이걸 알고 있어요. 그런데 옛날에는 정신의학과에 가는 거를 꺼려하는 사회적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신영철: 지금도 있죠. 그러나 과거에 비하면 너무나 많은 변화가 왔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비중이 엄청나게 높아졌어요. 과거에는 분명히 접근의 제한성이 있었거든요. 거기 가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든가 지금은 뭐 거의 사라졌고. 조금만 잠 못 자다가 스트레스 받는다고 찾아오거든요. 가끔은 정신과 의사 노릇을 하면서 이런 걸로 나를 찾아왔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찾아옵니다. 한편으로는 건강해졌고 좋은 면이죠.

바꿔 말하면 또 그만큼 우리 현대인들이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측면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정말로 많이 좋아졌고요. 편견 없어졌고 친구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옵니다. 이제 그런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한가 하면. 옛날에 우리 어머니들 잠 못 자고 속앓이하고 화병 나도 병원 안 찾았죠. 지금은 찾잖아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게 병이기 때문이 아니고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 잠 못 자도 안 죽고 불안해도 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내가 내 삶을 행복하게 사는 데 지장을 주게 되죠. 그것 때문에 도움을 받는 것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더 좋을 것 같고요.

중독 문제의 치료에서도 우리가 패러다임을 좀 바꿔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술을 줄이는 게 과연 우리 삶의 목적이 될까요? 도박을 안 하고 SNS를 안 하는 게 우리 삶의 목적이 될까요? 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그걸 하지 않고 무엇을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됩니다. 아이들이 게임을 한다고 부모들이 난리를 치잖아요. 게임 안 할 때 뭐 하는데 물어보면 잘 몰라요. 관심이 없습니다. 남편이 알코올 중독자야 그러면 술 안 마실 때 뭐 하는지 아세요? 몰라요. 관심이 없어요. 집에 누워 자고 바둑 두고, 농담으로 제가 차라리 술을 마셔라 그랬어요.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하지 않고 무엇을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완전히 사고를 바꿔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 아이들이 친구와 노는 게 재미있고 가족하고 잘 얘기하고 밤에 나가서 저녁에 나가서 애들과 축구하고 논다. 이게 더 재미있으면 게임하는 시간이 줄 수밖에 없죠. 하지 말라 하지 말라가 아니고, 하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 대안을 우리 사회와 가족들이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의 지금 문화는 거기에 빠지지 않으면 다른 거 할 대안이 없습니다. 이런 문화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신율: 알겠습니다. 사회적 문화 정도에 비례해서 중독의 종류도 늘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혜라: 교수님이 조언해 주신 부분 보니까요. 여러 가지 인식을 변화하고 또 가족들이 함께하는 문화 같은 걸 만드는 데 그러니까 이 중독에 빠지지 않고 다른 수단으로서 돌리는 그러한 노력들 사회적인 차원에서의 노력들도 반드시 동반돼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신영철: 지금 우리 상황이 희망도 많이 줄었고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저는 약간 긍정적으로 보는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원래 희망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한 번 하자 그러면 또 해내는 그런 또 유전자를 가지고 있죠. 힘든 상황을 다 거쳤잖아 중독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뭐 여러 가지 중독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어디에 빠지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바꿔 말하면 이게 건강한 쪽으로 향하게 된다면 우리 개인과 사회의 엄청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죠. 그래서 우리가 중독 물질이 우리가 붙었던 이 에너지와 열정을 이제 우리 가정과 사회와 세상을 위해서 조금 방향을 잘 잡게 된다면 오히려 건강한 쪽으로도 우리가 쓸 수 있겠다 이런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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